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림자를 죽이거나, 혹은 따르거나 - K-ARTIST

그 그림자를 죽이거나, 혹은 따르거나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와 흑백, 스테레오, 사운드
25분
About The Work

김상하는 사라지거나 출입이 금지된 장소, 유실된 매체, 잊힌 기억의 파편을 수집해 비가시적인 시간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영상, 출판, 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기억이 퇴색되고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김상하의 작업은 주변부를 맴돌며 예정된 망각으로 향하는, 보이는 것보다 잠긴 것이 많은 시간에서 출발한다. 불완전하고 흐릿한 기억들을 이 여정의 단서로 삼으며, 작가는 유실되어 가는 기억들을 현재의 시공간 위에 중첩시키고 새로이 재구성한다.
 
이러한 작업은 단절된 시간을 현재와 미래로 연장시키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기억이 퇴색되고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 기억의 파편들이 어떻게 잔존하고 변형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개인전 (요약)

김상하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또 다른 잿더미》(PS CENTER, 서울, 2025), 《가는 꿈》(얼터사이드, 서울, 2024)가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작가는 페리지 언폴드 2025 《Don’t be hasty》(페리지갤러리, 서울, 2025), 《지연된 리허설》(챔버, 서울, 2024), 《2023 Anti-Freeze》(합정지구, 서울, 2023), 《나프탈렌 캔디》(00의 00, 서울, 2023), 《뻐꾹! (cuckoo!)》(TINC,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기억이 퇴색되고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

주제와 개념

김상하의 작업은 사라졌거나 접근이 불가능해진 장소, 유실된 매체, 개인과 집단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는 시간의 층위를 추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건이나 장소를 복원 가능한 대상으로 다루기보다, 기억이 어떻게 흐려지고, 분절되고, 다른 형태로 전이되는지를 관찰한다. 이러한 관심은 기억을 고정된 기록이 아닌, 현재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Missing Link〉(2019–2024)는 1968년 폭파 이후 출입이 금지된 밤섬을 중심으로, 장소의 물리적 소멸과 기억의 잔존 사이를 탐색한다. 김상하는 밤섬에 살았던 원주민들을 장기간에 걸쳐 만나며, 서로 어긋나고 불완전한 증언들을 수집한다. 여기서 밤섬은 하나의 재현 가능한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기억 속에서 다르게 호출되는 시간의 집합체로 등장한다.

이후 작가는 관심을 개인적 기억과 유실된 매체로 확장한다. 〈Temper〉(2023)는 서버 종료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어머니의 싸이월드 사진에서 출발해, 디지털 데이터와 개인적 기억의 불안정성을 다룬다. 이 작업에서 기억은 보존해야 할 대상이기보다, 지워지고 다시 드러나며 감정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최근 개인전 《또 다른 잿더미》(PS CENTER, 2025)와 페리지 갤러리 단체전 《Don’t be hasty》(2025)의 출품작 〈그 그림자를 죽이거나, 혹은 따르거나〉(2025)에서 김상하는 유실 필름과 소문이라는 비물질적 자료를 다룬다. 여기서 그는 실체가 사라진 영화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증언과 상상, 시대적 욕망이 어떻게 또 다른 ‘진실’로 작동하는지를 탐색하며, 기억과 기록의 관계를 집단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형식과 내용

김상하는 사진 매체에서 출발해 점차 영상, 출판, 설치를 결합하며 작업의 형식을 확장해왔다. 〈Missing Link〉에서는 대형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뿐 아니라, 인터뷰 과정, 재방문, 출판물 제작까지 포함하며 하나의 장기적 프로젝트로 작업을 구성한다. 특히 2024년 발간한 사진집 『Missing Link』는 이미지를 전시 공간 밖에서도 경험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한다.

〈memory lane〉(2022)은 이러한 리서치 과정에서 파생된 작업으로, 밤섬 이주민들의 기억 속 사물과 요소를 추출해 영상과 설치로 재구성한다. 단 하루 동안 한강과 전시장에 송출된 이 작업은, 기억이 특정 장소에 고정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동한다는 작가의 관점을 형식적으로 드러낸다.

영상 작업 〈gather〉(2024)는 기억을 전달하는 방식에 더욱 집중한다. 오래된 사진첩을 함께 넘기며 이루어지는 대화, 보이스오버로 이어지는 회상, 그리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카메라는 기억이 정지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계속 생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작업에서 풍경은 명확히 드러나기보다, 사라져가는 상태로 포착된다.

한편 〈Temper〉나 《나프탈렌 캔디》(00의 00, 2023)에서 선보인 작업 등에서는 이미지의 물질적 변형이 두드러진다. 감열지, 열, 손의 접촉을 통해 사진을 퇴색시키는 방식은, 기억을 보존하려는 시도와 동시에 그것을 지워내고 싶은 감정이 공존함을 드러낸다. 최근 영상 작업에서는 팔림프세스트 구조, 퍼포먼스, 거울 이미지 등을 통해 기억과 소문의 중첩된 층위를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요컨대 김상하의 작업은 ‘기억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기억을 완전하게 복원하거나 대표하는 대신, 불완전함과 거리감을 유지한 채 접근한다. 밤섬을 직접 재현하지 않거나, 유실된 영화를 재연하지 않는 태도는, 기억과 대상 사이의 간극을 작업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일관된 입장을 보여준다.

장소와 개인의 증언을 중심으로 한 리서치 기반 작업이 두드러지며, 디지털 이미지, 가족사, 유실된 필름 등으로 대상이 다양하게 확장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진적 감각—선택, 물질성, 시간의 흔적—은 영상과 설치 작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이는 작가가 사진을 하나의 매체를 넘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상하는 장기간의 관계 맺기와 비가시적 시간에 대한 집요한 관찰을 통해 기억과 기록을 다룬다. 다큐멘터리적 접근과 서사적 상상을 오가며, 개인적 경험과 역사적 사건을 동일한 감각적 층위에서 다루는 점이 특징적이다.

앞으로도 김상하의 작업은 유실된 매체, 소문, 증언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대상들을 매개로, 기억과 이미지가 생성되는 구조 자체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장소와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점차 집단적 기억과 역사적 상상으로 이동하며, 세계를 무대로 비가시적인 시간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Works of Art

기억이 퇴색되고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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