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현의 작업은 일상적인
장소, 특히 숲이라는 자연 환경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한 자연
재현이나 풍경화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에게 숲은 외부 세계이면서 동시에 내면을 촉발하는 조건으로 기능한다. 유년 시절 파주의 선산과 그 뒤편 숲에서 경험한 방황과 몰입의 기억은, 이후
회화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호출되는 감각의 원형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lava, ketchup〉(2009), 〈Bubbles, Eggs, Lines〉(2009)와 같은 초기 작업에서부터
자연의 이미지가 기억과 상상, 감각의 층위와 결합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시간이 흐르면서 숲은
점차 구체적인 장소라기보다 작가의 인식과 감정이 교차하는 장으로 전환된다. 숲에서의 체험은 시각적 풍경을
넘어, 신체적 감각과 심리적 상태를 동반한 사건으로 작동하며, 이는
화면 안에서 탈-시공간적 구조로 재편된다. 〈Flip〉(2010), 〈New
Worship〉(2010) 등에서는 과거와 현재,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흐려진 채 다양한 존재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 병치된다.
2014년
개인전 《에로스 정경》(아트스페이스 휴, 2014)을 기점으로
심우현은 ‘에로스’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의 회화를 보다 명시적인
개념적 틀 안에 위치시킨다. 여기서 에로스는 성애적 의미를 넘어, 생성과
충동, 관계 맺음과 해체를 반복하는 원초적 에너지로 이해된다. 〈Puff the Magic Bomb〉(2014), 〈Naughty Forest of Diana〉(2014)와 같은 작업에서는
이미지들이 우연적 충돌과 중첩을 통해 생성되었다가 다시 지워지며, 회화 내부에서 끊임없는 생성과 붕괴의
과정을 드러낸다.
이후 심우현의 회화는
점차 외부 풍경을 받아들이는 통로로서의 숲에서, 내면 자체가 출발점이 되는 구조로 이동한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바깥(le
dehors)’의 역설적 전환으로, 내면에서 촉발된 이미지들이 다시 외부 세계처럼 표출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Blind Love〉(2018), 〈Fiction #5〉(2018),
〈음악을 멈출 수 없어〉(2021) 등으로 이어지며, 숲은
더 이상 특정 장소가 아니라 감각과 기억, 충동이 교차하는 심층적 공간으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