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water-cup and air (얼음-물-컵 그리고 공기) - K-ARTIST

Ice-water-cup and air (얼음-물-컵 그리고 공기)

2021
시벡, 잉크
85 x 46 x 3 cm
About The Work

권현빈은 자연에서 마주하는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풍경을 오랜 시간 바라보며, 그것의 조각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일상 속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자연의 풍경을 관찰하며 시작되는 그의 작업은 그런 오랜 응시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권현빈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자연의 풍경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끼며, 자신이 다루는 물질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나가는 과정을 거쳐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인공재료(스티로폼)나 돌과 같은 재료들은 그가 상상하는 상태에 가까워지려는 과정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내며, 작가와 대상 간의 시간과 작업에 대한 태도의 지표로서 드러난다.
 
권현빈은 돌을 비롯한 물질에 응축된 시간과 감각을 탐구하며, 깨짐과 스밈이라는 조각적 행위를 통해 물질과 인간이 세계 속에서 서로를 인식하는 방식을 조각으로써 시각화 한다. 자연을 품은 그의 작품은 작가의 손이 떠난 이후에도 관객과의 확장된 관계 속에서 계속해서 흐른다.

개인전 (요약)

권현빈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We Go》(두산갤러리, 서울, 2024), 《HOURGLASS》(기체, 서울, 2021-2022), 《Ongoing Track: 미래와 모양》(모노하, 서울, 2020), 《피스 PIECE》(에이라운지,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권현빈은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5-2026),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창원, 2024), 《사라졌다 나타나는》(경기도미술관, 안산, 2024), 《언두 이펙트》(하이트컬렉션, 서울, 2024), 《Project16》(WESS, 서울, 2022), 《작아져서 점이 되었다 사라지는》(아트선재센터, 서울, 2021), 《두산아트랩 2019: Part 1》(두산갤러리, 서울, 2019)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권현빈은 현대건설 S.H.A.A 공공미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Works of Art

물질에 응축된 시간과 감각

주제와 개념

권현빈의 작업은 자연 속에서 흔히 마주치지만 쉽게 지나쳐 버리는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구름, 물, 돌, 빛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거나 이미 오래 존재해온 대상들을 통해, 사물에 축적된 시간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조각적으로 상상해 왔다. 이러한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기보다, 자연과 마주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감각과 시간의 층위를 포착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초기 작업에서 권현빈은 ‘지금 보이는 상태’를 하나의 고정된 결과로 보지 않고, 수많은 가능성이 응축된 기점으로 인식한다. 첫 개인전 《편안한 세상 속에서》(레인보우큐브 갤러리, 2018)에서 선보인 ‘구름’ 연작은 시시각각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을 덩어리 형태로 고정함으로써, 자유롭고 비정형적인 대상을 인간의 시간과 신체 조건 안에서 인식하는 방식을 드러냈다. 이는 자연의 자유와 인간 인식의 한계가 교차하는 지점을 사유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후 권현빈의 관심은 자연 현상 자체보다, 그 현상을 매개하는 물질과 시간의 관계로 확장된다. 개인전 《Ongoing Track: 미래와 모양》(모노하, 2020)에서는 스티로폼과 돌을 입자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으로 바라보며, 덩어리 내부와 외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조각적 행위들을 탐색했다. 이 시기 작업은 아직 조각되지 않은 상태, 즉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인 시간의 중간 지점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최근 개인전 《HOURGLASS》(기체, 2021-2022)와 《We Go》(두산갤러리, 2024)로 이어지며, 작가의 주제는 물질에 응축된 시간과 그것을 인식하는 인간의 행위로 보다 명확히 수렴된다. 모래시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물질의 움직임으로 드러내거나, 이미 완결된 듯 보이는 조각을 다시 분해하고 재배열함으로써, 권현빈은 시간과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해서 생성되고 확장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형식과 내용

권현빈의 작업에서 형식은 개념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는 스티로폼, 돌, 대리석 등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재료를 사용해, 자연 현상을 직접 묘사하기보다 감각과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조각을 구축해왔다. ‘분수의 꼭짓점, 하늘 그리고 기타등등’(2018-2019) 연작처럼 인공재료를 사용한 초기 작업에서는, 자연의 움직임을 응축한 하나의 장면을 물질적으로 고정하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편안한 세상 속에서》에서 등장한 ‘구름’ 연작은 우연과 의도가 혼합된 형태를 통해, 작가의 시선이 자연과 맞닿는 찰나를 형상화한 사례다. 특히 작업의 크기를 ‘얼굴 크기’에서 ‘두 팔을 벌린 범위’로 제한한 선택은, 인간이 대상을 인식하는 신체적 한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였다. 이는 대상의 모든 정보를 포착하지 못하는 상태 자체를 작업의 조건으로 삼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러한 태도는 돌이라는 재료를 본격적으로 다룬 《Ongoing Track: 미래와 모양》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이 전시에서 제시된 돌 조각들은 덩어리이자 판이며, 곡면과 평면을 동시에 지닌 상태로 제시된다. 정으로 남긴 점과 선, 연마를 통해 드러난 내부의 색은 조각의 결과이자 과정의 기록으로 기능하며, 돌이 지닌 시간성과 물질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HOURGLASS》에서는 흰 대리석을 주재료로 삼아 ‘얼음-물-컵 그리고 공기’(2021), ‘구름 Cumulus humilis-fractus’ 연작, ‘Humming Facades’ 연작이 전개된다. 이 작업들에서 조각은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며, 점·선·색은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조각 행위 자체의 흔적으로 남는다. 이후 《We Go》에서는 약 90점의 조각을 분절된 상태로 배열해, 관객의 이동과 시선이 작업의 일부가 되도록 구성함으로써 조각의 형식이 전시 공간과 관람 행위로까지 확장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권현빈은 동시대 한국 조각에서 자연을 다루는 방식과 물질을 대하는 태도 모두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자연을 상징적으로 차용하거나 서사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자연을 인식하는 인간의 시간과 감각을 조각의 조건으로 삼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재현 이후의 조각’으로 읽힌다. 이는 ‘네오-조각’ 담론이나 물질 중심의 조형 실험과도 맞닿아 있으면서, 감각과 시간이라는 비가시적 요소를 핵심으로 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작가의 작업은 일관되게 ‘완결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해왔다. ‘구름’ 연작에서의 덩어리, 《Ongoing Track》의 미조각된 돌, 《HOURGLASS》의 스밈과 마모, 《We Go》의 분절된 조각들은 모두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상태로 제시된다. 이러한 태도는 조각을 결과물이 아닌, 시간 속에서 지속되는 행위로 이해하려는 관점과 연결된다.

또한 권현빈의 작업은 관객의 경험을 통해 확장된다. 《We Go》에서 관객은 조각의 전개도를 따라 이동하며 형태와 시간을 재구성하게 되고, 이는 조각이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새로운 운동성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지점에서 그의 작업은 개인적 사유를 넘어, 공동의 감각과 ‘우리(We)’라는 관계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자연과 인간, 물질과 시간 사이의 관계를 조각으로 사유해온 그의 작업은 동시대 조각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며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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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에 응축된 시간과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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