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 K-ARTIST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2017
그래피티, 벽걸이용 수납장, 합판, 커텐, 식당용 의자와 식당용 테이블, 폴리에틸렌 폼, 가죽 신발, 마른 나뭇잎과 마른 나뭇가지, 돌들과 가짜 돌들, 플라스틱 화분, 스틸 파이프, 나무 토막들, 나무 선반, 시가 적힌 종이들(오픈 에디션)과 빈 종이들, 흙과 모래와 향과 재, 초와 촛대, 두루마리 휴지와 사과, 빈 액자, LED 조명,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을 위한 네온 사인,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을 위한 그림 8점,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와 서브우퍼 스피커
가변크기


About The Work

백현진은 다양한 예술의 장르를 넘나드는 다원적 창작자다. 백현진의 작업은 하나의 장르 안에서 폐쇄적으로 완결되기보다, 회화·음악·행위·영상·연기 사이를 오가며 같은 감각을 다른 형식으로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의 작업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완결된 질서보다 비정형, 통제보다 직관, 설명 가능한 서사보다 몸으로 먼저 감지되는 정서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무엇을 선명하게 재현하기보다, 불안정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 감각하는 리듬과 흔들림을 화면과 공간 안에 남기는 데 더 가깝다. 

특히, 백현진은 서울의 도시적 현실이 개인의 감정과 몸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휴게실, 피난처, 명상 공간, 연극적 장면이 뒤섞인 형태로 제시해 왔다. 그의 화면과 설치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황량함, 무기력, 멜랑콜리, 유머, 냉소는 서로 상반되는 감정이 아니라 같은 현실을 견디는 여러 방식으로 읽힌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 안정과 불안, 친숙함과 낯섦, 규칙과 오류가 동시에 존재하는 서울이라는 장소가 가진 모순을 그대로 붙들어 둔다. 그는 그 사이의 틈을 탐색하고, 그 틈을 ‘작업’한다.

백현진의 작업은 한국적 도시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것을 지역성의 표지로 소비하기보다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피로, 고독, 우스움, 생존의 감각으로 번역하는 힘을 갖는다. 서로 다른 예술 언어 사이를 오가며 연결되는 그의 작업은 오늘날 도시를 살아가는 개인의 감각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개인전 (요약)

백현진이 개최한 주요 개인전으로는 《Seoul Syntax》(PKM 갤러리, 서울, 2026), 《서울식》(탄야 보낙다르 갤러리, 로스앤젤레스, 미국, 2025), 《담담함안담담함라운지》(일민미술관, 서울, 2024), 《Videos from Seoul》(관두미술관, 타이페이, 대만, 2023), 《핑크빛 광선》(P21, 서울, 2020), 《노동요: 흙과 매트리스와 물결》(PKM 갤러리, 서울, 2019), 《그 근처》(페리지 갤러리, 서울, 2017), 《열 세점 + 보너스》(두산 갤러리, 서울, 2011), 《산만과 실체》(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2008)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백현진은 《현대미술 거장과 동시대 작가들의 조우》(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관악문화재단, 서울, 2026), 《두번째 삶》(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2025), 《Chronicles of the Future Superheroes, Second edition》(루마니아 국립미술관, 부쿠레슈티, 2023), 《구름산책자》(리움미술관, 서울, 2022),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2), 《사랑의 기술》(토탈미술관, 서울, 2020), 《The 38th Parallel - Hyunjin Bek & Kelvin Kyungkun Park》(초이앤라거 갤러리, 쾰른, 독일, 2017), 《도시·도시인》(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7), 《올해의 작가상 2017》(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7), 《그림/그림자: 오늘의 회화》(삼성미술관 플라토, 서울, 2015), 《Elastic Taboos》(쿤스트할레 빈, 빈, 오스트리아, 2007), 《Reality Bites》(대안공간 루프, 서울, 2002), 《Active Wire》(아트선재센터, 서울, 2001) 등 다수의 그룹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수상 (선정)

백현진은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다. 또한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앨범 ‘Time of Reflection’으로 최우수록-음반 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레지던시 (선정)

백현진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에 입주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백현진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몸과 감각의 흔적으로서의 예술

주제와 개념

백현진의 작업은 하나의 장르 안에서 폐쇄적으로 완결되기보다, 회화·음악·행위·영상·연기 사이를 오가며 같은 감각을 다른 형식으로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의 작업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완결된 질서보다 비정형, 통제보다 직관, 설명 가능한 서사보다 몸으로 먼저 감지되는 정서다. 초기부터 회화는 이런 감각의 핵심 매체였고, 작가는 이를 통해 ‘온전치 못한 것’, ‘일그러진 것’, ‘체계 없음’, ‘즉흥’ 같은 상태를 비언어적으로 다뤄왔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무엇을 선명하게 재현하기보다, 불안정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 감각하는 리듬과 흔들림을 화면과 공간 안에 남기는 데 더 가깝다.  
 
이 감각은 한국 도시의 생활 조건과 맞물릴 때 더 분명해진다. 개인전 《그 근처》(페리지갤러리, 2017)의 작품들이나 《올해의 작가상 2017》(국립현대미술관, 2017)에서 선보인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2017)은 실직, 파산, 이혼, 부채, 자살처럼 한국 사회의 압박을 이루는 단어들을 단순한 비판의 구호가 아니라 삶의 분위기로 전환한다. 여기서 그는 비극을 과장하거나 사회를 도식적으로 고발하기보다, 한국의 도시적 현실이 개인의 감정과 몸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휴게실, 피난처, 명상 공간, 연극적 장면이 뒤섞인 형태로 제시한다. 그의 화면과 설치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황량함, 무기력, 멜랑콜리, 유머, 냉소는 서로 상반되는 감정이 아니라 같은 현실을 견디는 여러 방식으로 읽힌다.  
 
2020년대에 들어 그의 관심은 사회적 피로와 고립, 그리고 그 안에서의 공통 감각으로 더 확장된다. 《백현진: 퍼블릭 은신(隱身)》(로얄엑스, 2021)에서 그는 공동체가 약해진 시대의 우울과 고독을 ‘은신처’라는 공간 개념으로 번역했고, 최근 개인전 《서울식》(PKM 갤러리, 2026)에서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거대한 배경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정서가 통과한 감각의 총체로 다뤘다. 최근 작업에서 서울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안정과 불안, 친숙함과 낯섦, 규칙과 오류가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이며, 작가는 그 모순을 정리하기보다 그대로 붙들어 둔다. 이때 그의 주제의식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기보다, 오히려 더 적은 설명과 더 느슨한 구조 속에서 오래 남는 감각으로 이동해왔다고 볼 수 있다. 

형식과 내용

백현진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몸짓이다. 평면 작업은 완성된 이미지를 설계해 옮기는 방식보다 붓질 자체가 사건이 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익명의 초상, 기하학적 흔적, 얼룩, 비정형의 덩어리, 반복되는 모양들이 화면 위에서 부딪치고 흩어진다. 몇 년 전까지 자주 등장한 익명의 인물들은 평범한 삶의 황량한 분위기에서 비롯되었고, 이후에는 점차 구체적 형상보다 표면의 흔적과 리듬이 더 전면에 놓이게 된다. '패턴 같은 패턴'(2018-2019) 연작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비슷한 형태가 반복되다가도 어느 순간 뭉개지거나 비어 버리는 화면을 통해 질서처럼 보이지만 끝내 질서로 고정되지 않는 상태를 드러낸다. 이 연작에서 상하좌우를 고정하지 않고 설치 매뉴얼까지 비워 둔 태도는, 화면뿐 아니라 전시 방식에서도 체계의 완결을 미루는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의 형식은 회화에만 머물지 않고 사운드, 퍼포먼스, 영상, 인쇄물, 공간 구성 등과 함께 놓이며 확장성을 보여왔다. 《그 근처》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길바닥 이미지, 반복 부착된 포스터, 배경음처럼 흐르는 사운드, 무심한 영상들을 통해 도시의 표면을 하나의 감각 환경으로 구성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일상 속에서 우연히 채집된 장면을 어떻게 작가 자신의 리듬으로 재배치하느냐이다. 술집 CCTV,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클럽에서 춤추는 발처럼 사소한 장면이 작업이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특별한 이미지를 찾아내기보다, 이미 우리 주변에 있으나 쉽게 지나치는 순간들 속에서 감정의 징후를 포착한다.  
 
최근에는 재료와 화면의 물성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보인다. 과거의 작업이 밀도 높은 축적과 거친 표면, 덧칠과 삭제의 반복을 통해 도시의 복잡함을 밀어 올렸다면, 《서울식》에서는 장지 위 유채를 중심으로 여백이 커지고 호흡이 느슨해진다. 〈멈춤〉(2025), 〈난제〉(2025), 〈갈팡질팡〉(2025) 같은 유화 작품에서는 나무, 숲, 산, 왕관처럼 읽히는 형상이 반복되지만, 그것은 상징의 명확한 전달보다 불안정한 패턴의 변주에 가깝다. 여기에 〈빛 23〉(2023) 같은 영상이 더해지면서 그의 작업은 화면의 붓질, 음악의 리듬, 인물의 움직임을 하나의 감각선으로 엮는다. 최근 장지 사용이 편안한 물성, 흡수성, 여백의 미감과 연결된다는 점도 확인되는데, 이는 형식을 단순히 바꾸었다기보다 몸에 맞는 속도와 호흡을 다시 찾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지형도와 지속성

백현진의 독창성은 여러 장르를 병행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장르들이 결국 하나의 감각 구조 안에서 작동한다는 데 있다. 많은 다매체 작가들이 매체별 형식을 분리해 다루는 것과 달리, 그는 노래하듯 그리고, 연기하듯 노래하고, 그리듯 연기한다는 평가처럼 서로 다른 영역을 거의 같은 감각으로 연결한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정지된 이미지라기보다 몸의 흔적에 가깝고, 퍼포먼스와 영상은 서사를 전달하기보다 회화적 리듬을 확장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연결성 덕분에 그의 작업은 장르 혼합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동시대 도시를 살아가는 개인의 감각을 더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작업 세계가 흥미로운 이유는 변화의 방식에도 있다. 초기에는 거칠고 밀도 높은 표면, 익명의 초상, 도시의 상처 난 풍경이 두드러졌고, 2017년 전후에는 사회적 병리와 개인적 피로가 설치와 서사적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이후 《백현진: 퍼블릭 은신》에서는 고립과 거리두기의 감각이 보다 직접적인 공간 경험으로 조직되었고, 《서울식》에 이르면 그 긴장감이 여백, 반복, 느슨한 패턴, 담백한 색채로 옮겨간다. 즉 그의 작업은 주제가 완전히 바뀌었다기보다, 같은 현실을 다루는 방식이 밀도와 과잉의 국면에서 비움과 간격의 국면으로 이동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불완전함, 오류, 흔들림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유지되지만, 최근에는 그것을 더 적은 언어와 더 넓은 호흡으로 다루고 있다.  
 
백현진의 작업은 특정 매체의 숙련으로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감각 체계를 계속 교차시키는 방향에 가까워 보인다. 이미 그는 회화, 사운드, 영상, 퍼포먼스를 오가며 서울이라는 장소성과 개인의 정서를 함께 다뤄왔고, 최근에는 재료의 물성과 화면의 여백까지 더 섬세하게 조절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작업은 한국적 도시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되, 그것을 지역성의 표지로 소비하기보다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피로, 고독, 우스움, 생존의 감각으로 번역하는 힘을 갖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예술 언어 사이를 오가면서도 끝내 자기 호흡을 잃지 않는 감각의 지속성으로 읽힐 수 있다.

Works of Art

몸과 감각의 흔적으로서의 예술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