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두진은 오랫동안 비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풍경을 회화의 언어로 탐구해왔다. 그의 화면 속 세계는 나무, 바위, 바다, 구름과 같은 자연의 형상을 닮아 있지만, 실제 자연을 재현하기보다는 익숙한 현실이 낯선 차원으로 이행하는 순간을 드러낸다. 붉은빛이 감도는 하늘과 형광색의 대지, 폭풍 직전의 긴장감이 감도는 풍경은 종말적 서사와 숭고의 감각을 동시에 환기시키며,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흔들리는 감각적 경험 속으로 진입하게 만든다. 그의 회화는 특정한 서사나 메시지를 설명하기보다, 세계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충돌하는 상태 자체를 시각화하는 데 가깝다.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그가 스스로 고안한 ‘이마쿼크(Imaquark)’이다. 이는 이미지(image)의 ‘ima’와 물질의 최소 단위인 ‘quark’를 결합한 용어로, 회화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이미지의 단위를 의미한다. 안두진에게 이마쿼크는 단순한 조형적 모듈이 아니라, 끊임없이 충돌하고 증식하며 새로운 형상을 생성하는 운동의 입자이다. 이러한 개념은 회화를 하나의 완결된 재현 체계로 바라보기보다, 수많은 이미지의 단위들이 상호작용하며 임시적인 질서를 만들어내는 생성의 장으로 이해하게 한다. 그의 화면은 거대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수없이 분열되고 증식하는 이미지 입자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안두진은 회화를 통해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난 세계 인식을 제안한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바위, 거대한 자연, 소용돌이와 같은 형상들은 인간의 감정이나 서사를 초월한 시간성과 물질성을 상징한다. 특히 최근 작업에서는 거대한 바위가 점차 작은 돌멩이로 마모되어 가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변화하는 존재와 지속되는 존재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세상이 끊임없이 혼란과 충돌 속에서 움직이는 동안에도 바위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유지한다. 이처럼 그의 회화는 인간의 시선이 아닌, 보다 오래되고 비인간적인 시간의 감각을 호출하며, 영겁의 시간과 찰나의 시간이 공존하는 초현실적 세계를 구축한다.
또한 그의 작업은 ‘주인 없는 그리기’라는 태도를 통해 회화의 주체 개념 자체를 질문한다. 작가는 회화를 자신의 의도나 표현을 전달하는 도구로 보기보다, 물감과 화면, 이미지와 색채, 감각과 운동이 충돌하며 스스로 생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형광면 위에서 물감이 미끄러지고 겹쳐지며 우연적 형상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서, 작가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창작자가 아니라 충돌을 매개하는 존재로 위치한다. 이러한 태도는 회화를 작가 개인의 서명이나 스타일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미지와 물질, 감각과 시간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