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 K-ARTIST

메밀꽃

2017
피그먼트 프린트
51 x 34 cm
About The Work

김유자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그의 작업은 고정된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미지 속에 스며 있는 미묘한 움직임과 생동감이 나타난다. 작가는 고정된 프레임 너머에서 시각적 경험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고 확장되는 순간을 통해 사진이 다성적인 감각을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김유자는 손상된 필름에 의해 사라진 대상, 자고 난 후 몸에 남은 흔적, 인물의 정지와 떨림 등 불명료하게 감지되는 순간들에 주목한다. 이를 담아낸 그의 사진은 인물이 숨을 참거나 내뱉는 찰나,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기척, 또는 무언가 전환되는 듯한 긴장감으로 관객에게 다가오고, 이러한 감각은 점차 ‘보이는 것’만큼 선명 해진다.
 
김유자는 평면의 종이 위로 압축된 이미지 이면이 유도하는 상상력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감지된 것과 기억된 것 사이의 균열을 살피고, 채워진 것과 비어진 것 사이를 오가며, 그 경계에서 떠도는 존재와 부재의 감각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그의 사진은 언뜻 정지해 있는 고정된 이미지로 보이지만 자세히 볼수록 미세한 움직임이 표면 위로 일렁이는 듯한 미묘한 시각적 진동을 일으킨다. 이는 곧 시각에서 촉각으로, 나아가 청각적인 상상력으로 전이되고 확장되며, 우리의 기억 속에 새로운 잔상을 남긴다.

개인전 (요약)

김유자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시스터 시티: 지도의 바깥》(스페이스 카다로그, 서울, 2023)가 있다.

그룹전 (요약)

김유자가 참여한 2인전으로는 《겨울눈》(공작새방, 서울, 2025), 《어둠이 오면 내가 찾아가리라》(합정지구, 서울, 2024)가 있다. 또한 작가는 《Fever State》(Roma Arte in Nuvola, 로마, 2025), 《두산아트랩 전시 2025》(두산갤러리, 서울, 2025), 《페리지 윈터쇼 2024》(페리지갤러리, 서울, 2024), 《2023 Anti-Freeze》(합정지구, 서울, 2023), 《Frankie》(N/A, 서울, 2021), 《2020 미래작가상 전시》(캐논 갤러리,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Works of Art

우연하고 우발적인 마주침의 순간

주제와 개념

김유자는 사진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균열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하나의 장면을 고정된 이미지로 제시하지만, 그 내부에는 미세한 움직임, 떨림, 기척처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감각이 스며 있다. 이는 시각에 국한되지 않고 촉각과 청각적 상상으로 확장되며, 사진이 단순한 기록 매체를 넘어 다성적인 감각의 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러한 개인적인 문제의식은 《Frankie》(N/A, 2021)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개인적인 악몽의 경험에서 출발한 이 전시에서 김유자는 〈꿈자국〉(2021), 〈목련의 털〉(2021), 〈Coming Home〉(2021)과 같이 잠 이후 몸에 남은 흔적, 사물의 온도 변화, 사라졌거나 불완전하게 남은 대상을 통해 신체 내외부에 발생하는 위화감과 공백을 가시화했다. 여기서 사진은 무언가를 명확히 보여주기보다, 지나간 감각이 남긴 흔적을 더듬는 매개로 작동한다.

2021년부터 전개된 ‘Cusp 1’(2021–2023) 연작에서는 작가의 관심이 유실과 충돌의 순간으로 확장된다. 손상된 필름으로 인해 피사체가 지워진 〈A cat〉(2021)은 ‘본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 상황’ 자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김유자는 이를 실패나 결함으로 규정하지 않고, 상실의 상태를 응시하며 유실 이후에 남는 감각과 애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후 ‘Cusp 2’(2021–2024) 연작에서 작가의 주제는 정지와 떨림, 그리고 시간의 미세한 진동으로 옮겨간다. 〈투명의 반복 D〉(2024), 〈투명의 반복 E#〉(2024) 등에서 동일 인물로 보이는 사진들이 반복·배치되며, 사건이 아닌 시점의 차이와 감각의 파동이 주요한 주제로 부상한다. 이는 시간과 감각이 단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중첩되고 어긋난다는 작가의 인식으로 이어진다.

형식과 내용

김유자의 작업은 사진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매체의 사용 방식은 점차 확장되어 왔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피그먼트 프린트를 통해 신체와 사물의 표면에 남은 흔적을 섬세하게 포착했으며, 〈여름 안개〉(2015), 〈바스라기〉(2015), 〈메밀꽃〉(2017), 〈빛그물〉(2019)과 같은 초기 작품들에서는 자연과 사물의 미세한 상태 변화에 대한 관찰이 두드러진다.

‘Cusp 1’ 연작에서는 수제 한지의 거친 질감과 불균질한 절단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사라진 대상을 둘러싼 물질적 조건을 작업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액자를 제거하는 방식은 이미지가 하나의 완결된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태도를 반영한다. 이는 사진을 결과물이라기보다 진행 중인 감각의 흔적으로 다루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Cusp 2’에 이르러서는 이미지의 배열과 설치가 중요해진다. 작가는 사진의 크기, 종이의 종류, 프레임의 두께와 간격을 달리하며 소리의 파동과 유사한 시각적 리듬을 구성한다. 오선지를 연상시키는 배치와 음계가 포함된 제목은, 시각 이미지가 촉각과 청각의 감각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이러한 형식적 확장은 개인전 《시스터 시티: 지도의 바깥》(스페이스 카다로그, 2023)과 최근 단체전 《두산아트랩 전시 2025》(두산갤러리, 2025)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지도에서 벗어난 걷기, 공간 전체를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설치, 그리고 ‘밤 문자’(2024–2025) 연작에서처럼 프레임 바깥의 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구성은 사진을 공간적·시간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시도로 읽힌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유자의 작업은 다큐멘터리적 재현이나 상징적 서사에 의존하지 않고, 감각의 미세한 전이를 통해 이미지가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유실, 공백, 떨림, 어둠과 같은 상태를 결핍이나 부재로 규정하기보다, 새로운 감각과 언어가 생성되는 조건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일관되게 유지된다. 이는 주제의 반복이 아니라, 감각의 밀도를 점진적으로 확장해 온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김유자는 사진가를 관찰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감각의 장을 구성하는 참여자로 위치시킨다. 손상된 필름, 종이의 물성, 프레임의 변주, 공간에 반응하는 설치 방식은 사진을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사건으로 만든다. 이러한 태도는 사진 매체의 한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그 가능성을 넓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앞으로 김유자의 작업은 어둠, 소리, 시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언어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지역적 맥락을 넘어 보다 보편적인 감각의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닌다. ‘아주 천천한 걸음’처럼 감지되지만 명확히 포착되지 않는 움직임에 대한 그의 관심은 사진의 새로운 감각적 지형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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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고 우발적인 마주침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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