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교를 건너는 버스의 내부 - K-ARTIST

서강대교를 건너는 버스의 내부

2022
캔버스에 수채, 과슈, 아크릴 미디엄
78.2 × 100.2 cm
About The Work

김혜원은 작가 자신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이를 도안으로 삼아 회화로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예를 들어, 도서관 서가, 늘 타는 버스, 차창 바깥의 풍경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작가는 마치 수공예 작업처럼 여러 겹의 물감을 덧칠하며 사진 속 일상적 풍경의 표면으로부터 드러나지 않았던 세상의 세세한 겹을 형형색색 드러낸다.
 
김혜원은 사진첩에 저장된 일상적 이미지를 도안으로 이해하고 분해하여, 그것을 회화적 바탕에 노동 집약적인 재현 공정을 거쳐 그려낸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얼핏 사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회화적 즉물성을 드러내며 그림이 그려진 시간을 가늠하게 만든다.
 
김혜원은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광학적인 현상으로 설명한다. 이에 따라, 그는 배경과 형상이라는 공간적 구조 이전에 빛과 색이라는 입자들로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수공예적인 그리기의 방법을 통해 빛과 색으로 구성된 찰나적인 인상을 물질의 형태로 화면 위에 남긴다.

개인전 (요약)

김혜원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픽처레스크 투어》(피코, 서울, 2025), 《해 시계》(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23), 《Thickness of Pictures》(Hall1, 서울, 2022)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김혜원은 《레인보우 섀도우 체이서》(팩션, 서울, 2025), 《페리지윈터쇼 2024》(페리지갤러리, 서울, 2024), 《지워진 기억조차 리듬을 남긴다》(우석갤러리, 서울, 2023),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일민미술관, 서울, 2023), 《모뉴멘탈》(뮤지엄헤드, 서울, 2023), 《낯선 여정》(드로잉룸, 서울, 2021),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수행적 회화

주제와 개념

김혜원의 작업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를 회화로 번역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은행나무〉(2020), 〈마포중앙도서관〉(2021), 〈당산철교를 건너는 2호선 열차의 내부〉(2022) 등 작업은 그가 실제로 이동하며 스쳐 지나간 장소들을 관찰하고,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포착된 장면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사진이 세계를 평평한 ‘부조’처럼 고정해버린다는 점을 문제 삼고, 카메라가 삭제하거나 단순화한 것들—특히 배경의 깊이나 시간의 흐름—을 회화적 층위로 다시 복원한다. 이러한 태도는 일상을 구성하는 구조물과 장면을 단순한 기록의 대상이 아닌, 기억과 지각이 결합된 복합적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의 관심은 ‘보이는 것’ 너머에 놓인 세계의 층위를 재구성하는 데 있다. 작가는 사진 속에 드러나지 않는 잔여적 공간, 즉 화면 밖에 존재했을 주변부의 풍경을 기억 속에서 다시 불러오며, 이를 도안처럼 분해·재조합해 새로운 감각적 풍경을 만든다.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일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각이 어떻게 구성되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첫번째 개인전 《Thickness of Pictures》(Hall1, 2022)에서 작가는 대중교통 내부와 같은 흔한 공간을 비워내듯 그려내지만, 그 비어 있음 속에 오히려 더 강한 공간감과 구조적 긴장이 생성된다.

그의 주제는 공간에서 시간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두번째 개인전 《해 시계》(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3)에서는 빛의 이동, 계절의 변화, 하루의 길이에 의해 변모하는 풍경의 시간성이 핵심 요소로 등장한다. 〈홍대입구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2023)와 같은 작품들은 특정 시간대가 가진 색조, 빛의 방향, 공기감 등 사진이 포착하지 못한 미묘한 ‘시간의 층’을 회화적 방식으로 드러낸다. 그의 회화는 대상의 이름보다 빛과 색의 입자가 먼저 지각되는 순간을 포착하며, 세계가 ‘배경–형상’이라는 구조가 아닌 ‘빛–색’이라는 작은 요소들로 구성된 것임을 보여준다.

최근 개인전 《픽처레스크 투어》(피코, 2025)에서 그의 주제는 일상적 시선의 층위에서 더 나아가, 이미지와 회화의 역사,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의 전통까지 연결된다. 〈숲속〉(2025), 〈자동차 밑 고양이〉(2025) 등은 스마트폰의 반사 화면, 파노라마 시점, ‘블랙 미러’와 같은 매개를 통해 ‘풍경을 본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인식하게 만든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의 시각 경험을 클래식한 풍경 인식의 역사와 나란히 놓으며, 일상적 이미지 소비가 어떻게 회화적 감각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시도다. 결국 김혜원은 일상적 장면 속에 도사린 시간·빛·기억의 층위를 회화를 통해 재정의하며, 이미지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주요 개념으로 탐구해 왔다.

형식과 내용

김혜원의 형식적 특징은 물감의 층위를 반복적으로 쌓아올리는 수행적 방식에서 확립된다. 초기작부터 현재까지 작가는 수채, 과슈, 아크릴 미디엄, 최근에는 수성 유화 물감과 오일스틱까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회화적 물성을 구축해 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은행나무〉와 같은 작업에서 볼 수 있듯, 화면은 수십, 때로는 수백 회의 얇은 붓질이 겹치며 만들어진 질감의 표면으로 이루어진다. 이 반복적 행위는 작가의 주관을 억제하는 동시에, 차곡차곡 쌓인 색점과 물감의 입자들이 사진에는 없는 새로운 공간감을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그의 회화적 방식은 항상 사진이라는 출발점과 대비를 이루며 발전해 왔다. 특히 〈명동 신세계 백화점 외벽〉(2022)과 같은 작업에서는 스마트폰 이미지가 확대되며 발생하는 픽셀의 파손·결여를 회화적 색과 질감으로 채워 넣는 방식이 도드라진다. 작가는 사진이 포착하지 못한 미시적 세계—픽셀보다 더 작은 빛의 단위—를 손의 움직임으로 대체하며, 사진을 다시 ‘회화적 감각의 도안’으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회화는 더 이상 사진의 재현이 아니라, 사진이 삭제해버린 감각을 복원하는 매체가 된다.

중기 이후 그의 형식은 시간성의 표현을 향해 확장된다. 《해 시계》에서는 아라비아 고무액을 활용한 물감 층위가 비정형적인 요철을 만들고, 이 위에 반복적으로 얹힌 색들이 특정 시간대의 공기감을 섬세히 드러낸다. 가장 최근에는 풍경의 직접적 재현에서 벗어나, 이미지가 생성되는 조건과 회화의 구조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픽처레스크 투어》에서 그는 아이패드의 검은 액정에 반사된 풍경을 그리는 방식을 도입하며, ‘반사된 이미지’라는 2차적·매개적 경험을 회화의 주제로 삼는다. 〈숲속〉과 같은 작품에서는 아크릴과 수성 유화, 오일스틱이 결합된 보다 물질적이고 강한 표면이 등장하며, 이전보다 훨씬 넓은 스케일·색조·회화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진화는 김혜원이 단순한 장면 재현을 넘어서, 회화의 구조와 이미지의 발생 조건까지 탐구하는 작가로 확장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혜원의 작업은 ‘일상적 풍경을 회화적 층위로 재해석하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늘 사진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사진의 평면성을 해체하고 그 속에 감춰진 기억·시간·빛의 층위를 회화적 노동을 통해 호출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회화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표면’을 갖게 되며, 이것이 그의 독창적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회화의 표면을 하나의 수행적 장(field)으로 이해하는 태도 또한 지속적으로 유지되며, 이는 한국 동시대 회화에서 보기 드문 ‘수행적 회화(performative painting)’라는 지점을 확립하게 했다.

공간과 구조물의 조형성에 집중하던 시선은 시간의 표현으로 이동하고, 최근에는 이미지가 형성되는 인식의 방식 자체로까지 확장된다. 이는 단순한 작업 주제의 전환이 아니라, 회화가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 탐구이며, 그의 작업이 점차 “이미지를 어떻게 보게 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혜원은 회화적 수행성과 이미지 비평성을 결합한다. 그는 현실의 장소들을 기록하는 리얼리즘 회화나 사진 기반 회화와도 다르고, 동시에 추상회화의 물질성 연구와도 차별화된다. 작가의 회화는 항상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을 동반하며, 일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새롭게 만드는 조형적 실험으로 기능한다. 《모뉴멘탈》(뮤지엄헤드, 2023)이나 《레인보우 섀도우 체이서》(팩션, 2025) 같은 단체전들에서 그의 작업이 주목되는 이유 역시, 회화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감각적 층위’를 실질적으로 펼쳐 보인다는 점에 있다.

Works of Art

수행적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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