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Still - K-ARTIST

Stand Still

2020
컨베이어 시스템, 35cm 공
50 x 200 x 100 cm
About The Work

조호영은 일상에서 늘 마주치지만 사소하기 때문에 금방 스쳐 지나가 버리거나 익숙해지기 쉬운 것들을 소재로 삼아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업은 이러한 것들을 일상으로부터 분리시켜 예기치 못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조호영의 작업은 일상적인 대상들을 관찰하는 일에서 출발하여 그 대상과 개인의 관계성, 대상의 실제와 관념적 이미지의 간극을 탐구한다. 작가는 그러한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변화와 차이의 흐름을 드러내기 위해 관객과 작품이 서로 반응하면서 새로운 인식과 경험이 만들어지는 설치 작업을 구상해 왔다.
 
작가는 사물 또는 사람 간의 관계와 이를 지각하는 신체의 감각 작용을 이용하여 심리적, 물리적 거리의 균형을 탐구하고, 작업을 통해 관객이 ‘전환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일상의 물건을 변형하고 이미 학습된 경험과 인지의 과정을 벗어나는 설치 환경을 만들어 그 안으로 관객을 초대함으로써, 현실의 수면 아래 존재하는 긴장된 힘의 관계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조호영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입체경》(탈영역우정국, 서울, 2023), 《N번째 종소리》(스페이스 홤, 서울, 2022), 《[알림]물도 천천히 씹어먹듯이 마시면 좋습니다》(탈영역우정국,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조호영은 《반복의 기록》(챕터투, 서울, 2025),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23), 《이상한 고리: 마르셀을 위하여》(성북예술창작터, 서울, 2022), 《ZER01NE DAY 2021: Playground》(온라인, 2021), 《Rundgang》(Universität Linz, 린츠, 오스트리아, 2017)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조호영은 2018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및 제로원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조호영은 2025년 챕터투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했다.

Works of Art

관계의 예술

주제와 개념

조호영의 작업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수행되지만 쉽게 의식되지 않는 행위와 감각의 구조를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사물이나 상황을 고정된 의미로 제시하기보다, 그것이 특정 환경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변화하는지에 주목한다. 이때 작업의 핵심은 대상 자체보다 대상과 개인, 그리고 개인의 신체 감각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차이와 전환의 순간에 놓인다.

작품 〈60과 120 사이〉(2017–2019)는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이 어떻게 물리적 행동으로 나타나는지를 탐구한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유지하는 사적 공간의 범위를 관찰해 이를 설치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조호영은 친밀함과 긴장, 편안함과 불편함이 거리 조절이라는 행위 속에서 어떻게 감각화되는지를 드러낸다. 이러한 관심은 이후 〈한 바퀴의 상대속도〉(2019)처럼 두 사람 사이의 관계로 축소되며, 관계의 균형이 끊임없는 조정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으로 확장된다.

이후 작가의 주제는 관계의 감각을 넘어, 감각이 형성되는 인지 구조 자체로 이동한다. 첫번째 개인전 《[알림]물도 천천히 씹어먹듯이 마시면 좋습니다》(탈영역우정국, 2020)에서 그는 속도와 효율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환경을 느린 리듬으로 재배치하며, 감각과 인식이 항상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전면에 드러낸다. 〈너가 전하는 무게〉(2020)는 수치로 환원되던 ‘무게’를 신체적 체감으로 되돌려 놓으며, 측정과 인식 사이의 간극을 질문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경험의 내용’보다 ‘경험을 구성하는 조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심화된다. 개인전 《입체경》(탈영역우정국, 2023)은 학습된 지각 체계가 세계를 어떻게 미리 조직하는지를 탐구하며, 관객이 자신의 몸을 통해 예측과 어긋나는 감각을 인식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체전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백남준아트센터, 2023)에서 선보인 〈한 뙈기의 땅〉으로 이어지며, 균형과 안정이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 조정의 결과임을 공간 전체의 경험으로 확장한다.

형식과 내용

조호영의 작업은 완결된 조형물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의 행위와 반응이 개입되며 작동하는 ‘장치’로 구성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도구이자 촉매로 인식하며, 작품의 의미가 관객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이러한 태도는 설치, 움직임, 참여를 결합한 형식으로 일관되게 나타난다.

〈60과 120 사이〉는 지그재그로 연결된 의자 구조를 통해 관객이 특정 범위 안에서 서로를 관찰하고 거리를 조절하도록 유도한다. 이때 작품은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거리 감각을 직접 체험하는 상황으로 기능한다. ‘행-온!’(2017–) 시리즈 역시 일상적인 행거를 실리콘과 같은 유연한 재료로 재구성해, 사물을 다루는 행위 자체에 주의와 긴장을 요구하며 기능과 사용성에 대한 인식을 전환한다.

2020년작 〈Stand Still〉은 컨베이어 시스템과 쇠공을 이용해 상반된 물리적 힘이 상쇄되는 지점을 시각화한다.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재조정되는 상태를 드러내며, 조호영은 이를 관계와 균형의 은유로 확장한다. 이러한 물리적 관계에 대한 관심은 〈너가 전하는 무게〉에서 다시 신체 감각으로 환원되어, 측정값이 아니라 흔들리는 현재의 상태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입체경》에서 작가는 일상적 행위 구조를 해체해 무대 장치처럼 배치한다. 〈무빙 워크〉(2023)는 실제 무빙 워크의 형태를 재해석한 구조물로, 관객이 직접 걸으며 기계 환경에 길들여진 신체 감각을 다시 인식하도록 만든다. 〈한 뙈기의 땅: 조각난 지면들〉(2023)은 고무공과 반투명 지면으로 구성되어, 관객의 체중과 움직임에 반응하며 신체와 지면 사이의 물리적 관계를 불확실한 감각으로 드러낸다.

지형도와 지속성

조호영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사물과 사람, 그리고 그 관계를 인식하는 신체 감각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이다. 그는 일상에서 자동화된 행위와 감각을 분리해 새로운 상황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인식의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러한 태도는 초기 작업부터 최근 작업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조호영의 관객 참여형 설치는 참여를 목적화하지 않고, 참여를 통해 감각의 오차와 관계의 불안정성을 정교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작가의 관심은 개별 행위에서 관계의 구조, 더 나아가 균형과 항상성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물리적 에너지의 평형 상태를 사회적 관계의 은유로 읽어내며, 개인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감각을 조정해야 하는 조건을 공간적 경험으로 제시한다.

작가는 이러한 감각·관계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간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신체 경험의 조건을 실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일상적 사물과 행위를 출발점으로 삼되, 그것이 작동하는 인지적·사회적 구조를 드러내는 그의 작업은 다양한 맥락에서 동시대적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언어로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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