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vas in Gray - K-ARTIST

Canvas in Gray

2014
캔버스에 유채
162.2 x 112.1 cm
About The Work

김찬송은 존재의 견고함이 흐려지고 유동적으로 변하는 찰나의 순간에 주목한다. 특히, 작가는 오랜 시간동안 ‘신체’를 사유하며, 익숙했던 자신의 몸이 돌연 낯설고 물성적인 감각으로 인식되는 순간에 주목해 왔다.
 
스쳐가는 감정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그의 작업은, 익숙함에서 벗어난 낯선 순간 속에서 드러나는 대상과 그 바깥의 경계에 대해 사유한다.
 
김찬송은 나를 이루는 것과 나를 둘러싼 바깥의 것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경계에 대해 사유하며, 이를 회화라는 언어로 번안해 왔다. 그의 화면 속 낯설고도 익숙한 신체와 자연의 모습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각을 다시금 의식하고, 몸이라는 경계 안팎에서 진동하는 감정과 기억, 에너지의 흔적들을 인식하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김찬송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Vein and Fever》(파이프 갤러리, 서울, 2025), 《허물어지고 부딪히는》(박서보재단, 서울, 2025), 《Border of Skin》(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파주, 2023), 《The Blue Hour》(파이프 갤러리, 서울,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찬송은 《Small Paintings – My Bijou》(김리아 갤러리, 서울, 2025), 《My World in Your World》(뉴스프링프로젝트, 서울, 2024), 《Discovery :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록펠러 센터, 뉴욕, 미국, 2023), 《The Body of Non-body》(Brownie Project, 상하이, 중국, 2022), 《하드너》(을지예술센터, 서울, 2022), 《Boundary》(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김찬송은 GAMMA Young Artist Competition에서 올해의 신진작가(2020)로 선정된 바 있으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드로잉 작가상(2016), 제2회 겸재정선미술관에서 내일의 작가상(2011)을 수상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김찬송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대전, 2021),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보-쉬르-센느, 프랑스, 2018) 등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찬송의 작품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박서보재단, 청주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주제와 개념

김찬송의 작업은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로 정리할 수 있다. 그의 출발점은 타자화된 신체 경험이었다. 〈Canvas in Gray〉(2014)와 〈Frontier〉(2015)로 이어지는 ‘Uncanny Gap’(2014) 연작에서 그는 사진 촬영 과정 중 우연히 마주한 얼굴 없는 자신의 몸을 회화로 옮겼다. 가장 익숙하다고 믿었던 신체가 낯선 사물처럼 인식되는 순간, 몸은 더 이상 주체의 중심이 아니라 ‘주체를 흔드는 대상’이 된다. 이때 경계는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선이 아니라, 자신과 타자가 뒤섞이는 불안정한 지점으로 설정된다.
 
〈Island of Loss〉(2016)를 기점으로 신체는 더욱 분절되고 확대된다. 손, 발, 상체 등 특정 부위는 화면을 가득 채우며 익명성을 강화한다. 몸은 개인의 정체성을 지시하는 표식이 아니라, 물질성과 감각을 드러내는 덩어리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주체와 객체 사이의 관계는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흔들린다. 작가는 이 모호한 지점을 통해 ‘나’라는 개념이 얼마나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Garden of Mistrust’(2018) 연작에서 신체 바깥으로 확장된다. 파리 체류 경험을 계기로 시작된 이 연작은 외래 식물이 기존의 생태계와 충돌하고 뒤섞이는 장면을 다룬다. 서로 다른 기원이 한 공간 안에서 충돌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신체 내부에서 벌어지는 감각의 충돌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경계는 고정된 선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편되는 관계의 장이 된다.
 
최근 작품 〈Skin and Green Shadow〉(2023)이나 개인전 《허물어지고 부딪히는》(박서보재단, 2025), 《Vein and Fever》(파이프 갤러리, 2025)로 이어지는 작업에서는 신체 전체보다 ‘피부’라는 표면에 집중한다. 피부는 내부와 외부가 맞닿는 막이자, 시간과 감각의 흔적이 축적되는 장소로 제시된다. 여기서 경계는 붕괴의 지점이 아니라, 감각이 드나드는 유동적인 접촉면으로 재정의된다.

형식과 내용

김찬송의 회화는 사진에서 출발하지만, 재현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Uncanny Gap’ 연작에서 수백 장의 사진을 촬영하는 반복적 행위는 신체를 하나의 오브제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다. 회화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신체는 왜곡되고 잘려 나가며, 누구의 몸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이때 화면은 정지된 순간이 아니라, 인식이 흔들리는 과정 자체를 담는 장이 된다.
 
‘Garden of Mistrust’에서는 물감의 흐름과 역동적인 붓질이 경계의 충돌을 시각화한다. 부러지고 엉키고 겹쳐지는 식물의 형상은 서로 다른 질서가 맞닿는 긴장을 드러낸다. 색채는 자연의 묘사라기보다 충돌의 흔적에 가깝다. 물감이 섞이고 번지는 과정은 개입과 적응, 변형의 시간을 암시한다.
 
《Border of Skin》(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2023)에서는 캔버스 표면이 피부와 동일시된다. 두터운 물감은 살갗의 질감을 구성하고, 붓의 속도와 방향은 감각의 이동을 기록한다. 피부 위를 스치는 공기, 빗방울, 햇빛 같은 요소들은 구체적 재현 대신 촉각적 흔적으로 남는다. 회화는 이미지라기보다 감각의 축적물에 가까워진다.
 
《Vein and Fever》에서 선보인 ‘Vein and Fever’(2025) 연작, 〈Beneath the Surface〉(2025), 〈The Skin of Water〉(2025), 〈Tails〉(2025)는 감각의 흐름을 보다 추상적으로 다룬다. ‘Vein’은 인지 이전의 미세한 파동을, ‘Fever’는 그것이 표면으로 고조되는 순간을 가리킨다. 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다시 얼음으로 응고되는 순환의 상상은 감각의 생성과 응고를 은유한다. 화면 위 질감의 변화, 속도의 대비, 방향의 전환은 감각이 떠오르고 사라지는 리듬을 구성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찬송의 작업은 신체를 다루지만, 인물 재현이나 정체성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몸을 ‘경계의 장소’로 설정하고, 그 경계가 흔들리는 지점에서 감각과 관계의 구조를 탐구한다. 이는 최근 동시대 회화에서 나타나는 물질성과 감각에 대한 관심과 맞닿아 있지만, 김찬송의 경우 그 출발점이 개인적 신체 경험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Uncanny Gap’에서 시작된 신체의 분절은 ‘Garden of Mistrust’를 거쳐 자연과 환경으로 확장되었고, 이후 피부라는 표면에 대한 탐구로 수렴된다. 이러한 흐름은 외부 세계를 향해 확장되기보다는, 내부와 외부의 접점으로 지속적으로 압축되는 방식에 가깝다. 경계를 넓히기보다, 경계의 두께를 탐색하는 방향이다.
 
그의 최근 작업은 회화의 물질성을 통해 감각의 층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두터운 유화 물감의 축적, 질감의 밀도, 붓질의 흔적은 단순한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감각의 기록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 중심 환경 속에서 물질적 회화가 가질 수 있는 감각적 밀도를 환기시키는 태도로 읽힌다.
 
파리 이응노 레지던스(보-쉬르-센느, 프랑스, 2018),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2021) 등의 경험과 《Discovery : 12 Contemporary Artists from Korea》(록펠러 센터, 뉴욕, 2023) 등 해외 전시 참여는 그의 작업이 특정 지역 맥락에 한정되지 않고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신체와 감각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기반으로, 그는 회화라는 매체 안에서 경계의 문제를 꾸준히 변주해오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감각과 물질, 표면에 대한 탐구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작품세계를 확장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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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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