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의 한계 #1 - K-ARTIST

피로의 한계 #1

2023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반복재생
About The Work

이은희는 기술 환경과 개인, 그리고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며, 현대 기술의 메커니즘 탐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기술이 단지 과학적 산물일 뿐만 아니라, 경제 및 산업 논리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정체라 보며, 오늘날 기술 환경의 생성, 소비, 소멸 그리고 그 이면을 추적하는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은희의 작업은 점점 더 많은 디지털 매체로부터 노출되어 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환경 안에서 발생하는 개인과 이미지, 데이터의 관계를 탐구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우리의 삶에 침투하는 속도가 더욱 가속화 될수록 개인은 다중의 이미지로, 혹은 방대한 정보 속에서 변형되거나 사라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작가가 기술의 현장을 예술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사유하는 행위는, 그에게 있어서 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이자, 기이하고도 부조리한 사회의 양상과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각 시대의 최첨단 산업과 기술이 ‘첨단’ 또는 ‘발전’이라는 수식어와 달리 한편으로는 얼마나 모순적이고 취약한지를 질문하며, 오늘날의 기술 세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개인전 (요약)

이은희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클린룸, 릴링룸》(타이베이 현대미술관, 대만, 2025), 《Colorless, Odorless》(룸룸 x 아트 허브 코펜하겐, 덴마크, 2025), 《피로의 한계》(두산갤러리, 서울, 2023), 《디딤기와 흔듦기》(더레퍼런스,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은희는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5),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북서울미술관, 서울, 2024), 《부유-지대》(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3), 《프리즈 필름 2023: It was the way of walking through narrative》(보안1942, 서울, 2023),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2), 《Digital Art Festival Taipei 2021: Boderless Shelter》(타이베이, 대만, 2021) 등 다수이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은희는 한 네프켄스 재단 – 루프 바르넷로나 비디오아트 제작 지원상(2023, 스페인), 제1회 2023 알마낙: 50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인 코리아 1위(2023, 대한민국) 등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이은희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2),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1),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2020), 인천문화재단 인천 아트플랫폼 레지던시(2018) 등에 입주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이은희의 작품은 경남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개인과 이미지, 데이터의 관계

주제와 개념

이은희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이 일상과 사회 전반을 구성하는 방식, 그중에서도 기술이 만들어내는 환경이 개인의 신체와 삶에 어떤 물질적 흔적을 남기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CCTV, 스마트폰 카메라, 안면인식 기술 등 시각 중심의 디지털 매체가 개인을 어떻게 기록하고 분류하며, 동시에 배제하는지를 관찰했다. 〈The Flat Blue Sky〉(2016)와 〈Contrast of Yours〉(2017)는 이미지와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개인이 가시화되거나 탈락하는 조건을 탐색한 작업으로, 기술이 중립적 장치가 아니라 선택과 배제를 전제로 작동하는 구조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20년 개인전 《회생비용》(씨알콜렉티브, 2020)을 기점으로 기술의 ‘사용자’에서 기술 발전을 떠받치는 ‘노동의 몸’으로 확장된다. 이 시기 작가는 기술 발전이 과연 모두에게 동등한 진보로 작동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의료기술, 재활 시스템, 보조기계 산업 등에서 소외되는 신체를 조명한다. 〈AHANDINACAP〉(2020)과 〈EXTRA〉(2020)는 생산성과 정상성의 기준에 맞춰 재구성되는 몸을 통해, 기술이 회복을 약속하면서도 노동을 더욱 소외시키는 역설을 드러낸다.

2021년 개인전 《디딤기와 흔듦기》(더레퍼런스, 2021)에서는 재활기술이 구현되는 현장을 보다 구조적으로 바라본다. 작가는 재활 기술이 단순히 신체를 보조하는 장치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 관리자와 치료사, 기술자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얽힌 정치적·산업적 복합체임을 보여준다. 여기서 장애는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기술과 노동, 제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재정의된다.

최근작 〈무색무취〉(2024)와 〈섬섬옥수〉(2025)에서 이은희는 기술 환경의 물질적 조건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다. 반도체 산업과 클린룸을 중심으로 한 이 작업들은 ‘보이지 않는 독성’과 ‘기억되지 않는 재해’를 추적하며, 기술 산업의 발전이 특정한 몸과 지역에 반복적으로 위험을 전가해 왔음을 드러낸다. 특히 〈섬섬옥수〉는 산업혁명기의 직업병과 동시대 전자산업 재해를 병치하며, 기술과 자본의 욕망이 시간과 장소를 넘어 반복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이은희는 주로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해 왔으며, 단채널에서 다채널 영상 설치로 형식을 확장해 왔다. 초기작 〈The Flat Blue Sky〉와 〈Contrast of Yours〉에서는 내레이션, 인터뷰, 렌더링 이미지, 기존 영상 소스를 병치해 정보 사회의 시각적 구조를 분석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특히 〈Contrast of Yours〉는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직설적인 서술과 변형된 인물 이미지들을 통해 감시 시스템의 오류와 편향을 드러낸다.

2020년부터는 설치와 영상이 결합된 전시 형식이 본격화된다. 전시 《회생비용》의 회색과 붉은 톤의 영상, 평면적인 텍스트 이미지, 3D 레퍼런스를 활용한 장면들은 특정 노동 환경의 감각을 환기시키면서도, 관객이 작가의 내러티브를 따라가도록 구성된다. 작가의 작업은 기술 환경을 추상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것이 작동하는 구체적인 공간과 신체 조건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디딤기와 흔듦기〉(2021)는 의료 현장과 산업 연구소를 기록한 다채널 영상 설치로, 인간과 기계의 동작 패턴을 병렬적으로 제시한다. 반복되는 기계 동작과 관리자의 움직임은 재활 기술이 개인의 몸을 돕는 동시에, 모두를 기계의 리듬에 종속시키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영상은 설명적 도구라기보다, 구조를 관찰하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무색무취〉와 〈섬섬옥수〉에서는 기록 영상, 아카이브 자료, 증언, 퍼포먼스가 결합된다. 냄새나 화학물질처럼 카메라가 포착할 수 없는 요소를 다루기 위해, 작가는 목소리와 기억, 반복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한다. 특히 〈섬섬옥수〉는 ‘릴링룸’과 ‘클린룸’이라는 공간적 키워드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산업 재해의 구조적 반복성을 시각적으로 조직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은희는 기술을 비물질적 이미지나 미래적 가능성으로 다루기보다, 노동과 신체, 물질의 문제로 환원해 바라본다. 초기의 감시 시스템 분석에서부터 재활 기술, 반도체 산업에 이르기까지, 그는 기술 환경이 어떤 몸을 가시화하고 어떤 몸을 소외시키는지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왔다. 기술 비평을 신체와 노동의 문제로 구체화한다.

기술 비평을 신체와 노동의 문제로 구체화하는 작가의 작업은 ‘이미지와 데이터의 구조’에서 ‘기술을 떠받치는 물질적 조건’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Contrast of Yours〉가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문제를 다뤘다면, 개인전 《회생비용》과 《디딤기와 흔듦기》는 기술 발전이 요구하는 정상성의 기준과 그에 맞춰 재편되는 몸을 탐구한다. 신작에서는 산업 자본과 글로벌 기술 시스템이 특정 노동자 집단에 반복적으로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은희는 기술, 장애, 노동, 산업재해를 연결하는 비디오 작업을 통해 사회 구조를 감각적으로 분석한다. 그의 작업은 피해를 고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기록되지 않던 감각과 증언을 축적함으로써 연대의 가능성을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는 미디어 아트와 다큐멘터리적 접근 사이를 오가며, 예술의 방법으로 사회적 현실을 사유하는 실천에 가깝다.

아시아 여성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 과거 산업과 현재 첨단 산업을 가로지르는 이은희의 시선은 기술 환경을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 구조로 확장해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그의 작업은 이미 다양한 국제 전시와 상영을 통해 소개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술과 노동, 신체의 관계를 재사유하는 미디어 작업으로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Works of Art

개인과 이미지, 데이터의 관계

Articles

Exhib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