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적 풍경 - K-ARTIST

지층적 풍경

2017
한지에 색연필, 콜라주
97 x 97 cm
About The Work

김원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록된 기억이 변이되고 망각되는 것에 주목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나간 순간들을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과거의 기억들을 분절하고, 그 조각들을 섞고 한 조각씩 화면에 다시 붙인다.
 
이처럼 과거의 기억을 다시 읽어보는 행위로써 화면을 구성하는 과정 속에서 쌓인 시간들은 재구성되고, 그 결과 새로운 흐름이 생성되어 순간의 연대기가 시각화된다. 김원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사라지는, 우리 모두의 ‘불완전한 연대기’를 회화와 설치 작업의 형태로 붙잡는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순간을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와 함께 유동하고 변화하는 우리들의 내면의 풍경과 중첩시키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연결시킨다. 즉, 김원진의 작업은 시간을 다루는 방법인 동시에 그 역동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우리들의 삶을 새로운 감각으로써 바라보게 하며, 파편처럼 흩어진 개인의 삶과 기억을 한시적으로 나마 연결할 수 있는 순간을 제시한다.

개인전 (요약)

김원진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언어 없는 춤》(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5), 《흔적의 흔적》(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4), 《무용한 무용》(금호미술관, 서울, 2023), 《공백, 고백》(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원진은 《산 자와 죽은 자 가운데》(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4),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2024》(K&L Museum, 과천, 2024),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4), 《Tu m’ 너는 나를》(SeMA 창고, 서울, 2022), 《하나의 점, 모든 장소》(금호미술관, 서울, 2021), 《수림미술상展》(수림문화재단 수림아트센터, 서울, 2020)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김원진은 제20회 금호영아티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김원진은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프랑스, 2023),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2022), 금호창작스튜디오(2020-2021), Pier-2 Artist In Residence(대만, 2018) 등 국내외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김원진의 작품은 경기도미술관, 양주장욱진시립미술관, 동화약품, 남해각, 싱가포르 아트북 라이브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과거의 기억을 다시 읽어보는 행위

주제와 개념

김원진은 시간이 흐르며 변이되고 망각되는 기억의 상태를 탐구해온 작가다. 작가는 초기 작업 〈Re-Constructed Time Shelves〉(2013)에서 폐기된 책을 분쇄하거나 층처럼 쌓아 올려 소멸과 변형의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 시기 그는 스스로를 ‘망각의 사서’로 규정하며 기록이 사라지는 지점을 수집했고, 지워진 흔적을 하나의 지층처럼 엮어 시간의 덩어리로 제시했다. 기억은 고정된 기록이 아니라 계속해서 수정되고 축적되는 물질적 상태로 다루어졌다.
 
2016년부터 전개된 ‘순간의 연대기’와 ‘지층적 풍경’ 연작에서는 기억의 단위가 ‘한 줄의 선’으로 환원된다. 선을 반복해 긋고, 이를 가느다란 폭으로 잘라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은 과거를 현재의 시점에서 재편집하는 행위에 가깝다. 과거는 고정된 채로 남아 있지 않으며, 잘리고 이어 붙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형상으로 생성된다. 이 시기 김원진의 관심은 ‘기억의 해체’에서 ‘기억의 재구성’으로 이동한다.
 
〈오류지대〉(2019)는 이러한 흐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분절된 기록 조각은 컴퓨터 화면의 오류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이를 시스템에서 벗어난 파열이 아니라 미세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한다. 이 작업을 계기로 그는 기록을 은폐하기보다, 불완전한 기록 자체를 ‘불완전한 연대기’로 받아들인다. 기억은 결핍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는 상태로 재정의된다.
 
2020년 이후 〈W의 이야기〉(2020), 〈Melting strata project〉(2020), ‘너와 나의 연대기’(2021) 연작, 그리고 개인전 《무용한 무용》(금호미술관, 2023), 《언어 없는 춤》(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2025)에 이르기까지 김원진의 주제는 점차 개인의 서사와 신체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특히 《언어 없는 춤》에서는 질병과 신체 붕괴의 경험을 통해 죽음을 관념이 아닌 체화된 사건으로 다룬다. 기억은 더 이상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몸을 통과한 감각의 층위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김원진의 작업은 일관되게 ‘자르고, 덮고, 녹이고, 다시 붙이는’ 수행적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초기에는 폐기된 책과 일기, 기록물을 분쇄하거나 층처럼 쌓는 설치 작업을 통해 기록의 물질성을 드러냈다. 기록의 내용은 지워지지만, 남은 물질은 시간의 흔적으로 남는다.
 
‘순간의 연대기’와 ‘지층적 풍경’에서는 색연필로 채운 종이를 1mm 단위로 절단해 재조합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이는 물리적으로는 단순한 절단과 접합의 행위이지만, 화면에서는 지층처럼 쌓인 시간의 단면을 형성한다. 반복적 노동은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와 닮아 있으며, 화면은 기억의 재편집 과정 그 자체가 된다.
 
〈W의 이야기〉에서는 실크스크린과 유화 물감을 활용해 텍스트를 찍어내고, 그 위에 기름을 부어 글자가 눈물처럼 번지도록 한다. 이어지는 〈Melting strata project〉에서는 문장을 밀랍으로 떠낸 뒤 전시장 안에서 매일 녹인다. 시간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녹아내리는 물질로 가시화된다. 기록은 고정되지 않고, 전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너와 나의 연대기’에서는 타인의 일기를 불태운 재를 밀랍과 섞어 조각으로 결정화한다. 사라진 기록은 다른 물질적 상태로 전환된다. 《무용한 무용》에서는 종이의 앞면과 뒷면을 교차로 이어 붙여 기억의 오류를 시각화했고, 《언어 없는 춤》에서는 신체 감각을 표피적 화면으로 옮기며 물질과 감각의 긴장을 드러냈다. 최근 작업은 텍스트 중심에서 신체 중심으로 이동하며 형식 또한 더욱 확장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원진은 기억을 ‘오류’와 ‘불완전성’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는 기억을 복원하거나 재현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실패의 과정과 수정의 흔적을 작업의 중심에 둔다. 절단과 접합, 용해와 결정화의 반복은 그의 작업을 규정하는 핵심적 방법론이다.
 
또한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해 타인의 기록, 집단의 서사, 그리고 신체의 경험으로 점차 확장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내면과 사회를 연결하는 경로를 형성한다. 《Tu m’ 너는 나를》(SeMA 창고, 2022), 《하나의 점, 모든 장소》(금호미술관, 2021),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2024》(K&L Museum, 2024),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부산현대미술관, 2024)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이러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변주해왔다.
 
그의 작업은 기록을 고정된 문서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형되는 시간의 장치로 바라본다. 특히 최근 신체 경험을 다룬 작업은 기억과 시간의 문제를 생물학적·감각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이는 물질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더욱 유기적이고 가변적인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김원진의 작업은 텍스트, 물질, 신체를 연결하는 복합적 구조 속에서 시간의 문제를 더욱 다층적으로 탐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억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지속성이다. 그는 기억을 복원하지 않고, 그 틈과 오류 속에서 새로운 풍경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동시대 감각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Works of Art

과거의 기억을 다시 읽어보는 행위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