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잎 - K-ARTIST

붉은 잎

2020
캔버스에 유채
38 x 38 cm
About The Work

김그림은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관계를 탐구하며, 그들의 상호의존적 방식 안에서 인간을 다시 바라보는 관점을 구축해 왔다. 작가는 생명체들이 본질적 차이 없이 공존하는 장소로서의 ‘생명권(biosphere)’에 주목하며, 생명이 깃든 장소를 직접 찾아가 경험한 감각과 사유를 회화로 전환한다.
 
그의 작업은 숲과 같은 다층적 생태 공간을 관찰하는 행위에서 출발하며, 체험의 시간 속에서 발생한 생각을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한다. 작품 속 풍경은 촉각적으로 스며드는 화면을 통해 인간, 동물, 식물, 광물이 서로 맞닿는 친밀한 조우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물적 형상은 인간의 삶을 은유하는 동시에, 서로가 결합해 새로운 가상의 생태계를 이루는 모습을 제시한다. 김그림은 대상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그 대상을 통해 발생한 감각·정동·사유를 ‘그리기’라는 행위 속에 병합한다.
 
구상적 풍경과 추상적 신체 감각이 혼합된 화면은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를 더욱 강조하며, 각 존재들은 개별적 구분을 넘어 동일한 정동의 흐름 속에 위치하게 된다. 활기를 띤 생명 형상들이 캔버스 위를 떠다니며 만드는 리듬은 또 하나의 가상 생태계를 구성하고, 관람자는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침투하게 된다.

개인전 (요약)

김그림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BENEATH BRANCHES》(WWNN, 서울, 2025), 《푸른 어둠 속 둥지 짓기》(수애뇨339, 서울, 2025), 《RHYTHMOSCAPE 생동하는 풍경》(예술공간 서:로, 서울, 2022)가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그림은 《산이 사는 곳》(챔버, 서울, 2025), 《플랜-t: 둥지 엿보기》(스페이스 미라주, 서울, 2024), 《숨쉬는 선》(보다 갤러리, 서울, 2024),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갤러리 플레이리스트, 부산, 2023), 《사적이고, 시적인 것》(갤러리 인, 서울, 2022), 《Dispersed Echo 흩어진 울림》(공간 파도, 서울, 2022), 《식별 불가능성에 대하여》(도잉아트, 서울,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인 관계

주제와 개념

김그림의 작업은 일관되게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재사유하는 감각적 탐구에서 시작한다. 초기작인 〈바위 위에 앉은 호수와 돌〉(2018)처럼 특정 장소에서 포착한 장면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하던 단계에서도, 그는 이미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냈다.

최근 2인전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갤러리 플레이리스트, 2023)에서는 자연 속 유기체의 내부 감각과 인간의 감각을 교차시키며, 풍경을 시각적 이미지가 아닌 감각의 장(場)으로 확장했다. 김그림은 자연에서 마주한 생명체들의 생존 전략—특히 ‘털’이나 ‘껍질’과 같은 보호의 표면—을 인간 삶의 조건과 연결해 이해한다

이러한 관심은 개인전 첫번째 개인전 《RHYTHMOSCAPE》(예술공간 서:로, 2022)에서 본격적으로 체계화된 바 있다. 남미 고산지대 답사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급격한 고도 변화와 환경 속에서 체감한 신체의 긴장·이완, 호흡과 감각의 리듬을 통해 풍경을 이해한다. 자연은 여기서 단순히 관찰되는 대상이 아니라, “몸을 통해 인식되는 세계”로 존재한다. 김그림에게 풍경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과 감각 속으로 스며드는 존재론적 체험이다. 이 전시 이후 그의 주제의식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공존”이라는 추상적 개념에서, “서로의 삶을 거울처럼 비추는 관계”로 더욱 선명하게 발전한다.

이러한 사유는 개인전 《푸른 어둠 속 둥지 짓기》(수애뇨339, 2025)에서 ‘둥지’를 중심으로 더욱 구체화된다. 작가는 푸른 새틴 바우어새가 어두운 숲에서 재료를 모아 둥지를 짓는 모습을 바라보며 삶을 구성하는 행위—노동, 생존, 집짓기—가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동하는 원리임을 포착했다. 특히 치열하게 거주 공간을 확보하려는 젊은 세대의 현실과 바우어새의 생태적 전략이 겹쳐 보이면서, 자연 관찰은 단순한 생태학적 관심을 넘어 인간 사회의 조건을 되비추는 철학적 사유로 확장된다. 이때 자연은 인간 바깥의 타자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구조를 해석하는 또 다른 렌즈가 된다.

가장 최근의 개인전 《BENEATH BRANCHES》(WWNN, 2025)에서는 ‘산책’이라는 일상적 행위와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계기로, 작가의 주제의식이 “생태적 관계”에서 “생명과 죽음, 재생의 시간성”으로 확장된다. 통영 숲의 깊은 흑빛 어둠 속에서 발견한 둥지와 생명체들의 얽힘은 작가에게 생명 전체를 하나의 연결된 상태로 바라보게 하는 기원적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작가에게 자연은 더 이상 관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근원과 죽음의 감각이 함께 흐르는 시간의 공간이다. 자연·몸·기억·죽음·재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흐름은 김그림 작업의 주제적 지평을 크게 확장시키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넘어 세계 전체를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통합적 생태적 사유로 나아간다.

형식과 내용

김그림의 회화는 비교적 구상적 구성 위에 촉각적인 질감과 생태적 요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바위 위에 앉은 호수와 돌〉과 같은 초기 작품에서는 돌, 호수, 식물과 같은 구체적 대상이 화면에 등장하지만, 그 표면은 이미 추상적 브러시워크와 부드러운 감각의 레이어로 처리되어 있다. 이는 작가가 대상의 외형보다 몸으로 감각한 표면의 온도, 촉지성, 떨림 등을 회화적으로 번역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었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화면은 관찰 기반의 자연 묘사에서 출발하지만, 이미 “보이는 것 너머의 감각”을 향해 열린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후 작품의 형식은 한 단계 더 추상화된다. 남미 고산지대에서 경험한 신체 감각의 리듬을 회화로 번역하며, 김그림은 풍경의 형태를 해체하고, 색채와 질감의 흐름을 몸의 호흡과 반응의 흐름으로 치환한다. 《RHYTHMOSCAPE》의 가변 설치는 캔버스를 ‘장소의 일부’처럼 배치하며, 화면 자체가 하나의 리듬 덩어리처럼 작동하도록 구성된다. 여기서 자연의 모습은 구체적 형태보다도 감각이 움직이는 경로, 생명들이 얽히는 동선, 긴장과 이완의 에너지로 재현된다. 작품의 구성은 자연의 표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자연을 체험하는 과정 그 자체를 회화적 구조로 변환하는 형식 실험에 더 가깝다.

최근에는 재료와 화면 구성 방식이 더욱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Peeking into the Nest〉(2025)와 〈푸른 어둠 속 둥지 짓기〉(2024–2025)에서는 수천 개의 털처럼 쌓이는 브러시워크가 둥지의 구조적 복잡성을 구현하는 동시에, 생명체의 보호 본능을 시각적 물질성으로 드러낸다. 촉각적 질감—특히 털결의 중첩, 유기적 선의 흐름, 어둠과 빛의 교차—은 회화를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감각적 지형으로 만든다. 화면 속 요소—알, 죽은 나무, 뾰족한 돌, 새끼 잎—들은 구상적 대상이면서 동시에 삶과 죽음의 층위가 뒤얽히는 상징적 장치로 작동한다. 김그림의 회화는 자연의 표면 묘사를 넘어, 자연의 구조적·생태적 현상을 회화적 물질성과 리듬의 구조로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BENEATH BRANCHES》에서는 화면이 이전보다 훨씬 추상적이며, 색채 또한 갈색-흑색의 깊은 어둠과 푸른 빛의 점멸이 극단적 대비를 이루는 방향으로 구성된다. 둥지의 형태는 미시적 장치로 등장하지만, 주변 숲의 구조는 추상이며 감각의 균열이 화면 전체를 가로지른다. 이 시기 작품은 “풍경”이라는 범주를 넘어, 감정·기억·감각·죽음·재생이 뒤얽힌 심리적·존재론적 공간에 가깝다. 특히 화면을 구성하는 유기적 선들은 각각의 생명체를 구분하는 선이라기보다, 모든 존재가 서로 얽혀 있다는 비선형적 생태 구조의 시각적 은유로 작동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그림은 자연을 단순한 대상이나 풍경으로 재현하기보다, 비인간 존재의 삶의 전략, 생태적 조건, 감각의 방식을 회화의 내용과 구조에 직접적으로 이식해 왔다. 그는 일상·자연·생명적 감각을 결합하며, 인간 중심적 감각 체계를 뒤집는 회화적 실험을 지속해 왔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한 생태주의를 넘어, 감각-관계-생명의 구조를 재사유하는 동시대적 실천으로 평가된다.

그의 전시는 각각의 시기마다 자연과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확장해 왔다. 《RHYTHMOSCAPE》는 자연을 “몸이 경험하는 현상”으로, 《푸른 어둠 속 둥지 짓기》는 자연을 “삶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BENEATH BRANCHES》는 자연을 “생명과 죽음이 맞닿은 근원적 시간”으로 재구성한다. 김그림의 형식과 개념은 풍경-신체-생태-기억-죽음-재생으로 지속적 확장과 심화의 흐름을 보이며, 자연을 하나의 감각적·존재론적 체계로 총체적으로 사유하는 지점까지 도달한다.

김그림의 작업은 자연 묘사나 생태적 메시지를 넘어, “세계의 감각 구조를 회화로 재구축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는 탈중심적 생태 담론—비인간 존재론, 포스트휴먼 생태학, 감각 생태학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동시대 회화에서 감각·신체·생명의 구조를 동시에 다루는 독창적 작업으로 자리 잡는다.

Works of Art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인 관계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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