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천국 - K-ARTIST

서른여덟, 천국

2022–2023, 2025
2채널 프로젝션, 흑백, 사운드, 방수커튼
1시간
About The Work

차연서는 드로잉, 설치, 텍스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죽음과 상실, 치유와 애도를 위한 예술적 탐구를 진행해 왔다. 작가는 몸과 연결된 삶 그리고 끊어진 삶의 주변을 맴돌며, 예술을 통해 이를 다시 연결하고 돌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를 통해 “트라우마와 사랑 그리고 창조성이 서로 연결된 신경망에서 가장 멋진 거짓말을 구조해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차연서의 작업은 가장 가까운 관계 중 하나인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2021년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상실을 겪게 된 이후, 그 경험들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한 작업들을 전개해 나갔다.
 
차연서는 작가만의 고유한 예술적 행위를 통해 우리 삶의 다양한 경계들 사이를 횡단하며, 이를 관통하는 여러 몸들과 존재들을 공공의 자리 위로 세운다. 이로써 작가는 그들이 머물 자리를 마련하고 환대하며, 그들과 함께 남겨진 존재들을 위로하고 치유한다.

개인전 (요약)

차연서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거상거상 거상거》(N/A, 서울, 2025),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SAPY 그레이룸, 서울, 2024), 《꽃다발은 아직》(상업화랑 을지로, 서울, 2024), 《이 기막힌 잠》(온라인, 2023), 《Every mosquito feels the same》(TINC, 서울, 2022)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차연서는 《sent in spun found》(두산갤러리, 서울, 2025), 《혀 달린 비》(아트선재센터, 서울, 2024), 《그, 그들, 그리고 그들》(Choi&Choi Gallery, 서울, 2024), 《슬픈 캡션》(SeMA 벙커, 서울, 2024), 《모텔전》(홍대 미성장모텔, 서울, 2023)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24년 프리즈 서울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황혼이 질 때면〉을 발표하였다.

Works of Art

죽음과 상실, 치유와 애도

주제와 개념

차연서의 작업은 죽음과 상실을 출발점으로 한다. 아버지(故 차동하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작가는 신체가 경험하는 상실의 충격과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관계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3 Households 집을 지키는 사람들〉(2021)은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를 다루며, 죽음, 치유, 애도,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윤리를 다층적으로 질문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퍼포먼스 작업에서도 확장된다. 〈Juicy Mosquito〉(2020)와 〈모스키토라바쥬스〉(2022)는 시적 언어를 매개로 여성의 몸과 죽음, 그리고 해방의 모순적 관계를 제기하며, 타자와의 감각적 접촉을 통해 생과 사의 경계를 감각적으로 흔든다.

2023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축제’(2023~) 시리즈에서는 아버지가 남긴 닥종이, 법의학 책 속 무연고 사체, 벌레의 흔적 등을 통해 죽음을 기억하고, 존재하지 않는 목소리들을 현재의 시간으로 다시 불러낸다. 개인전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SAPY, 2024)는 이러한 태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로, 사체를 위로하는 대신 그들에게서 새로운 의미를 “받는” 관계를 설정한다.

최근 개인전 《거상 거상 거상거》(N/A, 2025)에서는 정원을 새로운 지형으로 들여오며 죽음의 장소가 치유와 부활의 서사로 전환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애도의 행위가 멈추지 않는 “순환”의 시간임을 드러낸다.

형식과 내용

차연서는 드로잉,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게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미디어 작업 〈3 Households〉의 인터랙티브 구조는 임상적 치료기법(IFS, EMDR)을 참조하여 관객·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기억의 층위를 탐색하게 한다.

퍼포먼스 작업에서는 “죽는 순간 사라지는 매체”의 속성을 기반으로 기억, 망각, 기록을 재구성한다. 〈모스키토라바쥬스〉에서는 퍼포머 각자의 내밀한 트라우마를 연대의 방식으로 끌어올리며, ‘유충’이라는 비유를 통해 미완의 존재들이 갖는 잠재적 생명성을 강조한다.

종이 오리기(Paper Cut-out) 기반의 ‘축제’ 시리즈는 닥종이라는 재료의 물성과 애도의 개입을 결합한다. 〈축제〉는 절단, 배치, 직조의 방식으로 근원적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무언가를 ‘새롭게 잇는’ 행위를 매번 반복한다. 최근에는 ‘회전하는 뱀’의 형상을 통해 무한 반복과 환생의 상징을 시각화하며, 〈저 고양이들!〉(2025)와 연계해 무대적 확장을 시도한다.

더불어 정원 소리, 벌레, 사체 이미지 등 비인간적 요소를 작품으로 끌어오며 생태적 감각까지 확장한다. 이는 죽음을 인간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존재들의 서사를 켜켜이 불러오는 형식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지형도와 지속성

차연서의 작업은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관계성을 실천하는 예술로서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독창적 위치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신체적 상처, 트라우마, 애도의 윤리를 임상·문학적 장치와 결합하는 방식은 타 매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감각을 보여준다.

가족의 서사에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비인간 존재, 무연고 사체, 정원이라는 확장된 공동체로 뻗어 나가며, 애도와 부활의 감각을 사회적·생태적 관계의 층위로 전환하고 있다. ‘축제’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축된 이러한 지속성은 파괴-부활-순환이라는 시간구조를 작품 전반의 핵심 축으로 변수화한다.

세계 미술의 지형 속에서 차연서의 작업은 퍼포먼스와 설치, 문학적 내러티브를 결합한 관계적 미학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죽음을 은폐하거나 정리하는 대신, 끝없이 다가오고 다시 솟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공공의 장 앞으로 불러오는 태도는 국제적 담론에서도 중요한 감각을 제공한다.

앞으로도 작가는 한국을 넘어 다양한 무대에서 “살아있되 지워진 존재들”을 예술로 환대하며, 죽음의 언어를 타자와 함께 다시 쓰는 창작자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죽음과 상실, 치유와 애도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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