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close my eyes - K-ARTIST

When I close my eyes

2009
종이에 수채화
10 x 15 cm
About The Work

박정혜는 순환하는 ‘빛’, ‘물’, ‘열에너지’와 같이 실제 시공간에 실존하지만, 관념적으로 인식되는 물리적 조건을 어떻게 매체적으로 사고하고 유기적인 언어로서 해독해 볼 수 있을지를 회화, 드로잉, 판화 등의 방법으로 탐구한다. 동시에 작업을 둘러싼 물리적 시공간의 층위를 형태적으로 상상하고 기록한다.
 
박정혜는 우리 주변을 끝없이 흐르고 순환하는 여러 에너지와 물리법칙을 회화라는 물질적 매체로써 포착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통해 변화무쌍한 세계와 그 안에 서 있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캔버스 화면 안에 다층적으로 담겨진 에너지들은 보는 행위를 매개로 다시금 관객과 상호작용하며 각자의 감각 안에서 새로운 추상성을 획득하게 된다.
 
특히 회화를 ‘저장 장치’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스크린 환경과 대비되는 물질적 회화의 가능성을 환기한다. 이는 유사한 매체를 사용하는 동시대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회화를 시간과 기억, 에너지의 축적체로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개인전 (요약)

박정혜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제텔카스텐》(스페이스 애프터, 서울, 2025), 《고대의 냉장고》(실린더2, 서울, 2024), 《Jetlag》(N/A, 서울, 2024), 《Mellow Melody》(휘슬, 서울, 2021), 《Xagenexx》(온그라운드2, 서울, 2017)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박정혜는 《인 시투》(아르코미술관, 서울, 2025), 《Contours of Zero》(제로원 스페이스, 뉴욕, 미국, 2025), 《도상의 추상》(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25), 《Open Corridor》(인터럼, 서울, 2024), 《SUNROOM》(BB&M, 서울, 2023), 《삼원소》(SeMA 벙커, 서울, 2022), 《두산아트랩 전시 2021》(두산갤러리, 서울, 2021), 《층과 사이》(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7)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박정혜는 2025년 아르코 예술창작실,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박정혜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물리적 시공간의 층위

주제와 개념

박정혜의 작업은 빛, 물, 열에너지처럼 실제 시공간에 실존하지만 직접적으로 포착되기 어려운 물리적 조건을 회화적 언어로 해독하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러한 요소들을 자연 현상의 재현 대상으로 다루기보다, 감각과 인식의 층위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흐름으로 바라보며, 회화를 통해 그 작동 방식을 기록하고 사유해 왔다. 〈Moment of Sufficient〉(2015)과 〈Tomorrow〉(2015)에서 드러나듯, 초기 작업은 작업실이라는 구체적 장소를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놓인 사유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관심은 첫 개인전 《디어 드롭스(Dear. Drops)》(아카이브 봄, 2016)에서 보다 명확한 전환점을 맞는다. 이 전시에서 박정혜는 회화의 주체를 예술가의 의도에서 물감의 물성으로 이동시키며, 물감이 중력과 표면, 시간에 반응해 남긴 흔적 자체를 작업의 핵심으로 삼았다. ‘드리핑’이 아닌 ‘드롭스’라는 개념은, 통제된 행위보다 자연 법칙과 우연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주목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낸다.

이어진 개인전 《Xagenexx》(온그라운드2, 2017)에서 작가는 회화를 세계를 가장(假裝)하는 장치로 바라보며, 프레임과 색, 형태라는 회화의 기본 요소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탐구한다. 특히 사각형의 프레임은 스크린 이미지가 지배하는 동시대 시각 환경을 환기하며, 캔버스가 또 하나의 매개적 장치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이후 《Mellow Melody》(휘슬, 2021)와 《고대의 냉장고》(실린더2, 2024)를 거치며 작가의 관심은 빛과 열의 순환, 에너지의 저장과 방출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최근 개인전 《Zettelkasten》(스페이스 애프터, 2025)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시간과 공간을 분류하고 축적하는 구조로 발전하며, 사유의 단위로서의 ‘정방형’과 기억의 목록화라는 개념으로 집약된다.

형식과 내용

박정혜의 작업은 회화,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지만, 일관되게 물질의 반응과 표면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형식적 기반으로 삼는다. 초기 작업에서는 작업실의 풍경과 기록이 회화로 옮겨지며, 표면 위에 축적된 재료의 층과 엔트로피가 화면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작동한다. 이는 회화를 단일 이미지가 아닌, 시간의 흔적이 축적된 장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디어 드롭스》에서는 세워진 캔버스 위로 흐르는 물감, 천에 스며들며 번지는 색의 흔적이 작품의 형상을 결정한다. 이 시기 작업들은 점·선·면의 구분이 느슨해지고, 유기적인 곡선과 흐름이 화면을 가로지르며 시작과 끝이 모호한 상태를 만들어낸다. 이는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흐리면서도, 물리 법칙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결과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Xagenexx》와 《Mellow Melody》로 이어지며, 작가는 빛의 색과 강도, 날씨에 따른 변화, 그리고 이에 연동되는 감각적 리듬을 회화의 구성 요소로 끌어들인다. 〈Micro Ground〉, 〈Heavy Cloud〉, 〈TEETHh〉 등은 보이지 않는 입자와 에너지의 크기, 무게, 거리감을 시각적으로 상상하게 하며, 제목과 도상이 함께 해석의 단서를 제공한다.

최근 《고대의 냉장고》와 《Zettelkasten》에서는 분무된 색의 입자, 조색 과정에서 형성된 물감의 덩어리, 종이 접기에서 파생된 입체적 사고 등이 결합되며, 회화가 에너지를 저장하고 분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특히 ‘Zettelkasten’ 연작에서는 정방형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기억과 시간이 축적·분류되는 과정을 시각적 구조로 드러낸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정혜의 작업은 동시대 추상 회화가 감각적 표현이나 형식 실험에 머무르기 쉬운 지점에서, 물리적 조건과 에너지의 작동 방식을 사유의 대상으로 끌어온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한다. 그는 빛과 열, 물과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회화의 표면에 번역하며, 회화를 세계를 인식하는 하나의 모델로 확장해 왔다.

특히 회화를 ‘저장 장치’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스크린 환경과 대비되는 물질적 회화의 가능성을 환기한다. 이는 유사한 매체를 사용하는 동시대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회화를 시간과 기억, 에너지의 축적체로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초기 작업실 기록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물감의 물성 실험, 빛과 프레임에 대한 탐구, 에너지의 순환 구조로 점진적으로 확장되었으며, 《Zettelkasten》에 이르러서는 기억과 사고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조직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이 과정은 개별 전시들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를 참조하며 누적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앞으로 박정혜의 작업은 회화라는 매체를 중심에 두되, 시간과 공간을 분류하고 재구성하는 구조적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시 환경에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물리적 조건을 감각의 언어로 번역해 온 그의 시선은, 지역적 맥락을 넘어 동시대적 인식과 사유의 방식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Works of Art

물리적 시공간의 층위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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