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nkering - K-ARTIST

Bunkering

2024
스피커, 앰프
가변 설치, 10분 12초 
About The Work

서민우는 소리와 조형을 엮어 만든 ‘소리-조각’을 통해 청각적 경험을 시각/촉각화 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음악과 소음, 조각의 요소를 기호화 하고, 음악의 몸통 부분과 조각 안쪽의 빈 공간을 상상하며 음향적 사물을 제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소리-조각은 소리를 물질적 경험으로 전이시키며, 감각의 경계가 확장되는 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서민우는 소리-조각을 제작하기 위해, 우선 일상 속 다양한 소리들을 수집하고 조합하여 청각적 산물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를 직접 제작한 스피커로 송출하는데, 이때 그는 스피커를 일종의 내장 기관으로 보고 그 위에 또 다른 외피를 씌워 새로운 시공간에 설치한다. 관객은 소리를 듣기 위해 눈을 감고 집중하고, 때론 낯선 스피커를 마주하며 시각 중심의 관람 방식에 균열과 감각의 위계가 뒤섞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민우의 작업은 고정된 형식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며, 소리를 채집하고 재구성하는 과정, 그리고 음향을 담아내기 위한 사물의 제작을 통해 감각이 발생하고 남겨지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음악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기존의 음악적 범주를 넘어서는 지점에 위치한다. 다시 말해, 그는 소리의 청각적 산물을 시공간 속에 배치함으로써 청취가 이루어지는 조건을 실험하고, 그 과정에서 감각이 어떻게 형성되고 조직되는지를 묻는 조형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전 (요약)

서민우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허물과 궤적》(아케이드 서울, 서울, 2025), 《구획들》(Hall 1, 서울, 2023), 《이어케비넷 earcabinet》(문래예술공장, 서울, 2022), 《EarTrain_Reverse》(RASA,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서민우는 페리지 언폴드 2025 《Don’t Be Hasty》(페리지갤러리, 서울, 2025), 《코르크 가루를 위한 스코어》(시청각, 서울, 2025), 《토성의 고리》(부천아트벙커B39, 부천, 2024), 《때로는 둥글게 때로는 반듯하게》(우란문화재단, 서울, 2024), 《Thick as Thieves: 돈독도둑》(팩션, 서울, 2023), 《Hovering》(2/W, 서울,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소리와 조형을 엮어 만든 ‘소리-조각’

주제와 개념

서민우의 작업은 소리를 단순한 청각 자극이 아닌, 공간과 신체, 사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물질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는 소리가 매질을 통과하며 남기는 진동, 흔적, 충돌에 주목하며, ‘듣는 행위’가 특정 순간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과정임을 탐구해 왔다. 이러한 관점은 첫번째 개인전 《EarTrain_Reverse》(RASA, 서울, 2021)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며, 소리를 통해 공간을 인식하고 상상하는 감각의 전환을 핵심 주제로 삼는다.

초기 ‘EarTrain’ 작업에서 서민우는 이동과 청취의 경험을 결합해, 소리가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을 실험했다. 작품 〈열차 50-00, 50-08, 08-00〉(2021)은 특정 장소에서 채집된 소리를 강조하며 ‘청각 경관’을 조성하고, 〈여행객 E&C〉(2021)와 같은 작업에서는 일상적 소음과 미세한 소리의 질감을 통해 소리가 발생하는 사건 자체에 주목한다. 이 시기 작업은 소리를 서사나 감정의 매개로 사용하기보다,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을 드러내는 지표로 다룬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후 개인전 《earcabinet》(문래예술공장, 서울, 2022)에서 작가는 ‘완벽한 청취’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하며, 소리가 항상 손실과 왜곡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전면에 드러낸다. 여기서 청취는 더 이상 명확한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결핍과 불완전함을 감각하는 과정으로 전환된다. 작가는 소리를 ‘잘 들리는 대상’이 아니라, 결코 완전히 파악될 수 없는 현상으로 제시하며, 청취의 조건을 재구성한다.

최근 전시 《허물과 궤적》(아케이드 서울, 서울, 2025)으로 이어지는 작업에서는 소리 이후에 남는 잔여와 흔적이 주요 개념으로 확장된다. 음반 〈허물과 궤적: 나선형 수평계〉(2025), 퍼포먼스 〈허물과 궤적: 궤적들〉(2025), 그리고 전시로 이어지는 구조는 소리를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발생하고 사라지며 흔적을 남기는 사건으로 다루는 태도를 분명히 한다. 이 과정에서 청취는 귀에 국한되지 않고, 신체 전체를 통해 경험되는 시간적·공간적 궤적으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서민우의 작업에서 형식은 소리의 전달을 위한 중립적 장치가 아니라, 소리를 변형하고 재구성하는 적극적인 요소로 기능한다. 그는 직접 제작한 스피커를 ‘내장 기관’처럼 다루며, 그 위에 외피를 덧씌워 조각적 형태를 구성한다. 〈small rock Generator_Harsh〉(2023)와 같은 작업은 돌, 금속, 앰프 등의 물성을 통해 소리의 진동이 어떻게 물리적 형태와 충돌하는지를 드러낸다.

‘EarTrain’ 연작에서는 소리가 하나의 환경으로 조직된다. 〈여행담 E&C〉(2021)와 같은 소리-조각은 여행객이 생성한 소리를 사물의 형태로 재조형하며, 소리 자체가 조형적 구조를 가질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이때 소리는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사물과 결합해 새로운 음향적 객체로 작동한다.

개인전 《구획들》(Hall 1, 서울, 2023)에서는 이러한 실험이 공간 전체로 확장된다. 나무, 철, 돌로 구성된 구획들은 소리를 붙잡는 동시에 외부로 새어나가게 하며, 소리의 예측 불가능한 이동을 드러낸다. 특히 전시장 외부의 드라이아이스 공장 소음이 유입되며, 의도된 소리와 비의도적 소리가 뒤섞이는 환경은 청취를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허물과 궤적》에서는 형식이 더욱 절제된다. 새로운 소리는 재생되지 않고, 퍼포먼스에서 사용된 라텍스가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진다. 발자국, 주름, 압력의 흔적은 소리가 남긴 결과로서 시각화되며, 청각이 부재한 상태에서도 청취의 구조를 사유하게 만든다. 형식은 점차 소리를 ‘재현하는 장치’에서 ‘사건의 잔여를 드러내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서민우는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사운드 아트를 음악의 확장으로 다루기보다, 조형적 실천으로 재구성하는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사운드 아트, 조각, 설치, 퍼포먼스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특정 장르로 수렴되기보다는 청취의 조건 자체를 질문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소리를 감상 대상이 아닌, 공간과 신체를 조직하는 구조로 다루는 태도에서 분명해진다.

초기에는 소리의 공간적 배치와 이동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후에는 손실, 결함, 잔여와 같은 요소들이 점차 핵심으로 부상한다. 《earcabinet》에서의 ‘손실의 공간’, 《구획들》에서의 예측 불가능한 누출, 《허물과 궤적》에서의 소리 이후의 흔적은 모두 이 흐름 위에 놓인다. 이는 작가가 일관되게 유지해온 문제의식을 다른 형식과 스케일로 확장해온 결과라 볼 수 있다.

서민우의 작업은 완결된 구조를 제시하기보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와 우연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러한 태도는 청취를 고정된 경험이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사건으로 만든다. 그가 말하는 ‘결함과 대립을 긍정하고 조율하는 방식’은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방법론으로 작동한다.

서민우의 작업은 소리의 물질성과 청취의 조건이라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이어오며, 각 전시와 프로젝트마다 이를 다른 방식으로 구체화해 왔다. 소리의 발생과 손실, 잔여에 주목하는 태도는 특정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된다. 이러한 축적된 실천은 소리를 조형적으로 다루는 하나의 지속적인 방법론으로 읽힐 수 있으며, 서민우의 작업을 동시대 사운드 기반 조형 실천의 한 흐름으로 위치시킨다.

Works of Art

소리와 조형을 엮어 만든 ‘소리-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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