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녹색지대 - K-ARTIST

초거대 녹색지대

2024
About The Work

송승준은 자연이란 개념을 둘러싼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재조명하고, 이러한 자연의 개념이 생산한 편견과 오해가 우리 현실을 어떻게 조종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이원론적 사고를 해체하기 위해 ‘디자인’을 매개로 삼고, 상호 관계적인 생태계적 관점에서 자연의 개념을 재정의한다.
 
송승준은 오늘날 인류가 자연을 “문명과 비문명(야생)으로 구분 짓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작업을 이어 왔다. 작가 노트에서 그는 이러한 구분이 결국에는 인간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동시에, 이상적인 자연을 ‘인간이 부재한 자연(untouched nature)’으로 인식하는 인지 부조화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송승준의 작업은 인간의 관점에 의해 해석된 자연 개념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관점에서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우리로 하여금 자연을 인간에게 영속된 객체가 아닌 독립적인 동시에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존재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적 주체로서 바라보도록 한다. 나아가 작가는 이러한 인지 부조화가 손 닿지 않은 자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망각한 채, 푸르른 초목의 풍경을 맹목적으로 이상화하는 문제를 낳는다고 보았다.

개인전 (요약)

송승준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크롤리즘 스타일(Chrolism-Style》(YK PRESENTS, 서울, 2025), 《폴리네이터》(금호미술관, 서울, 2025), 《초거대 녹색지대》(탈영역우정국, 서울, 2024),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크래프트온더힐, 서울, 2023)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송승준은 《Nature+Meta》(워터마크 갤러리, 서울, 2023), 《Design Academy Eindhoven Graduation Show 2022(Design Academy Eindhoven, 에인트호번, 네덜란드, 2022) 등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수상 (선정)

송승준은 금호미술관의 ‘제22회 금호영아티스트’에 선정되었다.

Works of Art

인간이 부재한 자연

주제와 개념

송승준의 작업은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이원론적 사고의 구조를 해체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자연을 ‘문명/비문명’으로 나누는 근대적 관념이 어떻게 이상화된 자연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이 다시 인간의 현실 인식을 왜곡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초기작 〈유기농 샐러드〉(2020)는 생태계의 ‘정상적인 순환’이 인간의 산업 시스템과 맞닿는 순간 어떻게 전복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얼마나 취약한 개념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 문제의식은 무인지대(No-man’s land)에 대한 작가의 장기적 관심으로 확장된다. 2022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석사학위 청구전에서 선보인 〈수상한 자연사 박물관〉,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 〈DMZ 생태계 디오라마〉 등에서 그는 한국 비무장지대(DMZ)와 CEZ(체르노빌), FEZ(후쿠시마)와 같은 지역을 ‘손 닿지 않은 자연’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대중적 관념을 비판하면서, 오히려 그 자연성은 폭력적 인프라가 만들어낸 결과임을 드러낸다. 즉 ‘이상적 자연’은 인간 부재라는 낭만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전쟁·오염·방사능과 같은 인류의 폭력에 의해 역설적으로 형성된 풍경이다.

동시에 작가는 자연을 고정된 상태나 본래성을 가진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자연을 “생태계의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시간적 흐름”으로 이해하며, 끊임없이 자기 변형을 거듭하는 존재로 파악한다. 개인전 《초거대 녹색지대》(탈영역우정국, 2024)는 녹색의 의미가 평화와 이상이 아니라 ‘위협과 공포’로 뒤집힌 세계를 통해, 자연이라는 개념의 불안정성과 모순을 더욱 극적으로 구체화한다.

최근 전시 《폴리네이터》(금호미술관, 2025)는 작가의 주제를 우주적·공중적 영역으로 확장한다. 프록시마(Proxima)라는 공중 난민촌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 속에서, 그는 인간이 부재한 하늘 공간을 또 하나의 ‘무인지대 생태계’로 상정하며, 자연의 순환과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대조한다. 이로써 자연은 더 이상 지상·풍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성을 해체하는 총체적 생태 시스템으로 확장된다.

형식과 내용

송승준은 ‘디자인’을 사유의 도구로 삼아 조형 실험과 서사적 구조를 동시에 구축한다. 그의 작업은 제품디자인·목조형·설치·디오라마·유리 조형·텍스트 시나리오 등을 넘나들며, 개념과 매체가 긴밀히 결합된 독자적 형식을 만든다. 예를 들어 초기작 〈M14 풍선껌〉(2021)은 DMZ의 대인지뢰(M14)를 1:1 크기의 풍선껌으로 재현함으로써, 폭력적 대상이 일상적 사물로 치환되는 불편한 유머를 드러낸다. 이처럼 그는 사물의 형태를 빌려 인간의 폭력이 자연 속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시각적으로 확인시키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대표적인 형식 실험은 〈DMZ 생태계 디오라마〉에서 두드러진다. 작가는 날카롭게 절단·용접된 철조망 구조 속에 유리를 불어넣어, 유리가 철조망을 ‘피해서’가 아니라 ‘적응하며’ 팽창하는 형태를 만들었다. 유리와 철조망이 서로 떼어낼 수 없는 상태로 맞물려 있는 조형 방식은 DMZ 생태계의 모순적 구조—폭력 위에서 유지되는 자연—을 재료적 차원에서 구현한다.

〈DMZ 생태보고서 누락종〉에서는 텍스트와 이미지, 핵심 생태 데이터와 상상된 생물군을 결합해 “사변적 자연사”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안한다. 실제 학술 보고서의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허구의 생물종을 배치함으로써,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제도적 장치의 권위를 비틀고 생태 데이터를 둘러싼 정치적 공백을 드러낸다.

최근 전시들에서는 서사적 세계관 구축이 더욱 중요해진다. 《초거대 녹색지대》가 7개의 상상적 사물을 통해 ‘폭력으로 성립된 녹색 생태’를 박물관 형식으로 제시했다면, 《폴리네이터》는 「어느 프록시마인의 에세이」 같은 텍스트 기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공중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는 송승준의 작업이 조형적 실험에서 나아가, 서사·디자인·말하기가 결합된 복합적 생태 세계관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송승준은 보기 드문 방식으로 ‘자연의 정치성’을 다룬다. 그는 자연을 환경보호나 생태주의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폭력·기술·제도와 복잡하게 얽힌 관계적 주체로 설명한다. 특히 DMZ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장소를 생태계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는 대표작업은, 그가 동시대 미술에서 “자연-폭력-생태계”라는 삼각 구도를 다루는 독창적 위치를 확립하게 했다.

초기작 〈유기농 샐러드〉, 〈M14 풍선껌〉 등의 생태순환 전복 실험에서 시작된 작가의 관심사는 DMZ 생태, 무인지대 서사, 미래 공중 생태계까지 점진적으로 세계관을 확장해왔다. 또한 그는 디오라마·유리 조형·텍스트·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병행하며, 특정한 표현 방식에 고정되기보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재료와 형식을 유연하게 선택한다. 이는 작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각 시기 프로젝트가 다루는 장소성과 개념에 맞는 조형 언어를 구성할 수 있게 한다.

해외 유학 경험과 다양한 협업 경험을 통해 작업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을 넓혀온 작가는 “자연을 둘러싼 구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생태적 질문을 작품세계 내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는 지역적 맥락을 넘어 다양한 생태적 논의 속에서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인간이 부재한 자연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