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A - K-ARTIST

LUCA

2023
단채널 HD CGI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57초

About The Work

정서희의 작업은 기후위기, 생태계 붕괴, 기술 가속화, 인간 이후의 세계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오늘의 재난을 단순히 미래의 파국으로 밀어내지 않고, 이미 현재의 삶 속에 스며든 조건으로 바라본다.

그의 영상과 온라인 작업에서 종말 이후의 세계는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한 배경이라기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고 있는 삶의 방식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내는지 되묻게 하는 장치다. 정서희는 CGI 영상, 게임 엔진, 웹 기반 인터랙티브 구조, 온라인 전시, 구글 스트리트 뷰, AI와 AR의 감각을 활용해 작업한다.

그의 작업에서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제작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경험하고 판단하는 방식 자체를 구성하는 조건이다. 화면은 종종 게임, 다큐멘터리, 시뮬레이션, SF 내러티브 사이를 오가며, 관객은 완성된 이야기를 관람하는 사람이라기보다 가상의 세계 안에서 이동하고 선택하며 의미를 구성하는 참여자가 된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영상이면서 동시에 플레이 가능한 세계이고, 다큐멘터리이면서도 사변적 픽션에 가깝다.

정서희는 기술이 만드는 세계 안에서 인간이 어떤 윤리적 위치에 놓이는지를 묻는다. 관객은 작품 안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지만, 동시에 그 선택지가 이미 어떤 시스템 안에서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각하게 된다. 이처럼 정서희는 디지털 기술의 언어를 활용해 기술적 미래의 낙관과 불안을 동시에 드러낸다. 작가는 온라인과 전시장, 게임과 영상, 생태적 상상과 기술 윤리 사이를 오가며, 동시대 뉴미디어 작업의 중요한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개인전 (요약)

정서희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사랑의 요람》(오시선, 서울, 2024), 《Ground 0》(오시선 웹, 온라인, 2022), 《Year 0》(오시선 웹, 온라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정서희는 《나는 정복당했다》(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25), 《포인트 니모》(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5), 《우리라는 이름의 바다》(경북대학교 미술관, 대구, 2024), 《토성의 고리》(부천아트벙커 B39, 부천, 2024),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정서희는 서울시립미술관 ‘2024 신진미술인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정서희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인류세 이후의 대안적 세계

주제와 개념

정서희의 작업은 기후위기, 생태계 붕괴, 기술 가속화, 인간 이후의 세계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오늘의 재난을 단순히 미래의 파국으로 밀어내지 않고, 이미 현재의 삶 속에 스며든 조건으로 바라본다. 그의 영상과 온라인 작업에서 종말 이후의 세계는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한 배경이라기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고 있는 삶의 방식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내는지 되묻게 하는 장치다. 〈Hyperobjects: Episode I – The Forgotten Town〉(2019), 〈Hyperobjects: Episode II – Year 0〉(2021), 〈Hyperobjects: Episode III – Ground 0〉(2022)로 이어지는 ‘Hyperobjects’ 연작은 자본주의적 세계-생태가 만든 재난과 그 이후의 삶을 사변적 내러티브로 구성하며, 인류세 이후의 감각을 탐색한다.
 
정서희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낯선 시간대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일이다. 〈Hyperobjects: Episode I – The Forgotten Town〉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장소를 구글 스트리트 뷰와 게임적 리얼리즘을 통해 추적한다. 작가는 방사능 위험으로 접근할 수 없게 된 지역을 가상의 캐릭터로 탐방하며, 폐허가 된 마을과 빈 학교,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 쌓여가는 폐기물의 풍경을 시뮬레이션한다. 이 작업에서 재난은 이미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경제적 판단과 기술 시스템이 만들어낸 장기적이고 초과적인 현실로 제시된다.
 
이후 〈Hyperobjects: Episode II – Year 0〉와 〈Hyperobjects: Episode III – Ground 0〉는 보다 본격적으로 인류 이후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Year 0〉는 지구의 기후가 붕괴되어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미래를 배경으로, 완전히 변모한 세계를 마주한 하이브리드 존재의 여정을 따라간다. 〈Ground 0〉는 기후위기, 팬데믹, 신냉전 이후 자유주의와 후기 자본주의의 약속이 무너진 세계를 상상하며, 지하 벙커 속 비밀 도시와 그곳에서 태어난 도망자 공동체의 아이를 통해 종말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사유한다. 이 흐름 속에서 작가는 인간/비인간, 사회 구조와 개인, 생태와 기술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려 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사변적 세계관이 기술 윤리와 인간 연결의 문제로 확장된다.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3)에서 선보인 〈LUCA〉(2023)는 모든 생명의 공통 조상인 루카를 매개로 신화적 과거와 예상된 미래를 연결한다. 이후 개인전 《사랑의 요람》(오시선, 서울, 2024)의 〈사랑의 요람〉(2024)는 루카의 세계관을 확장한 스핀오프 작업으로, 자율주행차 ‘요람’과 인물 ‘레이’가 마주한 사건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선택을 대신하는 상황을 다룬다. 관객은 작품 속에서 여러 차례 선택을 수행하며, 기술이 안전과 효율을 명분으로 결정을 내리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선택할 수 있고, 무엇을 포기하게 되는지 질문하게 된다.

형식과 내용

정서희는 CGI 영상, 게임 엔진, 웹 기반 인터랙티브 구조, 온라인 전시, 구글 스트리트 뷰, AI와 AR의 감각을 활용해 작업한다. 그의 작업에서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제작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경험하고 판단하는 방식 자체를 구성하는 조건이다. 화면은 종종 게임, 다큐멘터리, 시뮬레이션, SF 내러티브 사이를 오가며, 관객은 완성된 이야기를 관람하는 사람이라기보다 가상의 세계 안에서 이동하고 선택하며 의미를 구성하는 참여자가 된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영상이면서 동시에 플레이 가능한 세계이고, 다큐멘터리이면서도 사변적 픽션에 가깝다.
 
‘Hyperobjects’ 연작은 정서희의 형식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Hyperobjects: Episode I – The Forgotten Town〉은 실제 재난 지역을 구글 스트리트 뷰로 탐색하는 방식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단순한 기록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작가는 접근 불가능한 장소를 가상의 게임 캐릭터가 이동하는 공간으로 바꾸고, 현실의 폐허를 게임적 리얼리즘의 장면으로 재구성한다. 〈Hyperobjects: Episode II – Year 0〉에서는 사람이 사라진 미래 풍경과 하이브리드 존재의 이동이 결합되며, 환경 재난 이후의 세계가 게임화된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Hyperobjects: Episode III – Ground 0〉는 지하 벙커와 비밀 도시라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현실의 불안과 계급, 생존의 문제를 디지털 내러티브로 재배치한다.
 
〈LUCA〉와 〈Cradle of Love〉에서는 작가의 관심이 생태적 위기에서 생명, 기술, 선택의 문제로 더욱 구체화된다. 〈LUCA〉는 모든 생명의 공통 조상이라는 과학적 개념을 가상의 캐릭터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생명체의 기원과 미래의 공존 가능성을 게임 형식의 다큐멘터리로 풀어낸다. 〈사랑의 요람〉은 웹 CGI 기반 인터랙티브 영상으로 제작되어, 관객이 태블릿 컨트롤러를 통해 작품의 방향에 개입하게 만든다. 네 차례의 선택 구조는 관객을 서사의 외부에 두지 않고, 기술적 판단과 인간적 판단 사이에서 직접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놓는다. 이때 관객의 선택은 단순한 분기점이 아니라, 인간 연결과 기술 윤리의 문제를 체험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2025년 이후의 신작들은 기존 세계관을 다시 호출하면서,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과 기술적 자유의 조건을 더 날카롭게 다룬다. 단체전 《포인트 니모》(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5)에서 선보인 〈미래 게이트〉(2025)는 〈Hyperobjects: Episode I – The Forgotten Town〉의 후속 작업으로, 다시 잊힌 마을을 향하지만 이번에는 빠르게 교체되는 분절된 화면을 통해 폐허가 단발적 스펙터클로 소비되는 방식을 드러낸다. 단체전 《나는 정복당했다》(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25)에서 선보인 〈그라운드 0: 리로디드〉(2025)는 선택과 자율성이 실제로는 규율화된 수행으로 작동하는 세계를 다시 질문한다. 이 작업들은 디지털 이미지가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리는 방식,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구조가 어떻게 행동을 설계하는지를 탐구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정서희의 작업은 기후위기와 기술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루지만, 이를 설명적 메시지나 단순한 경고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세계관을 만들고, 그 안에 인물과 사건, 선택 구조를 배치함으로써 관객이 현재의 조건을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다시 경험하게 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생태미술, SF적 상상, 게임화된 다큐멘터리, 뉴미디어 설치가 교차하는 위치에 있다. 현실의 재난을 직접 고발하기보다, 그 재난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조건과 감각을 가상의 세계 안에서 구성한다는 점이 정서희 작업의 중요한 특징이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Hyperobjects: Episode I – The Forgotten Town〉이 실제 재난의 장소를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탐색했다면, 〈Hyperobjects: Episode II – Year 0〉와 〈Hyperobjects: Episode III – Ground 0〉는 그 재난 이후의 시간과 사회 구조를 사변적 세계관으로 확장했다. 〈LUCA〉는 인간 이후의 세계를 모든 생명의 기원이라는 더 넓은 시간축 안에서 바라보게 했고, 〈사랑의 요람〉은 그 세계관을 자율주행, AI, 인간 연결의 문제로 연결했다. 〈미래 게이트〉와 〈그라운드 0: 리로디드〉는 이전 작업을 다시 변주하면서, 이미지 소비와 선택의 구조, 알고리즘적 자율성의 문제를 현재형으로 끌어온다. 이러한 흐름은 작가가 하나의 세계관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갱신하며 현재의 위기를 다른 각도에서 계속 재접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서희는 기술이 만드는 세계 안에서 인간이 어떤 윤리적 위치에 놓이는지를 묻는다. 그의 CGI와 게임화된 형식은 화려한 미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위기 이후의 세계를 사고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구조다. 특히 관객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은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질문의 형식에 가깝다. 관객은 작품 안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지만, 동시에 그 선택지가 이미 어떤 시스템 안에서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각하게 된다. 이처럼 정서희는 디지털 기술의 언어를 활용해 기술적 미래의 낙관과 불안을 동시에 드러낸다. 작가는 온라인과 전시장, 게임과 영상, 생태적 상상과 기술 윤리 사이를 오가며, 동시대 뉴미디어 작업의 중요한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Works of Art

인류세 이후의 대안적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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