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도채비’의 낭독영상 - K-ARTIST

단편영화 ‘도채비’의 낭독영상

2021
2채널 영상, 벽과 창문 설치
28분 52초

About The Work

양은경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오며, 가시화되지 않은 장애와 낙인 찍힌 이름으로 인하여 드러낼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작가는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담을 수밖에 없는(제외될 수밖에 없는) 초상과 목소리를 편집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양은경이 중증 정신질환 당사자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재현의 문제에 집중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조현병은 하나의 병명으로 설명되는 대상이 아니라, 각기 다른 몸과 기억, 증상과 언어를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복수의 경험으로 다뤄진다. 

또한 양은경은 기록 매체가 점점 더 선명하게 보고 듣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보기’와 ‘보이지 않음’, ‘말하기’와 ‘침묵’ 사이에 놓인 존재를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그의 작업은 조현병 당사자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다루지만, 그것을 제도 비판이나 계몽적 메시지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드러낼 수 없는 몸, 쉽게 말해지지 못한 말, 기록되었지만 사용되지 못한 이미지의 주변을 천천히 따라가며, 관객이 타인의 세계에 접근하는 일의 어려움과 필요를 함께 감각하도록 만든다. 

이렇듯 양은경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장애와 사회적 낙인을 지닌 몸, 즉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존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또 단순한 재현의 방식이 아닌 관객의 신체적 감각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관객 스스로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비가시화된 이들의 몸과 혐오의 존재로 낙인된 이들의 목소리는 그의 작업 안에서 서로 충돌하고 또 공명하며, 감각적 실체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개인전 (요약)

양은경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몸과 말의 경계에서》(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5), 《사라지는 말, 만져지는 몸》(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 《도채비 가로지르기》(아트스페이스 카고, 인천,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양은경은 《사라지는 순간, 남겨진 형상》(팔복예술공장, 전주, 2026), 《Echoes of Light: 빛의 궤도》(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광주, 2025), 《어디에도 없지만, 지금 이곳》(대구예술발전소, 대구, 2025), 《레이더: 세상을 감각하는 눈》(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양은경은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2025 디지털아트 컬처랩: 프로젝트랩” 우수상 및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K-Doc Short Pitch 2022” 우수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양은경은 팔복예술공장(2025-2026)과 인천아트플랫폼(2024-2025)에서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Works of Art

감각적 실체로서 드러나는 ‘비가시화된 몸’

주제와 개념

양은경의 작업은 가시화되지 않는 장애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쉽게 드러날 수 없는 몸과 말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오며, 영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담기거나 제외될 수밖에 없는 초상과 목소리의 편집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특히 2017년 캄보디아 정신과 의료 캠프 촬영 경험과 2019년 진주 방화 살인 사건 이후 조현병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는 사회적 상황은, 양은경이 중증 정신질환 당사자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재현의 문제에 집중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업에서 조현병은 하나의 병명으로 설명되는 대상이 아니라, 각기 다른 몸과 기억, 증상과 언어를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복수의 경험으로 다뤄진다. 
 
초기 작업에서 양은경은 ‘도채비’라는 민담적 존재를 통해 정신질환과 고립된 삶의 문제에 우회적으로 접근했다. 《도채비 길어올리기》(옹노, 2021)는 만들어지지 못한 단편영화 〈도깨비불(Will o’ the Wisp)〉(2024)의 시나리오를 읽어나가는 전시로, 조현병을 가진 인물과 집이 없는 연주자가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작가에게 도깨비는 이름을 불러주고 문을 열어주는 환대의 존재이며, 전시는 관객이 문 안쪽의 빛과 작은 소리를 따라 직접 문을 열고 영상에 다가가도록 구성되었다. 이때 환대는 일방적으로 베푸는 태도가 아니라, 서로의 고립을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도채비 가로지르기》(아트스페이스 카고, 2022)에서 작가는 캄보디아, 이탈리아, 한국의 정신질환 관련 장소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선보이며, 타인의 고통을 기록하는 자신의 위치를 더 직접적으로 성찰했다. 사진은 아주 작게 설치되어 관객이 몸을 움직여 가까이 다가가야만 자세히 볼 수 있었고, 이는 작가가 당사자의 이야기와 풍경을 담을 때 느꼈던 조심스러움과 윤리적 거리감을 반영한다. 이후 《사라지는 몸, 만져지는 말》(인천아트플랫폼, 2024)에서는 ‘도채비’라는 상징적 매개를 거치지 않고, 조현병이라는 병명과 그 당사자들의 말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이 직접성은 병을 설명하거나 증상을 재현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단일한 서사로 묶일 수 없는 당사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모으려는 시도에 가깝다. 
 
2025년의 〈몸과 말의 경계에서(Between Word and Body)〉(2025)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영상과 음성, 프로젝션의 조건 자체로 확장한다. 작가는 기록 매체가 점점 더 선명하게 보고 듣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보기’와 ‘보이지 않음’, ‘말하기’와 ‘침묵’ 사이에 놓인 존재를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양은경의 작업은 조현병 당사자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다루지만, 그것을 제도 비판이나 계몽적 메시지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그는 드러낼 수 없는 몸, 쉽게 말해지지 못한 말, 기록되었지만 사용되지 못한 이미지의 주변을 천천히 따라가며, 관객이 타인의 세계에 접근하는 일의 어려움과 필요를 함께 감각하도록 만든다. 

형식과 내용

양은경의 작업은 극영화, 다큐멘터리, 인터뷰, 다채널 영상, 사진, 설치, 프로젝션을 오가며 전개된다. 《도채비 길어올리기》가 미완의 영화 시나리오를 전시장 안에서 낭독하고, 문·빛·소리·영상의 구조를 통해 관객이 직접 접근하도록 만든 작업이었다면, 《도채비 가로지르기》는 사진과 영상을 매우 작은 크기로 배치해 관객의 이동과 시선의 조절을 요구했다. 이때 전시장은 이미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소라기보다, 관객이 자신의 몸으로 거리와 위치를 다시 정하며 타인의 이야기에 가까이 가는 공간이 된다. 작가는 정신질환 당사자를 선명하게 포착하는 대신, 손과 발, 풍경, 빈 공간 같은 주변부의 이미지들을 통해 ‘보는 행위’가 지닌 폭력성과 한계를 함께 드러낸다. 
 
《사라지는 몸, 만져지는 말》은 양은경의 형식적 전환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작업이다. 이 전시는 조현병 당사자 8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6채널 영상 〈사라지는 몸, 만져지는 말(Invisible Body, Tangible Word)〉(2024)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각자의 몸과 말을 병렬적인 다채널 구조 안에 배치한다. 영상은 하나의 인물이나 사건을 따라가는 선형적 내러티브를 만들지 않고, 서로 다른 음성, 자막, 빈 화면, 신체 일부, 얼굴과 목소리의 일치 혹은 불일치를 나란히 놓는다. 이를 통해 조현병이라는 병명이 하나의 설명으로 환원되지 않도록 하고, 각 인터뷰이가 처한 상황과 공개 가능성에 따라 다른 방식의 가시성을 부여한다. 
 
이 작업에서 편집은 단순한 기술적 과정이 아니라 윤리적 판단의 문제로 작동한다. 초상 공개에 동의한 인터뷰이는 얼굴과 음성이 함께 드러나지만,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에는 모자이크 대신 손, 발, 잘린 화면, 공백, 텍스트, 타인의 말과 이미지가 사용된다. 이러한 공백은 부재의 표시가 아니라, “이 사람의 몸이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식이 된다. 전시장 역시 관객이 처음부터 화면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없도록 설계되고, 어둠에 적응한 뒤 깊숙한 곳까지 걸어 들어가야 비로소 화면과 말을 만날 수 있다. 이는 타인의 말을 듣고 타인의 세계를 알아가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과정인지를 공간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몸과 말의 경계에서〉에서는 영상 녹화와 음성 녹음, 그리고 프로젝션이라는 매체의 물리적 조건이 작업의 핵심이 된다. 작가는 흐릿하거나 지나치게 선명한 이미지가 공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며, 기록된 몸과 목소리가 전시장 안에서 다시 재생될 때 발생하는 빈틈에 주목한다. 〈빛으로 만들어진 도시(City Made of Lights)〉(2025)처럼 모서리에 영사되는 영상, 지하철에서 본 바깥 풍경과 빈 공간, 작가의 문장, 인터뷰 영상은 모두 정면으로 명확히 보이는 화면 대신 돌아보고, 이동하고, 위치를 바꾸어야만 접근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양은경의 영상 설치는 그래서 기록된 사실을 전달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추어야 하는지 묻는 감각적 편집의 장이 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양은경의 작업은 다큐멘터리와 영상 설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재현, 그리고 당사자의 말하기를 둘러싼 윤리적 질문 사이에 있다. 그는 조현병을 공포나 동정, 제도 비판의 단일한 대상으로 만들지 않고, 각기 다른 사람이 자기 삶 안에서 경험하는 복수의 현실로 다룬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정신질환을 소재로 삼는 기존 재현 방식과 거리를 둔다. 병의 증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직접 설명하기보다, 인터뷰이의 몸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고, 말이 어떤 방식으로 남을 수 있으며, 관객이 그것을 어떤 거리에서 마주해야 하는지를 세심하게 설계한다.
 
양은경의 작업은 ‘도채비’를 통한 상징적 접근에서 출발해 점차 당사자의 말과 몸을 더 직접적으로 다루는 방향으로 이동해왔다. 《도채비 길어올리기》와 《도채비 가로지르기》에서는 환대, 문, 빛, 작은 사진, 돌아봄과 같은 장치를 통해 고립된 존재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탐색했다. 이후 《사라지는 몸, 만져지는 말》에서는 조현병 당사자 8인의 인터뷰를 병렬적인 다채널 구조로 제시하며, 병명 하나로 묶이지 않는 말들의 복수성을 전시장 안에 배치했다. 〈몸과 말의 경계에서〉에 이르러서는 이 문제를 기록 매체와 투사 방식의 조건으로 확장하며, 가시성과 발화 사이에 놓인 존재를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 묻는다.
 
양은경의 독창성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다’는 단순한 명제보다, 보이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고려하면서도 존재를 지우지 않는 형식을 찾는 데 있다. 그의 작업에서 공백, 흐림, 작은 이미지, 잘린 신체, 들리지 않을 듯한 목소리, 모서리에 놓인 영상은 모두 결핍의 표현이 아니라 윤리적 거리의 형식이다. 관객은 작품을 보기 위해 화면 앞으로 곧장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어둠에 적응하고, 몸을 돌리고, 작게 설치된 이미지를 따라 걸으며, 불완전하게 들리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타인의 고통을 빠르게 이해하거나 소비하는 방식을 늦추고, 만남 자체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양은경은 다양한 전시와 인천아트플랫폼, 팔복예술공장 레지던시를 거치며 영상과 설치, 리서치 기반 작업을 확장해왔다. 앞으로 그의 작업은 정신질환이라는 구체적 주제를 넘어, 기록과 재현, 가시성과 침묵, 사회적 낙인과 감각적 만남의 문제를 더 넓은 맥락에서 다루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Works of Art

감각적 실체로서 드러나는 ‘비가시화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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