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 눈 - K-ARTIST

엘리의 눈

2020
두채널 비디오 설치, FHD 비디오, 컬러/사운드
11분
About The Work

차재민의 작업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들—특히 노동, 감정, 인식, 그리고 시간의 문제—를 추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의 작품은 특정 사건이나 이슈를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일상 속에 스며든 체제의 작동 방식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개념은 비물질 노동과 정동적 노동이다. 단순한 생산 활동을 넘어 감정, 관계, 태도까지 노동의 영역으로 확장된 후기자본주의의 조건 속에서, 차재민은 ‘돌봄’, ‘감정 표현’, ‘자기 관리’와 같은 행위들이 어떻게 체제의 일부로 조직되는지를 탐구한다. 이와 함께 차재민은 ‘인식’ 자체를 중요한 문제로 다룬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얼마나 매개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기술, 언어, 교육, 제도와 같은 다양한 장치는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구성한다.
 
또한 그의 작업은 후기자본주의의 불가피성과 그 안에서의 생존 방식이라는 역설적인 조건을 함께 포착한다. 차재민은 체제 바깥의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균열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즉 그의 작업은 비판과 공존, 저항과 적응 사이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동시대 주체의 복합적인 위치를 사유하게 만든다.
 
결국 차재민의 작업 세계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데 그 고유성이 있다. 그의 작품은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감각과 인식을 드러내며, 관객이 스스로 그 관계를 사유하도록 만드는 열린 장을 형성한다.

개인전 (요약)

차재민은 2014년 두산갤러리 서울을 시작으로 2015년 두산갤러리 뉴욕과 신도문화공간, 2018년 삼육빌딩, 2020년 카디스트(샌프란시스코), 2024년 일민미술관과 잘츠부르크 쿤스트페어라인(오스트리아)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해왔다.

그룹전 (요약)

차재민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두산갤러리, 잘츠부르크 쿤스트페어라인(오스트리아), 히로시마시 현대미술관(일본)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테이트 모던(영국), 뉴욕 필름 앳 링컨센터(미국) 등 주요 영화제와 상영 프로그램을 통해 스크리닝을 선보여왔다.

수상 (선정)

차재민은 제69회 오버하우젠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언급상(2023, 독일), 아트스펙트럼 작가상(2022),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2022), 제4회 두산연강예술상(2013) 등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차재민은 카디스트(샌프란시스코, 미국, 2019–2020), 두산레지던시 뉴욕(미국, 2015), 관두미술관 레지던시(타이페이, 타이완, 2015),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서울, 2017), 금천예술공장(서울, 2012) 등 국내외 주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차재민의 작품은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과 한국영상자료원, 카디스트(샌프란시스코, 미국) 등 국내외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감각과 인식

주제와 개념

차재민의 작업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들—특히 노동, 감정, 인식, 그리고 시간의 문제—를 추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의 작품은 특정 사건이나 이슈를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일상 속에 스며든 체제의 작동 방식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보다 ‘어떻게 드러나게 하는가’이다. 차재민은 노동의 조건, 감정의 형성, 인식의 매개 구조를 하나의 고정된 주제로 다루기보다, 서로 얽혀 있는 복합적인 장으로 다루며, 이를 통해 동시대 삶의 조건을 탐색한다.
 
특히 그의 작업에서 두드러지는 개념은 비물질노동과 정동적 노동이다. 단순한 생산 활동을 넘어 감정, 관계, 태도까지 노동의 영역으로 확장된 후기자본주의의 조건 속에서, 차재민은 ‘돌봄’, ‘감정 표현’, ‘자기 관리’와 같은 행위들이 어떻게 체제의 일부로 조직되는지를 탐구한다. 예를 들어 〈보초 서는 사람〉이나 〈1보다 크거나 작거나〉 같은 작품에서 드러나듯, 개인의 감정과 돌봄의 행위는 자연스러운 인간적 반응이라기보다 훈련되고 관리되는 대상으로 제시된다. 이는 인간의 내면마저도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드러내며, 주체의 자율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이와 함께 차재민은 ‘인식’ 자체를 중요한 문제로 다룬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얼마나 매개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기술, 언어, 교육, 제도와 같은 다양한 장치는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구성하며, 이는 곧 권력과 연결된다. 작가는 이러한 구조를 폭로하기보다, 관객이 그것을 ‘의심하게 만드는 상태’에 머물도록 유도한다. 이는 단순한 비판이나 폭로를 넘어, 인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실천에 가깝다.
 
또한 그의 작업은 후기자본주의의 불가피성과 그 안에서의 생존 방식이라는 역설적인 조건을 함께 포착한다. 차재민은 체제 바깥의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균열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의자 위를 걸으며〉에서 드러나는 자기계발적 언어와 노동자들의 연대적 조언이 뒤섞인 상태는, 체제에 대한 저항과 순응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낸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비판과 공존, 저항과 적응 사이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동시대 주체의 복합적인 위치를 사유하게 만든다.
 
결국 차재민의 작업 세계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데 그 고유성이 있다. 그의 작품은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감각과 인식을 드러내며, 관객이 스스로 그 관계를 사유하도록 만드는 열린 장을 형성한다.

형식과 내용

차재민의 작업은 이미지, 사운드, 내러티브 사이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형식적 전략을 특징으로 한다. 그의 영상은 명확한 서사를 구축하기보다는 단편적인 시퀀스, 다채널 구성, 시간적 어긋남을 통해 선형적 해석을 거부한다. 〈제자리 비행〉이나 〈네임리스 신드롬〉과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서로 다른 시점, 비동기적인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단절된 행위들은 지각의 틈을 만들어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사이를 능동적으로 오가게 만든다. 이러한 간극은 재현의 실패가 아니라, 매개된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핵심적인 형식 장치로 작동한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보이스오버와 이미지 사이의 어긋남이다. 차재민의 내레이션은 시각적 이미지를 설명하거나 고정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과 미묘하게 엇갈리며 의미의 유예 상태를 형성한다. 예컨대 〈의자 위를 걸으며〉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의 모습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촬영된 이미지 위로 ‘꿀팁’ 형태의 음성이 흐르며, 〈사운드 가든〉에서는 상담사들의 목소리가 전혀 다른 시간과 맥락의 이미지 위를 가로지른다. 이러한 불일치는 하나의 안정된 의미 형성을 차단하며, 관람자가 끊임없이 해석의 가능성 사이를 오가도록 만든다. 그 결과 관람 경험은 이해보다는 주의와 의심에 기반한 상태로 전환된다.
 
또한 차재민은 퍼포먼스와 반복을 중요한 구조적 장치로 활용한다. 그의 작업에는 리허설, 훈련, 반복적인 행위들이 자주 등장하며, 이는 준비와 실행의 경계를 흐린다. 〈1보다 크거나 작거나〉에서 아이들이 감정을 학습하는 과정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하는 과정으로 제시되며, 〈독학자〉에서는 동일한 텍스트가 다른 목소리로 반복되며 표현과 경험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이러한 전략은 의미와 정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과 맥락 속에서 수행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차재민의 형식은 영상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인터뷰, 텍스트, 드로잉 등 리서치 기반의 요소들을 포괄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들은 단순한 보조적 정보로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의 구조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하며, 다양한 목소리와 시간성을 병치하는 방식으로 의미를 생성한다. 그의 리서치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층위의 이야기들을 결합하는 하나의 방법론에 가깝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하나의 완결된 서사라기보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겹겹이 쌓인 구성체에 가까운 형태를 띤다.
 
결과적으로 차재민의 작업에서 내용은 형식과 분리될 수 없다. 이미지의 불안정성, 사운드의 미끄러짐, 행위의 수행성은 그가 다루고자 하는 동시대의 조건을 형식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그의 작업은 현실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현실이 매개되고 구성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관람자가 그 안에 내재된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차재민의 작업은 일관된 문제의식을 유지하면서도, 그것이 다양한 형식과 매체를 통해 변주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일상적 차원에서 추적하려는 시도이며, 이는 노동, 감정, 인식, 기술이라는 서로 다른 주제들을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주제들은 개별 작품마다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지만, 서로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지형도를 이루며 확장된다. 즉 그의 작업은 특정 시기에 한정된 관심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갱신되며 축적되는 탐구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속성은 리서치 기반의 작업 방식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차재민에게 리서치는 단순한 사전 조사나 자료 수집의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작업 전반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방법론이다. 인터뷰, 관찰, 증언, 문헌 조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축적된 자료들은 작품마다 다른 형태로 재배치되며, 이전 작업의 문제의식이 다음 작업으로 이행되는 통로로 기능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 혹은 개념은 반복적으로 변형되며 등장하고, 이는 개별 작품들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또한 그의 작업은 시간성에 대한 감각을 통해 지속성을 확보한다. 차재민은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동시대의 흐름 속에서, 느림과 지연, 반복과 같은 시간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리허설, 훈련, 대기와 같은 비가시적인 시간들은 작품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등장하며, 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사회의 시간과 다른 리듬을 제안한다. 이러한 시간성은 단순한 형식적 선택이 아니라, 타인과 관계 맺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태도로 작동하며, 그의 작업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유지된다.
 
차재민의 작업은 또한 매체 간의 확장을 통해 하나의 지형도를 구축한다. 영상 작업과 더불어 드로잉, 텍스트, 출판물 등 다양한 형식이 병행되며, 이는 각각 독립적인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출판물과 영상 작업이 상호 확장되는 방식이나, 드로잉 시리즈가 리서치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변환하는 방식은 그의 작업이 단일 매체에 종속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매체 간 이동은 그의 문제의식을 다양한 층위에서 지속시키는 동시에, 작업 세계 전체를 하나의 확장된 장으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차재민의 작업은 서로 다른 작업들이 축적되며 하나의 사유의 지형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지속된다. 반복과 변주, 확장과 재배치를 통해 구축된 이 지형도는 동시대의 복잡한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장으로 작동하며, 그의 작업이 단발적인 비평을 넘어 장기적인 탐구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Works of Art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감각과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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