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섬 - K-ARTIST

살아있는 섬

2020
한달 가량 진행한 퍼포먼스



About The Work

문서진은 물리적 세계와 몸으로 씨름하는 조각적 과정에 주목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몸과 마음의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삶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조각, 설치, 퍼포먼스의 형태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초기 작업에서 문서진은 몸의 수행을 통한 경험을 영상으로 담아내곤 하였다. 어떤 것의 표면을 만지고 무게를 들고 나르는 일을 통한 그의 작업은 몸의 여러 감각들 중에서도 촉감과 관련되어 왔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단순히 몸의 노동으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인 일에 집중할 때의 감각의 변화와 발생을 담아내며, 그 과정에서 작가 개인이 경험한 몸과 마음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나아가, 작가는 그러한 순간들을 무게와 두께를 가진 조각, 또는 빛이나 몸의 움직임 등 다양한 감각적 형태로 번안한다. 

이후 작가는 개인적 서사에서 출발한 몸에 각인된 관계의 기억을 관객의 신체적 경험을 통해 전달하며, 몸과 몸이 맞닿는 감각에 대해 다뤘다. 그리고 최근의 작업에서는 종이와 씨앗, 식물의 생애가 얽힌 물질적 구조 속에서, 인간과 자연, 죽음과 삶이 서로 매개하는 생태적 장면에 대해 탐구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을 통해 문서진은 면과 면, 몸과 몸이 접촉하며 만들어지는 관계의 순간들에 주목해 왔다. 몸의 수행을 통한 조각적 과정 속에서 작가는 거대한 생의 순환 속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감각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며, 또 소멸해 나가는지를 탐구한다.

개인전 (요약)

문서진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뿌리내리며 떠돌아다니는》(씨알콜렉티브, 서울, 2025), 《맨질맨질하고 딱딱한 삶에 대한》(레인보우큐브, 서울, 2022), 《살아있는 섬》(CICA 미술관, 김포, 2020)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문서진은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6), 《마당: 마중합니다 당신을》(수원시립미술관, 수원, 2023), 《여름생색전》(인사아트센터, 서울, 2023), 《Skyline Forms on Earthline》(두산갤러리, 서울, 2022), 《Selfish Art-Viewer: 오늘의 감상》(금천예술공장, 서울, 2021), 《낙관주의자들》(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문서진은 Pier 2 Art(가오슝, 대만, 2025),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 레지던스(마스트리히트, 네덜란드, 2023-2024), 푸른지대창작샘터(수원, 2023),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고양, 2022). 금천예술공장(서울, 2021)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Works of Art

면과 면, 몸과 몸이 접촉하며 만들어지는 관계의 순간들

주제와 개념

문서진의 작업은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특히 몸을 통해 축적되는 감각과 기억을 조형적으로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 〈물질 놀이〉(2013)와 ‘물길’(2015–2016) 연작에서 그는 흙, 유리, 석고와 같은 물질이 시간과 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실험하며, 인간이 설정한 가정과 실제 결과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다. 이 시기 작업은 물질 자체의 성질을 탐색하는 데 집중되어 있지만, 동시에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을 다시 시험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러한 관심은 2019년을 전후로 점차 인식의 문제로 확장된다. ‘세계지도’(2019) 연작, 특히 〈세계지도: 오렌지 껍질 문제〉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계의 이미지가 사실은 왜곡된 구조 위에 놓여 있음을 드러내며, ‘지식’과 ‘인지’ 사이의 불일치를 환기한다. 이어 〈Into the Grid〉에서는 자신의 신체를 공간 속에 직접 개입시키며,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몸으로 세계를 통과하는 존재’로 이동한다.
 
이후 작업은 점차 ‘삶에 대한 은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대표적으로 〈살아있는 섬〉(2020)은 사라질 것을 전제로 눈을 쌓아 섬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통해, 시간 속에서 소멸하는 존재의 조건을 드러낸다. 반복적인 노동과 위험한 환경 속에서 진행된 이 작업은 삶이 지속성과 불안, 아름다움과 죽음의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한다는 점을 체험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전 《맨질맨질하고 딱딱한 삶에 대한》(레인보우큐브, 2022)과 《뿌리내리며 떠돌아다니는》(씨알콜렉티브, 2025)에 이르러, 이러한 탐구는 관계와 기억의 문제로 더욱 구체화된다. 할머니의 기억을 촉각으로 더듬는 작업이나, 종이와 씨앗을 통해 생태적 순환을 다루는 작업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생명과 죽음이 얽힌 구조를 사유하게 만든다. 이때 ‘몸’은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틀이 된다.

형식과 내용

문서진의 작업은 조각, 퍼포먼스, 설치, 텍스트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초기 작업에서는 물질을 직접 가열하거나 물을 흘려보내는 실험적 방식이 중심이었으며,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 자체를 드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때 형식은 실험 장치에 가깝고, 결과물은 완결된 조형이라기보다 변화의 흔적으로 남는다.
 
이후 퍼포먼스 작업에서 작가는 자신의 신체를 주요 매체로 끌어들인다. 〈비우기: 몸으로〉(2018)는 텍스트가 새겨진 원통을 굴리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언어를 지우는 과정을 수행으로 전환하며, 〈살아있는 섬〉에서는 장기간의 노동을 통해 자연 속에서 사라질 구조를 만든다. 이때 영상 기록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시간을 대신하는 또 다른 층위의 작업이 된다. 
 
《맨질맨질하고 딱딱한 삶에 대한》에서는 이러한 형식이 촉각 중심의 설치로 전환된다. 〈전화번호부 비석〉(2022)과 〈전화번호부〉, 〈그의 침묵: 그의 말〉은 글자를 읽는 대신 만지도록 유도하며, 언어를 촉각적 경험으로 치환한다. 특히 종이에 압인된 문장이나 금속 활자는 ‘표면과 표면의 접촉’이라는 조각적 사건을 발생시키며, 관객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최근 작업에서는 종이와 식물, 디지털 매체가 결합되며 형식이 더욱 확장된다. 〈한 장들〉(2019–2025)은 다양한 장소에서 채집한 식물로 만든 종이를 통해 시간과 장소의 흔적을 담고, 〈던져진 것들〉(2025)과 〈서 있는 것들〉은 종이 위에서 생명이 발아하는 과정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텃밭에서〉(2025)는 3D 스캐닝과 인터랙티브 장치를 활용해 촉각적 경험을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한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물질적 조각에서 출발해 점차 감각, 시간, 생태, 기술이 결합된 복합적 구조로 발전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문서진의 작업은 ‘몸을 통한 인식’이라는 일관된 축을 중심으로, 물질 실험에서 퍼포먼스, 그리고 촉각적 설치와 생태적 작업으로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초기에는 물질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후에는 자신의 신체를 실험의 변수로 도입하고, 나아가 타자와의 관계와 생명의 순환까지 탐구 범위를 넓혀왔다. 이러한 흐름은 결과보다 과정, 완결보다 변화에 주목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특히 그의 작업은 촉각을 중심으로 한 감각 경험을 통해 관객과의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많은 조각이 시각적 감상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문서진은 만짐, 넘김, 접촉과 같은 행위를 통해 작품이 완성되도록 유도한다. 이는 조각을 다시 ‘몸의 예술’로 환원시키는 동시에, 관객을 작업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또한 텍스트를 사용하는 방식 역시 특징적이다. 그는 언어를 의미 전달의 도구로 사용하기보다, 촉각적 경험을 유도하는 매개로 활용한다. 글자는 읽히기보다 만져지고, 기억은 서사로 정리되기보다 파편적으로 감각된다. 이러한 방식은 언어의 불완전성을 전제로 하면서도, 그것을 통해 오히려 더 깊은 감각적 경험을 생성한다.
 
최근의 식물-종이 작업과 디지털 작업은 이러한 흐름을 생태적이고 기술적인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종이, 씨앗, 시간, 환경이 얽히는 구조는 인간을 독립된 주체가 아닌 관계 속 존재로 위치시키며, 그의 작업을 보다 넓은 생태적 맥락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점에서 문서진의 작업은 특정 매체에 고정되기보다, 감각과 관계를 중심으로 유연하게 변형되는 구조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Works of Art

면과 면, 몸과 몸이 접촉하며 만들어지는 관계의 순간들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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