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창의 작업은 회화, 만화, 일러스트의 경계를 횡단하며 동시대 시각문화 안에서 독자적인 서사 감각을 구축해왔다. 그는 초기 인디만화 작업부터 최근 회화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야기의 구조보다는 이미지가 발생시키는 감각과 분위기에 집중해왔다. 작품 속 인물과 동물, 기이한 공간들은 명확한 서사로 환원되지 않으며,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이전의 감정 상태와 심리적 풍경을 드러낸다. 이러한 태도는 만화 형식의 관습적인 독법으로부터 벗어나, 관객이 이미지를 ‘이해’하기보다 먼저 ‘감각’하도록 유도한다.
작가의 화면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정한 존재들이 있다. 얼굴 없는 인물, 무리를 이루어 이동하는 동물들, 그리고 ‘루나웨이’와 같은 캐릭터들은 모두 작가 내면의 심리적 상태와 세계 인식을 은유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매번 도망만 다니는 여자아이’로 설명되는 루나웨이는 회피와 불안, 자유와 유예 사이를 부유하는 존재로, 작가 자신의 감정적 자화상처럼 작동한다. 유창창은 이처럼 특정 서사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반복되는 형상과 감각의 잔여를 통해 불안정한 세계 감각을 구축해나간다.
그의 작업에는 유머와 멜랑콜리, 명랑함과 파괴 충동이 동시에 공존한다. 선명한 원색과 만화적 형상들은 친숙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설명되지 않는 불안과 공허, 그리고 세계에 대한 피로감이 스며 있다. 작가는 종종 추락하는 비행기, 폭포처럼 휩쓸리는 동물 무리, 비현실적인 신체와 얼굴 등을 통해 사회 구조 속에서 무력하게 휩쓸리는 개인의 감각을 암시한다. 그러나 그 감정은 비극적으로만 제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창창의 화면은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감각과 함께 세계의 균열을 드러내며, 웃음과 불안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독특한 정서를 형성한다.
이러한 작업 세계는 동시대 한국 시각예술 안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유창창은 만화적 조형 언어를 차용하지만 일반적인 서사만화의 구조를 따르지 않으며, 회화 작업 역시 완결된 이미지보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미끄러지는 상태 자체에 주목한다. 그는 회화와 만화, 고급미술과 서브컬처, 서사와 추상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구축해왔고, 이를 통해 논리와 설명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감각적 경험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