너무 미안하고 당신들이 세상을 바꿨어요 - K-ARTIST

너무 미안하고 당신들이 세상을 바꿨어요

2024
캔버스에 아크릴
53 x 41 cm

About The Work

치명타는 회화,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이들이 편향된 사회 구조 속에서 누락되거나 왜곡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작가는 현장에서 연대와 개입의 태도를 중심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위계에 맞서는 시각 언어를 탐색해 왔다. 

치명타의 작업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한국 사회의 제도와 규범 안에서 어떻게 누락되고, 왜곡되고, 취약한 위치로 밀려나는지를 추적하면서 전개된다. 작가는 사회적 문제를 단일한 사건이나 개별 피해의 차원으로 축소하지 않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적 조건과 반복되는 배제의 방식을 함께 살핀다. 

치명타는 사회적 의제를 직접 다루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구호나 설명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대신 언론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사회의 이면들을 다시 그리고, 적고, 기록하는 행위로써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을 붙잡고 그날의 감정과 감각을 환기시킨다. 

따라서 치명타에게 예술은 사회적 문제를 설명하는 도구라기보다, 사라지는 목소리와 기억을 붙잡고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실천에 가깝다. 사회적 소외 현상과 재난을 스펙타클의 일부로 소비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현시대 안에서 그의 작업은 망각되고 누락되어가는 기억의 조각들을 붙잡고 되살리며, 다 같이 슬퍼하고 분노할 수 있는 연대와 애도의 자리를 마련한다. 

개인전 (요약)

치명타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반도 엘레지, 레퀴엠》(미학관, 서울, 2024), 《반도 엘레지》(임시공간, 인천, 2024),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탈영역우정국, 서울, 2022), 《재난도감》(임시공간, 인천,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치명타는 《당신의 가족은 누구입니까?》(제주대박물관, 경북대미술관, 국립군산대미술관, 제주, 대구, 군산, 2025), 《MAY DAY MAY DAY MAY DAY》(복합문화공간 111CM, 수원, 2024), 2023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광주, 2023), 《어떤 Norm(all)》(수원시립미술관, 수원, 2023), 《비타 노바_새로운 삶》(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2),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아르코미술관,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치명타는 2025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치명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애도와 위로의 장소로서의 예술

주제와 개념

치명타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한국 사회의 제도와 규범 안에서 어떻게 누락되고, 왜곡되고, 취약한 위치로 밀려나는지를 추적한다. 작가는 사회적 문제를 단일한 사건이나 개별 피해의 차원으로 축소하지 않고, 그 사건을 가능하게 만든 구조적 조건과 반복되는 배제의 방식을 함께 살핀다.

초기 작업 〈여의도-로잉(Yeouido-rawing)〉(2016~2019)은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에서 시작되었고, 《News feed》(공간해방, 2016)에서는 공영 미디어가 충분히 다루지 않는 사건들을 SNS의 작은 목소리와 드로잉으로 붙잡았다. 이 시기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거대한 정치적 구호보다 현장에 남겨진 말, 농담, 표정, 사소한 풍경을 통해 사회적 투쟁의 일상을 기록하는 태도다.
 
2017년 《Make up Dash》(문래예술공장 스튜디오M30, 2017) 이후 치명타의 작업은 젠더와 성소수자, 정상성의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메이크업 대쉬(Make up Dash)〉(2017)는 뷰티 유튜브라는 대중적 형식을 차용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외모 규범과 성별 이분법을 비판적으로 전환한 작업이다.

작가는 〈투쟁 메이크업〉, 〈도라에몽 메이크업〉, 〈25호 단상〉, 〈드랙킹 메이크업(Drag King Make up)〉 등을 통해 ‘여성스러운’ 행위로 여겨지는 화장을 오히려 사회적 기준과 혐오를 되묻는 도구로 사용했다. 이후 〈실바니안 패밀리즘(Sylvanian Familism)〉(2019)은 정상가족을 모델로 한 장난감 세계를 뒤집어, HIV 감염인, 장애인, 난민, 성소수자, 재난 생존자가 함께 등장하는 소수자 공동체의 서사로 재구성한다.
 
팬데믹 이후 치명타의 작업은 재난이 누구에게 먼저, 어떻게 가혹하게 도착하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재난도감》(임시공간, 2021)은 코로나19라는 재난을 통해 드러난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도감 형식으로 기록하며, 재난 이전부터 이미 배제되어 있던 존재들이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취약해지는 현실을 드러낸다. 이어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탈영역우정국, 2022)는 한 장의 서류가 있어야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홈리스, 이주민, 환자, 장애인, 노인 등의 현실을 다룬다. 여기서 ‘종이’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 삶이 승인되거나 배제되는 경계로 기능한다.
 
최근의 ‘반도 엘레지’ 연작은 사회적 재난 이후에도 애도와 추모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슬픔을 다룬다. 《반도 엘레지》(임시공간, 2024)와 《반도 엘레지, 레퀴엠》(미학관, 2024)에서 작가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팬데믹 시기에 드러난 사회의 이면을 다시 호출하며, 슬픔을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적 기억과 추모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너무 미안하고 당신들이 세상을 바꿨어요.〉(2024), 〈나아지지 않는 나를 데리고 산다는 건.〉(2024), 〈울지 않겟습니다. 그러나... 울 것입니다...〉(2024)처럼 시민들이 남긴 포스트잇 메시지를 다시 그린 작업은 망각에 저항하는 이미지의 역할을 보여준다. 치명타에게 예술은 사회적 문제를 설명하는 도구라기보다, 사라지는 목소리와 기억을 붙잡고 다시 바라보게 하는 실천에 가깝다.

형식과 내용

치명타는 회화, 드로잉, 영상, 퍼포먼스, 인형극, 출판과 프로젝트를 오가며 주제에 따라 매체를 유연하게 전환해왔다. 초기 현장 드로잉에서 작가는 사진처럼 사건을 빠르게 포착하기보다, 종이와 수채화, 스케치북을 통해 현장의 시간을 천천히 따라갔다. 〈여의도-로잉〉은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에서 나온 농담과 하소연, 사소한 사물과 장면을 기록하며, 투쟁을 영웅적 장면으로 만들기보다 일상의 언어와 분위기로 남긴다.

《News feed》에서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과 사진, 기사와 사건을 재구성해 드로잉으로 옮기며, 빠르게 밀려나는 타임라인의 속도에 맞서 사회적 사건을 공동의 기억으로 붙잡으려 했다.
 
〈메이크업 대쉬〉와 〈실바니안 패밀리즘〉은 대중문화의 형식을 차용하고 전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메이크업 대쉬〉는 뷰티 유튜브의 문법을 그대로 가져오되, ‘예뻐지기 위한 기술’로 소비되는 화장을 젠더 규범과 혐오를 드러내는 수행적 장치로 바꾼다.

〈실바니안 패밀리즘〉은 표정 없는 동물 인형을 사용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소비주의적 동화 세계를 비틀고, 소수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생존을 모색하는 공동체를 구성한다. 이때 인형을 움직이는 손이 그대로 노출되는 점은 중요하다. 치명타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그 손의 움직임을 통해 대안적 세계를 구성하는 과정을 드러낸다.
 
재난을 다루는 작업에서 치명타는 드로잉과 회화를 통해 기록, 애도, 사유의 형식을 새롭게 조직한다. 《재난도감》은 도감이라는 형식을 빌리지만, 바이러스의 원인이나 방역 시스템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시설에 갇힌 장애인,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사람들, 팬데믹 속에서 생계와 안전을 위협받는 취약한 존재들의 현실을 기록한다.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의 ‘종이 아래’ 연작은 채도 높은 물감을 물에 희석해 낱장의 종이에 그린 회화 작업으로, 트래픽 콘, 우산, 크림빵과 우유, 병상, 빨간 펜, 마스크 쓴 인물 같은 구체적 도상을 통해 상실과 제도적 배제의 장면을 알레고리적으로 구성한다. 〈1,560,000원〉(2022), 〈10시간〉(2022), 〈6배〉(2022), 〈7일〉(2022), 〈종이 아래〉(2022) 등은 인물의 초상 형식을 빌리지만, 한 사람의 얼굴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반도 엘레지’ 연작에서는 회화가 공동체적 애도와 기억의 형식으로 작동한다. 치명타는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이 남긴 포스트잇 메시지를 글씨체, 맞춤법, 필압, 구겨진 상태까지 다시 그리며, 재난 이후 남겨진 슬픔의 물질적 흔적을 화면 위에 옮긴다. 이 작업들은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소비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쉽게 관조할 수 없는 거리감을 만든다.

뉴스와 인터넷 이미지가 재난을 스펙터클로 유통시키는 시대에, 작가는 떠도는 이미지와 기억의 일부를 다시 붙잡아 오래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2016년 SNS 드로잉에서 시작된 ‘사라지는 목소리를 붙잡는 태도’가 2020년대 재난과 애도의 회화로 확장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치명타의 작업은 현장성, 소수자 정치, 대중매체의 전유, 재난 이후의 애도라는 축을 따라 이어져왔다. 초기에는 콜트콜텍 농성장과 SNS 뉴스피드처럼 실제 현장과 디지털 공간에서 밀려나는 목소리를 드로잉으로 기록했고, 이후에는 유튜브와 인형극 같은 대중적 형식을 활용해 젠더, 가족, 장애, 난민, 성소수자 문제를 다뤘다.

팬데믹 이후에는 재난을 사회 전체의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그 재난이 이미 취약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더 가혹하게 작동하는지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 흐름 속에서 치명타의 작업은 한 가지 매체나 장르에 고정되지 않고, 문제의 성격에 따라 형식을 바꾸며 확장되어왔다.
 
작가는 사회적 의제를 직접 다루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구호나 설명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실바니안 패밀리즘〉에서 표정 없는 인형은 오히려 특정 얼굴에 부과되는 편견을 우회하게 만들고, 《Under the Paper 종이 아래》의 인물들은 구체적이면서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이미지로 남아 관객이 그 배후의 현실을 스스로 사유하게 한다. ‘반도 엘레지’ 연작에서도 작가는 슬픔을 즉각적인 감정 소비로 밀어 넣지 않고, 기억과 추모를 지속하기 위한 형식으로 다룬다.
 
비슷한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많은 작업들이 자료 조사, 아카이브, 다큐멘터리적 증언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치명타는 드로잉과 회화, 인형극과 퍼포먼스의 손맛을 끝까지 남겨둔다. 그의 작업에서 손의 노동은 단순한 제작 방식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을 붙잡고 다시 세우는 윤리적 태도다. SNS의 타임라인에서 밀려나는 글을 다시 그리고, 현장에서 흩어지는 말을 스케치북에 적고, 인형을 손으로 움직이며, 포스트잇의 필압과 구김까지 다시 그리는 행위는 모두 이미지가 공동체적 기억을 어떻게 보존하고 갱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점에서 치명타의 작업은 사회적 리서치와 회화적 감각, 현장 개입과 우화적 상상력을 함께 결합하는 특색을 지닌다. 앞으로 그의 작업은 사회적 재난과 소수자 삶의 문제를 넘어, 예술이 실제 삶의 기반에 어떻게 개입하고 서로의 생존 조건을 어떻게 다시 조직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Works of Art

애도와 위로의 장소로서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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