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숲에서 너를 그려 - K-ARTIST

나비 숲에서 너를 그려

2024
캔버스에 유채
200 x 150 cm
About The Work

유재연은 밤의 사유들로부터 출발한 현실과 환상이 병존하는 풍경을 구축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들로부터 출발한 개인의 상상과 사유를 ‘밤’이라는시간과 장소에 집중하여 풀어나간다.
 
유재연의 작업은 사적인 기억인 동시에 환상과 현실이 만나는 간극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유년시절의 경험과 기억을 애틋하게 시각화하고 한 켠에는 불안한 상황 혹은 불분명한 대상을 등장시킨다. 이는 사회와 개인, 과거와 현재, 내면과 외부, 존재와 인식 등과 같은 이중적인 세계 사이의 간극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유재연은 감각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드러나고 내면에 고요히 침잠하는 시간대인 밤을 배경으로, 환상과 현실이 만나는 간극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을 푸른 빛깔의 화면 속에 직조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사회와 개인,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 등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났을 때 오는 미묘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며, 환상적인 화면 너머로 진지한 사색의 여지를 남긴다.

개인전 (요약)

유재연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Weeping Brushes》(도잉아트, 서울, 2025), 《밤에 그리러 나갔다가: Night Sketch》(도잉아트, 서울, 2024), 《Run Hide Tell》(갤러리 아트소향, 부산, 2023), 《Dream Weaving》(Union Gallery, 런던, 2023)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유재연은 《나의 진실된 환상》(아트센터자인, 서울, 2024), 《평면을 모양으로 스트레칭》(뉴스프링 프로젝트, 서울, 2023), 《STILL STANDING》(Union Gallery, 런던, 2022), 《No one is here》(도잉아트, 서울, 2021),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챕터투 & 챕터투야드, 서울, 2020), 《EMAP 2019 [BE COLORED]》(이화여자대학교, 서울,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유재연은 힉스 어워드 2016, 덴톤스 아트 프라이즈 2017 등을 수상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유재연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헬로우뮤지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밤의 풍경"

주제와 개념

유재연의 작업은 ‘밤’이라는 시간대를 매개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해왔다. 〈Night Walker〉(2016)를 시작으로 전개된 ‘나이트 워커’ 연작은 고요한 밤의 공원을 홀로 걷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인물들은 특정한 서사를 지닌 주인공이라기보다, 사회와 개인,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체현하는 존재에 가깝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언급해온 고립과 자유의 이중 감각은 이러한 밤의 풍경 안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Night Skater〉(2018), 〈Moon Reader〉(2019), 〈Wetland Stroller〉(2019) 등으로 이어지는 작업에서 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각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런던 체류 시기 경험한 ‘블루 타임’은 화면 전체를 감싸는 푸른 색조로 시각화되며, 이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매개가 된다. 이때 화면 속 장면은 실제 도시의 풍경이면서도 어딘가 낯선, 현실에서 한 발 비켜난 상태를 유지한다.
 
개인전 《The Night is Young》(갤러리룩스, 2019)에서 작가는 이를 “개인이 구축한 상징계와 현실사회의 실재계가 만나 생기는 부스러기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인식은 이후 팬데믹 시기를 거친 《Great to see you》(갤러리룩스, 2021)에서 더욱 내면화된다. 봉쇄 기간 동안 창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각한 외부 세계는 평평하게 가라앉은 풍경으로 나타나고, 대신 초현실적 장면과 상징적 존재들이 화면을 채운다.
 
최근 개인전 《Run Hide Tell》(아트소향, 2023)과 《Weeping Brushes》(도잉아트, 2025)에 이르러 작가의 관심은 외부 풍경에서 창작의 내부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리기’를 현실로부터의 피신(Run), 화면 속 은신(Hide), 다시 세상으로의 발화(Tell)로 은유한 《Run Hide Tell》은 회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서사로 다룬다. 이어 《Weeping Brushes》에서는 밤의 작업실과 도구에 주목하며, 간극의 문제를 풍경이 아닌 창작 행위와 도구의 관계 안에서 재사유한다.

형식과 내용

유재연의 회화는 드로잉적 선과 평면적 색면을 결합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초기 ‘나이트 워커’ 연작에서 인물과 풍경은 비교적 단순한 윤곽선과 평면적인 색채로 구성되지만, 얇게 쌓인 레이어는 화면에 미묘한 깊이를 형성한다. 특히 블루 계열을 중심으로 한 제한된 색채 사용은 장면을 단일한 정서 안에 묶어두면서도, 현실과 환상의 이중성을 암시한다.
 
〈Ice-cream Eater〉(2019)나 〈On the blinking hill〉(2021)에서 보이듯, 밝고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외형과는 달리 화면 안에는 불안, 죽음, 부재와 같은 주제가 은근히 스며 있다. ‘소년’, ‘무덤’, ‘하얀 새’와 같은 반복적 도상은 고정된 상징이라기보다 유동적으로 변형되는 존재로 남겨진다. 이처럼 표면의 친숙함과 내면의 전복적 요소 사이의 간극은 작가의 형식적 전략이기도 하다.
 
한편 ‘조각회화(piece-painting)’는 유재연 작업의 또 다른 축을 이룬다. ‘Home Boat’, ‘Nightscape’ 연작에서 볼 수 있듯, 작가의 드로잉북에서 추출된 작은 마커 드로잉은 두께를 지닌 비정형 패널로 확대되어 공간 안에 설치된다. 이는 평면 회화와 조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식으로, 드로잉의 속도감과 즉흥성을 유지하면서도 물리적 존재감을 획득한다.
 
《Weeping Brushes》에 이르러 화면은 인물 중심의 풍경에서 작업실 내부로 이동한다. 늘어진 붓, 팔레트 위의 물감, 세척되는 붓의 물결, 벽에 기대어 있는 ‘과정 중의 그림들’은 창작의 시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등장한다. 이때 물감의 질감과 레이어는 감각적 체험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며, 회화는 더 이상 외부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내면과 도구, 공간이 교차하는 장이 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유재연의 작업은 현실과 환상이 충돌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의 파편과 간극을 시각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애니메이션적 어법과 드로잉 기반 회화를 활용하면서도, 단순한 이미지 소비로 환원되지 않는 서사적 밀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축적한 경험은 그의 화면에 도시적 감각과 자연적 요소를 동시에 남긴다. 힉스 어워드 2016, 덴톤스 아트 프라이즈 2017 수상 이후 《Dream Weaving》(Union Gallery, 런던, 2023), 《Night Sketch》(도잉아트, 2024), 《When Fantasy Becomes Reality》(아트센터 자인, 2024) 등 국내외 전시를 통해 작업은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이는 특정 지역적 맥락에 머무르지 않는 보편적 정서—고립, 자유, 불안, 사유—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초기의 밤 풍경에서 출발한 작업은 팬데믹을 거치며 내면적 상상과 초현실적 장면으로 확장되었고, 최근에는 창작 행위와 도구, 작업실이라는 메타적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외부 세계를 확장하는 방식이라기보다, 동일한 문제의식을 다른 층위에서 반복하고 변주하는 과정에 가깝다.
 
앞으로도 유재연의 작업은 밤이라는 시간성, 드로잉의 즉흥성, 그리고 회화의 물질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간과 맥락 속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방향은 거창한 확장보다는, 서로 다른 세계가 맞닿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균열을 계속해서 관찰하고 축적하는 데 있을 것이다. 작가의 화면은 여전히 그 틈 사이를 응시하는 자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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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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