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연, 뉴 락 속 개미 - K-ARTIST

신자연, 뉴 락 속 개미

2023 (2025년 재편집)
단채널 영상, 컬러
5분 30초
About The Work

장한나는 인간이 가진 다양한 욕망에 관심을 가지고, 그 욕망들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작업을 통해 이야기한다. 특히 그는 인간의 욕망과 자본에 의해 생산된 인공물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새로운 형태로 존재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이에 대해 수집, 관찰, 조사한 내용들을 사진, 드로잉, 설치, 영상 등을 활용해 드러낸다.
 
장한나는 환경 문제를 직접적인 고발이나 교육의 방식으로 다루기보다는, 이미 도래한 현실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는 플라스틱 암석을 ‘문제’로 규정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공존하고 있는 새로운 자연의 일부로 제시하며 관객이 스스로 질문에 도달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작업은 예술이 환경 문제를 사유하고 인식하는 하나의 유효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장한나의 작업은 인간이 생산한 모든 것이 통제 하에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인간의 창조물들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장한나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신자연, 신대지미술》(칠성조선소, 속초, 2024), 《뉴 락》(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김해, 2023), 《신자연의 탄생》(무대륙, 서울, 2023), 《뉴 락》(스튜디오 스퀘어, 수원,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장한나는 《다시, 지구: 다른 감각으로 응답하기》(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서울, 2025),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25),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5), 《무등: 고요한 긴장》(광주비엔날레 광주파빌리온,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2024), 《일상의 기후, 이상한 기후》(국립중앙과학관, 대전,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경계에 놓인 것들

주제와 개념

장한나의 작업은 인간이 가진 다양한 욕망과 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생산된 인공물이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관계를 맺고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지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재개발 지역을 직접 걸으며 사라져가는 동식물과 물건들, 그리고 인간의 결정에 의해 밀려난 존재들에 주목했다. 이러한 관심은 ‘경계에 놓인 것들’—사라지기 직전이거나 기능을 상실한 대상들—을 수집하고 옮기고 전시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졌으며, 인간의 선택이 환경과 생태에 남기는 흔적을 미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후 작가의 관심은 보다 직접적으로 인간의 생산 시스템과 환경 문제로 이동한다. 2017년 울산 해안에서 돌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덩어리를 발견한 경험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뉴 락(New Rock)’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다. 장한나는 버려진 플라스틱이 해풍과 태양, 파도라는 자연의 시간을 거치며 암석처럼 변형된 상태에 주목하고, 이를 ‘이 시대의 새로운 돌’이자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넘어선 ‘다음 단계의 물질’로 인식한다. 여기서 ‘뉴 락’은 단순한 환경 오염의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 자연 속에서 다른 시간과 관계를 획득한 존재로 다뤄진다.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에 설치된 작품 〈신 생태계〉는 이러한 사유를 한 단계 확장한 작업이다. 뉴 락으로 구성된 수중 생태계를 통해 작가는 플라스틱이 더 이상 외부의 이질적 존재가 아니라, 해양 생태와 지질학의 일부로 기능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순수한 자연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하며, 자연과 인공을 명확히 구분해 온 인간 중심적 사고 자체를 되묻는다.

이 질문은 이후 ‘신자연(New Nature)’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신자연, 뉴 락 속 개미〉(2023/2025), 〈신자연: Being〉(2025) 등에서 장한나는 오염 이후에도 끊임없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자연의 생명력을 조명한다.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순환하는 오늘날의 환경 속에서, 작가는 오히려 인간이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며, 공생의 가능성을 사유의 중심에 둔다.

형식과 내용

장한나의 작업 방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생산을 최소화하고 수집과 관찰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그는 뉴 락 프로젝트 전반에서 인공적인 가공을 피하고, 수집 과정에서의 이동과 행위 또한 최소화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추가적인 개입을 줄이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업의 윤리적 조건이자 형식적 기반으로 작동한다.

《뉴 락》(스튜디오 스퀘어, 2020) 전시는 이러한 방식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첫 개인전이다. 전국 해안에서 수집한 뉴 락을 표본 혹은 ‘수석’ 컬렉션의 형태로 제시하며, 플라스틱이 자연 속에서 겪었을 시간과 변형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드러냈다. 매끈했던 플라스틱 표면은 불균질한 질감으로 바뀌고, 파도에 의해 형성된 오목한 내부는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된다. 이 전시는 뉴 락을 조각적 대상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자연도 인공도 아닌 중간 상태의 물질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후 〈신 생태계〉에서는 설치와 영상이 결합된다. 서로 다른 크기의 수조 속에 뉴 락을 배치해 실제 생물이 공존하는 수중 환경을 구성하고, 이를 기록한 2채널 영상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뉴 락의 ‘여정’과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이 작업은 플라스틱이 지질학적 층위와 해양 생태에 편입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2025년 국립현대미술관 단체전에서 선보인 최근 작업인 〈Being〉은 이러한 형식적 실험이 대형 설치로 확장된 사례다. 500여 개의 뉴 락으로 구성된 수평 구조와 중앙에 매달린 수직의 플라스틱 구조물은 자연과 인간의 상이한 질서를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수직 구조가 위계와 축적을 상징한다면, 수평으로 펼쳐진 뉴 락은 판단이나 구분 없이 인공을 순환시키는 자연의 방식을 은유한다. 함께 제시된 영상 〈신자연: Being〉은 플라스틱뿐 아니라 온폐수, 탄소 등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을 자연이 어떻게 흡수하고 재편하는지를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장한나의 작업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 놓인 존재들을 탐구해 왔다. 재개발 지역의 동식물과 버려진 물건들에서 출발한 그의 관심은 플라스틱이라는 대표적인 인공물로 집중되었고, 이후 ‘뉴 락’이라는 개념을 통해 동시대 환경 조건을 물질의 차원에서 드러내는 작업으로 발전했다. 이 흐름 속에서 수집과 관찰, 최소한의 개입이라는 작업 태도는 꾸준히 유지되어 왔다.

장한나는 환경 문제를 직접적인 고발이나 교육의 방식으로 다루기보다는, 이미 도래한 현실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는 플라스틱 암석을 ‘문제’로 규정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공존하고 있는 새로운 자연의 일부로 제시하며 관객이 스스로 질문에 도달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작업은 예술이 환경 문제를 사유하고 인식하는 하나의 유효한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최근 작업에서 볼 수 있듯, 작가의 관심은 개별 물질의 관찰을 넘어 구조와 질서의 대비로 확장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시스템과 자연의 순환 방식이 어떻게 충돌하고 교차하는지를 공간적 구성과 영상 언어로 드러내며, 물질·환경·인간의 관계를 보다 넓은 스케일에서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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