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이 아닌 것은 없다 - K-ARTIST

미신이 아닌 것은 없다

2024
철사, 와이어 메쉬, 시멘트, 점토, 인공돌, 털, 가죽
15 x 25 x 30 cm (12개)


About The Work

임정수는 조각과 이와 연계된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작업해 오면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관습에 따라 생성되는 부산물들에 관심을 가진다. 작가는 “왜 우리는 어떤 것을 옳은 행위로,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여길까?” 질문하며, 그것이 무엇인지 결정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이고 그것을 인지하는 ‘나’라는 주체는 어떻게 정의되는지 탐구한다.

임정수는 이와 같은 질문들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으며,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동물, 식물의 외형을 따라한 장식적 패브릭,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를 주로 사용해 조각을 제작해 왔다. 그의 조각은 동물, 식물, 사물의 물성이 동일 선상에 놓이며 재구성된 제3의 존재로서 고정된 주체와 시각을 벗어나게 한다.

임정수는 독립적이고 불변하는 창조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에너지의 한 덩어리로서의 존재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관점을 가지고 기존 범주 밖에 있거나 그 경계선에 있는 대상을 쫓는다. 그에 따르면, 이런 대상은 주어가 없는 문장, 배경 전체로서의 주체,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개인, 몸이 기억하는 미신, 원자로서의 마음, 비인간, 사물의 언어 등을 포함한다.

임정수는 조화, 신화 속 동물 모형, 동물 피부 패턴으로 디자인된 물건 등 자연을 모방하는 사물, 다중적 의미를 포함하는 글귀, 인간의 욕망이 응축된 싸구려 이미지 등을 하나의 장면으로 재배열하여 현재의 풍경을 조각, 퍼포먼스, 영상 등으로 풀어낸다. 이때 물건의 기존 용도보다는 색, 질감, 형태, 크기와 같은 사물의 피부를 통해 사물과 관계를 맺는다.

나아가 작가는 인간의 신체 또한 사물 중 하나로 규정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비인간과 인간의 신체가 중첩되는 시간과 장소를 다룬다. 그는 주체가 표면이나 파편과 같이 찰나에 유동적으로 형성된다는 관점을 기반으로 사물, 동물, 식물이라는 대상을 관통하는 서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인간의 몸을 사물화하여 주체와 객체 간의 우위를 벗어나 서로 순환하도록 함으로써 인간 중심의 관점을 전복한다.

개인전 (요약)

임정수가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About One Thing》(Artotéka, 프라하, 2026), 《진달래거나 궤양》(공간서로, 서울, 2025), 《핀치새》(갤러리도스, 서울, 2024), 《자스타브카 & 스타니체》(2/W + 위켄드,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임정수는 《파상경계》(스페이스 458, 서울, 2026), 《Primeval Water》(Galerie 1, 프라하, 2025), 《두산아트랩 전시 2024》(두산갤러리, 서울, 2024),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3-2024), 《각》(하이트컬렉션, 서울, 2022), 《10 픽쳐스》(웨스, 서울, 2020), 《초-극적 단상》(SeMA 창고, 서울,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임정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NCCA Art Residence Kronstadt(2018), 포르투갈 리스본의 Zaratan–Arte Contemporânea(2018), 네덜란드 엔스헤데의 ARE Holland(2017), 스페인 이룬의 Bitamine Faktoria(2016) 등 해외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임정수의 작품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유동하고 가변하는 주체

주제와 개념

임정수의 작업은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분류하는 방식, 특히 ‘나’라는 주체가 형성되는 조건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왜 어떤 행위는 옳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지, 그러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탐색하며, 이를 통해 주체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유동적인 상태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일상적 사물과 비인간 존재를 동등한 층위에 놓는 조형 언어로 이어지며, 〈정원용 배경〉(2017)이나 〈배경배경〉(2017)과 같은 초기 작업에서 이미 인간 중심적 시각을 벗어난 시도가 나타난다. 
 
이러한 시선은 이후 사물과 인간, 자연과 인공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장식적 패브릭, 인공 식물, 동물 패턴 오브제 등을 통해 자연을 모방한 사물들을 재배열하고, 이를 통해 제3의 존재를 구성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설정해온 범주 자체를 흔드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첫번째 개인전 《벽, 땅, 옆》(김종영미술관, 2017)에서 일상용품에 ‘나비’, ‘동물’, ‘구름’과 같은 자연의 이름을 부여한 방식은, 익숙한 사물과 개념 사이의 연결을 해체하고 새로운 인식 구조를 제안하는 사례다. 
 
2019년 개인전 《자스타브카 & 스타니체》(2/W + 위켄드, 서울, 2019)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몸’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심화된다. 작가는 ‘껍질 오브제’라 불리는 형상을 통해 신체와 사물을 동일한 존재로 다루며, 무대 위에서 인간과 사물 사이의 위계를 지운다. 이때 주체는 더 이상 인간에게 고정되지 않고, 이름과 감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상태로 나타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언어와 서사로까지 확장된다. 〈진달래거나 궤양〉(2025)이나 〈모든 고래가 다리를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2025)와 같은 작업에서는 문학 텍스트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름과 기억이 어긋나는 순간에 생성되는 혼종적 상태를 다룬다. 이때 주체는 더 이상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며, 사물·언어·신체가 교차하는 장면 속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다.

형식과 내용

임정수의 작업은 조각을 중심으로 하되,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사물을 기존의 기능이나 의미가 아닌 색, 질감, 형태와 같은 ‘표면’을 중심으로 다루며, 이를 통해 사물과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접근은 〈벽, 땅, 옆〉(2017)에서 카페트, 울타리, 건조대, 담요와 같은 생활용품을 조합해 새로운 조형 구조를 만든 작업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간 구성 또한 중요한 요소다. 작가는 개별 오브제를 하나의 조각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전체 공간을 하나의 조각적 장면으로 구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이 특정 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며 다양한 시점에서 장면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이때 작품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관람자의 동선과 시선에 따라 변화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퍼포먼스와의 결합은 이러한 조각 개념을 더욱 확장시킨다. 〈너의 가로수가 되거나, 너의 베란다 울타리가 되거나〉(2017)에서는 식물 장식 오브제와 퍼포머의 몸짓, 그리고 언어가 결합되며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다. 지시문 형태의 문장은 퍼포머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이 움직임은 다시 공간과 사물의 관계를 변화시키며 사건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조각은 단순한 물질적 구조를 넘어, 시간성과 행위를 포함하는 매체로 확장된다.
 
영상 작업은 이러한 과정의 또 다른 층위를 형성한다.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동시에, 설치와 사건이 구현된 또 하나의 ‘장소’로 기능하는 영상은 조각의 평면화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매체 간 이동은 단체전 《10 픽쳐스》(웨스, 서울, 2020)에서처럼 평면과 입체, 시각과 촉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으로 이어지며, 조각을 하나의 고정된 장르가 아닌 변형 가능한 구조로 확장시킨다. 

지형도와 지속성

임정수는 조각을 중심으로 하되, 그것을 설치, 퍼포먼스, 영상으로 확장하며 매체 간 경계를 지속적으로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특정 형식에 머무르기보다, 사물·몸·언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는 조각을 물질적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상황’이나 ‘장면’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동시대 미술에서 오브제와 설치, 퍼포먼스를 결합하는 작업은 흔하지만, 임정수의 작업은 사물의 ‘표면’과 ‘장식성’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는 기능이나 상징보다 사물의 감각적 속성에 주목하며, 이를 통해 장소의 성격이나 사회적 맥락을 드러낸다. 이러한 접근은 사물을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다루는 태도로 이어진다.
 
또한 그는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를 해체하며, 이를 조각적 구조 안에서 구현한다. 〈미신이 아닌 것은 없다〉(2024)나 〈갈라파고스 핀치〉(2024)에서처럼 다양한 존재의 형상을 결합해 만든 작업들은, 명확한 정체성을 갖지 않는 존재를 통해 새로운 인식 방식을 제안한다. 이때 조각은 특정 형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상태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최근에는 문학과 언어를 작업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조각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텍스트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몸과 사물, 공간 속에서 재구성되는 과정은 조각을 하나의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생성과 변형의 과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러한 흐름은 임정수의 작업이 특정 형식에 수렴되기보다, 서로 다른 층위의 감각과 매체를 연결하며 지속적으로 변형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Works of Art

유동하고 가변하는 주체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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