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보드 - K-ARTIST

리퀴드 보드

2023
단채널 영상
4분 33초
About The Work

황문정은 도시를 구성하는 다층적인 요소들 간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현상들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시선을 통해 탐구해 왔다.
 
특히 작가는 도시 구성 요소들 중 인간을 제외한 건축물이나 자연, 주변 환경들을 ‘비인간’이라 규정 짓고, 그것들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작품이 비치는 공간, 즉 인간과 비인간과 연결 지점을 탐구한다.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도시 시스템에 대한 관찰을 지속해 오며, 화려한 도시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과 마주한다.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에 존재하지만 우리의 의식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와 접촉하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포착함으로써,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대한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개인전 (요약)

황문정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AFTER FLOW(온드림 소사이어티, 서울, 2023), 《유사 도시 표본》(TINC, 서울, 2022), 《무애착 도시》(송은아트큐브, 서울, 2018)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황문정은 《협업의 기술》(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2025), 《제9행성》(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2024),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3-2024),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2022 《미래도시》(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2), 《블루 플래닛 - 바다》(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2), 《포스트휴먼 앙상블》(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황문정은 인천아트플랫폼(2017),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6), 웨스트버리 아트센터(2015)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현상

주제와 개념

황문정은 도시라는 거대 환경 속에서 비인간 존재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해 왔다. 초기작인 〈재활용 조경〉(2016)과 〈세 나무가 함께 사는 방법〉(2016)에서는 도시에 서식하는 식물, 동물, 곤충과 같은 비인간 개체들의 생존 방식에 주목한다. 이 시기 그의 시선은 도시 외곽에서 관찰되는 자연물과 계획되지 않은 풍경의 변칙들을 읽어내는 데서 출발하며, 도시를 하나의 생태적 서사로 바라보게 한다.

이후 작가는 도시를 구성하는 다층적 관계의 구조를 사회, 기술, 자본과 맞물린 시스템으로 확장해간다. ‘사이 넘어 사이’(2014-) 시리즈나 송은아트큐브 개인전 《무애착 도시》(2018)에서 나타나듯, 황문정에게 도시란 생명체처럼 증식하고 변화하는 유기적 네트워크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건축물, 쓰레기, 새, 풀, 곤충과 같은 비인간 존재들의 생존 방식이 인간의 시스템과 충돌하거나 간섭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2022년 TINC 개인전 《유사 도시 표본》에서 그는 비인간의 존재론을 더욱 구체화한다. 여기서 도시는 인간의 통제에 실패한 존재들의 비가시적 집합체로 변환되며, 쓰레기·하수·잡초·조류·해충 등 ‘억압된 생명체의 표본’이 등장한다. 이 작업은 비인간 존재가 도시의 엔트로피 회로 속에서 소멸되지 않고 재귀적으로 재등장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인간 중심적 도시관의 붕괴를 전제한다.

《AFTER FLOW》(온드림소사이어티, 2023) 개인전 작업들과 〈지구에서 온 자들〉(2024)로 이어지는 최근 작업은 기후위기라는 행성적 스케일로 개념을 확장시킨다. 비인간은 더 이상 주변부의 잔여물이 아니라, 물의 흐름과 함께 도시 시스템을 재편하는 행위자로 등장한다. 황문정의 주제는 결국 도시라는 서사의 중심을 이동시키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충돌·접촉·재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태적 관계를 탐구하는 데 귀결된다.

형식과 내용

황문정의 작품은 장소 기반 오브제 설치에서 복합적인 시스템적 시나리오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재활용 조경〉이나 〈신선한 먹이 주기〉(2015)에서는 식물, 나무, 흙, 기계와 같은 물성을 활용해 인간이 전제한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이 단계에서 재료는 도시의 구성 요소이기도 하지만, 비인간 존재의 생태적 흔적을 드러내는 기능적 장치로 사용된다.

2017년 작품 〈AIR SHOP: 식물 마스크 시리즈〉에서는 비인간과 사회 시스템의 연결 방식이 퍼포먼스, 영상, 설치를 포괄하는 복합적 형식으로 확장된다. 여기서 작가는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를 제시하는 대신, 소비 사회가 위기와 공포를 상품화하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시각화한다. 영상, 판매 공간, 홈쇼핑적 연출 등은 도시 생태계의 비물질적 구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다.

전시 《무애착 도시》와 《유사 도시 표본》에서 그는 비인간 존재를 도시의 재료와 구조에 기반한 조형적 언어로 구현한다. 풍선, 유리, 벽돌, 나무, 하수구의 잔여물 등이 건축적 단위로 변형되며, 도시를 이루는 오브제들이 다층적인 서사와 함께 설치 공간 전체를 점유한다. 특히 〈무애착 도시_표본화〉(2018)에서 도시 빌딩의 구조적 요소를 추출해 ‘조각화’한 방식은 건축과 생태를 동일한 층위로 다루는 방식이자, 도시의 물질적 존재론을 전면화한 작업이다.

《AFTER FLOW》 이후의 작업은 물의 이동을 매체적 언어로 흡수한다. 〈Aqua Bound〉(2023), 〈Liquid Board〉(2023)에서 물·흙·시멘트·흐름·경계가 작품 구조를 구축하는 조형적 원리가 되며, 물의 강도와 양에 따라 비인간 존재의 이동·증식·변형을 시각적으로 구성한다. 황문정의 형식은 객체의 재현이 아니라 도시 생태 시스템의 작동을 모사하는 조형 언어로 진화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황문정의 작업은 인간이 거주하는 도시를 비인간 존재의 관점에서 뒤집는다. 동시대 다수의 도시 탐구가 개발·정책·자본의 문제에서 출발한다면, 그는 그 너머에서 작동하는 비가시적 생명체들의 관계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도시 생태를 재해석한다. 이는 《포스트휴먼 앙상블》(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1), 《제9행성》(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2024) 등 주요 전시에서 소개되어온 포스트휴먼 담론과 긴밀하게 호응한다.

초기에는 관찰과 채집의 시선을 통해 비인간의 생존 방식을 포착했다면, 최근 작업에서는 비인간이 도시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행위자임을 보여주며, 도시 그 자체를 하나의 생태 네트워크로 전환시킨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오브제를 재료로 삼는 방식을 넘어, 도시의 물질·기후·자본·기계 시스템을 표본·보드게임·시뮬레이션 장치 등으로 시각화한다.

황문정의 지속성은 도시를 ‘문명’의 공간이 아닌 ‘생태적 충돌의 현장’으로 다룬다는 점에 있다. 그는 도시를 단순히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에서 배제된 존재들을 다시 호출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교란시키는 장면을 구현해왔다. 이러한 작업은 도시 생태를 새로운 구조로 바라보게 만드는 시각적·개념적 전환을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기후·환경·도시·생태를 연결하는 확장된 스케일에서 발전해갈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상상하는 물과 흐름, 네트워크 등과 결합한 도시 생태는 전지구적 담론과 연결된다. 황문정은 앞으로도 비인간을 도시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 축으로 재배치하며, 도시 시스템의 재구성이라는 독자적 영역에서 작품 세계를 확장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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