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more note - K-ARTIST

Vita-more note

2020
나무
70 × 90 × 4 cm
About The Work

이유성은 신체의 존재 감각을 환기하고 서사적 가능성을 불러일으키는 입체 작품을 선보여 왔다. 가상과 실재가 모호하게 뒤섞이고 급속도로 디지털화 되어 가는 세상에서 이유성은 조각과 실재 공간의 풍부함, 손으로 만지는 재료의 촉각적 경험에 전념한다.
 
이유성은 목재, 점토, 금속, 종이, 레디메이드 오브제, 직물, 실 등 다양하지만 이질적인 재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돌시키듯 혼합하고, 제작의 과정에 내재된 촉각적 특성을 강조한다. 특히 고전 조각의 계보를 수용하지만 동시에 동시대적 감각을 불쑥 끼워 넣으면서 흥미로운 시각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유성은 과거와 현재를 경유하며 기억의 충동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조각이라는 매체를 통해 다루며  ‘신체’를 개개인의 경험을 통한 감정, 또는 감각이 새겨진 기표로 인식한다. 이때 작가는 이를 매개로 동시대적 감각을 환기시키고 급변하는 사회 시스템 안에 놓인 우리 신체 존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이유성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Epitaphs》(TSA NY, 뉴욕, 미국, 2023), 《카우보이》(아트스페이스 보안3, 서울, 2023), 《제인》(위켄드/투더블유, 서울, 2019), 《플로피 하드 컴팩트》(175갤러리, 서울, 2016)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유성은 《Ringing Saga》(두산갤러리, 서울, 2025), 《말하는 머리들》(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5),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창원 동남운동장, 창원, 2024), 《Open-Hands》(갤러리현대 x Commonwealth and Council, 서울, 2024),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일민미술관, 서울, 2024), 《Sometimes it sticks to my body》(WESS, 서울, 2023), 《Memory of Rib》(N/A, 서울, 2022), 《트랜스포지션》(아트선재센터,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유성은 2023년 SeMA 신진미술인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이유성은 2022년 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작가로 참여하였다.

Works of Art

손으로 만지는 재료의 촉각적 경험

주제와 개념

이유성의 작업은 기억이라는 비물질적 존재를 물리적 화면으로 이식하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첫번째 개인전 《플로피 하드 컴팩트》(175갤러리, 2016)에서 플로피 디스크·하드디스크 같은 저장 장치는 기억이 축적되는 방식에 관한 은유가 된다. 여기서 ‘기억’은 장치가 저장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작가가 직접 손으로 구축하는 조형적 행위에서 재현된다. 그는 인간의 삶과 감각이 조각과 오브제에 전이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기억을 사유하는 형식에서부터 서사적 가능성을 이끌어냈다.

이후 개인전 《제인》(위켄드/투더블유, 2019)에서 주제는 보다 구체적인 신체적 존재로 확장된다. 개인적 기억의 분석에서 벗어나, ‘제인’이라는 실존 인물과 그를 둘러싼 이미지—엽서, 피어싱, 와일드플라워, 성조기—를 매개로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이미지적 기억으로 전유되는가”를 탐구한다. 여기서 신체는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관계·서사·과거를 호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러한 맥락은 《카우보이》(아트스페이스 보안, 2023)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맞는다. 작가는 실제 타인의 신체를 본 뜬 껍질을 통해 ‘신체를 사물로 인식하는’ 시선을 드러낸다. 거기서 신체는 더 이상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육체가 아니라, 관계·전통·죽음·종교·문화적 상징이 겹치며 형성되는 껍질로 나타난다. 〈계곡〉(2023), 〈신부〉(2023) 등의 조각은 “신체가 남긴 흔적과 부재”를 다룬다.

그리고 최근 두산갤러리 주최로 미국에서 개최한 개인전 《Epitaphs》(TSA NY, 2023)에 이르면 주제는 더욱 응축된다. “비문”—죽은 사람들을 위해 쓰는 글—로서 신체를 바라보며, 인간의 존재는 소멸 이후에도 기억과 흔적으로 지속된다는 전제를 형상화한다. 신체는 개인적 서사와 공동체적 기억이 교차하는 장소가 된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기억-인물-신체-부재의 껍질이라는 순서로 개념이 구체화되며, 신체를 매개로 존재의 흔적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형식과 내용

초기의 《플로피 하드 컴팩트》는 목재 조각과 회화적 요소를 혼합하며 조각적 형식을 실험했다. 물질의 기록성을 탐구한 이 시기에는 재료의 다양성보다, “기억을 어떻게 형태화할 것인가”라는 방식적 문제에 집중한다. 이후 《제인》(2019)은 캔버스·패널·문자·오브제를 결합한 부조 형식을 통해 회화에서 조각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여기서 작품들은 이미지, 상징, 텍스트, 오브제가 병치되며 조각적 사고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2021년 이후부터 형식은 본격적으로 신체와 접속하며 확장된다. 작품 〈쿠로스〉(2021)나 〈트렁크〉(2021)는 나무, 알루미늄, 패브릭, 공산품 등이 결합되면서 신체를 사물처럼 취급하는 감각을 실험한다. 이 시기부터 작가는 조립, 봉합, 절단이라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조각을 해체된 신체·사물의 결합체로 다룬다.

《카우보이》에서는 석고 붕대가 주재료로 등장한다. 얇은 붕대가 살갗 위에서 굳어 껍질이 되는 과정은 조각 행위의 핵심으로 제시된다. 〈계곡〉, 〈신부〉, 〈달걀껍질〉 등은 실제 몸의 형태가 드러나는 조각이며, 신체의 흔적과 결여, 봉합된 표면이 핵심 구조를 이룬다. 이는 인체를 조립하고 해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며, “인체를 재조립하여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는 과정”을 형식으로 삼는다.

《Epitaphs》에서는 조각의 표면에 기호, 색채, 광택, 금속, 실, 목재 등을 충돌시키며 재료의 감각을 극대화한다. 사라져가는 존재를 기록하는 조각이라는 주제는, 물질·표면·촉각적 매체를 통해 구축된다. 형식은 초기의 부조적 실험에서 시작해, 신체를 본뜨는 캐스팅과 봉합의 방식으로 전개되며, 조각적 형식은 항상 서사와 감각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구조로 변화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유성의 작업은 “물질을 통해 비물질을 다시 호출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기억, 이미지, 신체, 껍질이라는 주요 테마들은 서로 다른 재료적 조건 속에서 확장되어 왔으며, 이는 동시대 한국 조각에서 보기 드문 정교한 감각적 시도를 보여준다. 조각이 신체의 부재를 다루는 방식, 혹은 신체의 조립과 해체를 통해 존재론을 탐구하는 방식은 국내 조각가 중 독자적인 위치를 점한다.

특히 ‘껍질’을 중심에 두고 신체의 존재를 다루는 시선은 최근 작품인 〈달걀껍질〉, 〈주전자 여인〉(2024)과 초기 작품인 〈Pierce〉(2019) 등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카우보이》에서 《Epitaphs》까지 이어지는 궤적은, 조각이 몸의 흔적과 기억을 호출하는 구조로 발전해 온 것을 보여준다. 그는 조각의 물성을 통해 신체를 사유하는 방식으로, 한국 조각에서 점차 강화되는 신체 기반 서사적 경향을 선도하는 지점에 있다.

또한 그는 계속해서 재료적 실험을 병행한다. 목재, 금속, 석고붕대, 패브릭, 알루미늄, 레디메이드 오브제의 결합은 향후에도 조각적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 뉴욕의 TSA에서의 《Epitaphs》를 비롯해, 단체전 《Open-Hands》(갤러리현대, 2024), 《큰 사과가 소리없이》(창원조각비엔날레, 2024) 등 국제 및 국내 전시를 통해 조각적 언어의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그의 작업은 신체를 둘러싼 기억과 재현, 공동체적 서사에 대한 관심 속에서 세계적 무대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신체를 하나의 사물·기록·기억의 저장 장치로 다루는 방식은 동시대 미술에서 보편적인 언어로 작동하며, 향후 재료·서사·공간의 확장을 통해 더 큰 조각적 지형도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손으로 만지는 재료의 촉각적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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