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마음이 모여든 풍경 - K-ARTIST

빛나는 마음이 모여든 풍경

2024
About The Work

주용성은 지나버린 것이 남긴 풍경과 사회적인 문제, 특히 정치적이고도 사회적인 죽음에 관심을 두고 사진을 찍는다. 작가는 그러한 현장에 방문해 그곳과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크게 드러내지 못한 작은 목소리들을 시각 이미지로써 발화한다.
 
주용성은 과거와 현재의 사회 안에서 해결되지 않은 부당한 사건들에 주목하고, 그것이 남긴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의 사진은 단순히 보여지는 것의 앞면을 기록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잘 보이지 않던, 혹은 숨겨져 있던 어긋난 지점들을 포착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사회의 모순을 드러냄과 동시에 공동체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이들의 존재를 현재의 살아 있는 기억으로 담아내며, 침묵해야 했던, 혹은 묻혀진 이들의 이야기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게 한다.

개인전 (요약)

주용성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일곱집매, 평택, 2021), 《애도공식》(공간 힘, 부산, 2018)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주용성은 《스토리지 스토리》(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 2025), 《Intersections》(HikoHiko Gallery, 도쿄, 2025), 《ReFrame》(류가헌, 서울, 2024), 《우리가 그랬구나》(더페이지 갤러리, 서울, 2024), 《정착세계》(북서울미술관, 서울, 2022), 《경계에서의 신호》(남서울미술관, 서울, 2021), 《아시아의 도시들》(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7)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주용성은 2025년 온빛 씰리 사진상 우수상, 2015년 제2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최우수상, 2009년 카쉬전 기념 인물사진 공모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Works of Art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죽음

주제와 개념

주용성은 사진을 통해 지나간 사건이 남긴 풍경과 사회적 균열을 추적해 온 작가로, 특히 국가 권력과 제도 속에서 발생한 정치적·사회적 죽음에 지속적으로 주목해 왔다. 그의 작업은 사건 자체를 재현하거나 설명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죽음이 어떻게 기억되고,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며, 무엇이 남겨졌는지를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과거의 비극을 고정된 역사로 봉인하기보다, 현재에도 작동하는 문제로 다시 불러오는 태도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개인전 《애도공식》(공간 힘, 2018)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 전시에서 주용성은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희생이 시간이 지난 뒤 ‘재조사’와 ‘추모’라는 절차로 반복 호출되는 과정에 주목하며, 애도가 하나의 형식이자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작가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추모의 장면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정치적 목적을 수행하는지 질문한다.

또 다른 개인전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 일곱집매, 2021)에서는 시선이 보다 구체적인 역사적 주체로 이동한다.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기지촌과 그 안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삶을 다룬 이 전시에서, 주용성은 이들을 과거의 피해자로 고정하지 않고 지금도 발언하고자 하는 ‘살아 있는 존재’로 조명한다. 이는 애도의 대상이었던 죽음에서, 침묵을 강요받아 온 삶으로 주제의 범위가 확장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붉은 씨앗’(2024) 연작에 이르러 작가의 관심은 다시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로 향하지만, 여기서의 접근은 기록과 증언을 넘어 발굴과 기억의 행위 자체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유해 발굴 현장은 단순한 조사 대상이 아니라, 지워진 존재를 현재로 소환하는 제의적 공간이 되며, 사진은 그 과정을 다시 기억의 매체로 옮기는 역할을 수행한다.

형식과 내용

주용성의 작업은 사진을 기본 매체로 삼고 있지만, 그 사용 방식은 점차 확장되어 왔다. 《애도공식》에서 그는 사진을 단독 이미지로 제시하기보다 구조물과 결합된 설치 형태로 구성하며, 기억이 단편적으로 배열되고 제도적으로 정렬되는 방식을 공간적으로 드러냈다. 사진은 사건의 증거라기보다, 애도의 장면이 연출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시기 작품들은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지, 제주 4.3 평화공원, 파주 적군묘지 등 기념비적 장소에서 촬영되었다.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 안산, 대한민국〉(2018)이나 〈민족민주열사 및 희생자 추모제, 서울, 대한민국〉(2018)과 같은 작업은 애도의 ‘순간’이 얼마나 형식화되어 있는지를 날것에 가깝게 포착한다.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에서는 인물 사진이 전면에 등장한다. 〈김복남, 평택, 대한민국〉(2021), 〈조은자, 평택, 대한민국〉(2021), 〈박영례, 평택, 대한민국〉(2021) 등은 특정한 역사적 맥락을 지닌 인물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이 작업에서 사진은 고발이나 기록의 수단이라기보다, 말할 수 없었던 삶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통로로 작동한다.

‘붉은 씨앗’ 연작에서는 장소와 사물, 유해와 유품이 주요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발굴된 뼈, 비녀, 유리구슬, 탄피 등은 개인의 신체이자 동시에 집단적 폭력의 흔적이며, 작가는 이를 감정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차분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이로써 사진은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 기억을 현재에 정착시키는 물질적 기록으로 기능하게 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주용성은 한국 현대사의 ‘사건 이후’를 지속적으로 다뤄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현장의 즉각적인 충격이나 극적인 장면보다는, 시간이 흐른 뒤 남겨진 제도, 형식, 침묵, 그리고 기억의 작동 방식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큐멘터리 사진과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특히 애도, 추모, 기억이라는 사회적 장치가 어떻게 제도화되고 반복되는지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는 점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지속성이다. 《애도공식》에서 시작된 이 문제의식은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다룬 《우리가 없는 이튿날에》, 그리고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을 다룬 ‘붉은 씨앗’ 연작으로 이어지며 점차 구체적 주체와 물질적 증거를 향해 확장된다.

동시에 그의 작업은 사진을 기록의 끝이 아니라, 기억을 이어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다룬다. 발굴 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증언과 사물을 수집하며, 이를 다시 이미지로 전사하는 방식은 사진가를 관찰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기억의 공동 생산자로 위치시킨다. 이는 윤리적 태도이자 작업 방식의 중요한 특징이다.

주용성의 작업은 한국 현대사의 특수한 사례를 넘어, 국가 폭력과 기억의 문제를 공유하는 작업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다. 죽음 이후 남겨진 것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누가 기억의 주체가 되는가라는 질문은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동시대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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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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