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Venus - K-ARTIST

The Birth of Venus

2019
혼합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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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유해나는 버려진 사물, 비디오, 사운드, 음식, 발효, 냄새 등 물질과 비물질성을 한 데 모아 작동하는 하나의 퍼포먼스적인 설치작업을 선보여 왔다. 그는 이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욕망의 근원을 탐구하고, 소비자이자 현대인으로서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으며 널리 유통되고 소비되는 일상적인 상품들을 작품의 소재로 끌어들여, 이를 통해 변화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문화, 정치 사회적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소비자에게 희망을 약속하는 동시에 통제하는 시스템과 규율이 지닌 힘, 그리고 그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가져왔다. 그리고 물질과 비물질을 오가는 다양한 매체적 실험을 통해 그 이면에 모순과 현실을 공감각적인 차원에서 제시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를 경험하고 재고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전 (요약)

유해나가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Self Love Club》(Murmurs, 로스앤젤레스, 미국, 2024), 《Severance》(Bibeaukrueger, 뉴욕, 미국, 2023), 《The Oriental Sauce Factory》(갤러리 신라, 서울, 2022), 《The Birth of Venus》(P.Bibeau, 브루클린, 미국,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유해나는 《Æterna Flux》(Le Cyclop de Jean Tinguely, 밀리-라-포레, 프랑스, 2025), 《Body Counts》(Torrance Art Museum, 토런스, 미국, 2025), 《인공우아》(화이트노이즈, 서울, 2025), 《Pigment Compound》(P21, 서울, 2025), 《Porsche SCOPES》(레이어20, 서울, 2023), 《I’ve Gone To Look For America》(Murmurs, 로스앤젤레스, 미국,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유해나는 2024년 아트 인 아메리카가 선정한 “New Talent”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Works of Art

불안과 욕망의 근원

주제와 개념

유해나의 작업세계는 일관되게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간의 감정과 몸을 어떻게 규율하고 재편하는지를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작 〈Maintain Disgust〉(2018)에서 그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재배 재료를 통해 세계화가 만들어낸 이동의 비대칭성을 드러내며, ‘수용(containment)’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질문했다. 이는 자본주의가 물질은 자유롭게 순환시키지만 인간의 이동과 감정은 통제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의식이다. 이 시기 그의 관심은 구조적 모순이 개인의 경험으로 어떻게 침투하는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2019년 〈The Birth of Venus〉는 개인적 경험—어머니의 암 투병—을 계기로 ‘웰니스(Wellness)’의 자본화를 깊이 들여다본 작업이다. 동·서양의 다양한 치료법에 기대어 질병을 극복하고자 했던 어머니의 삶을 통해, 작가는 현대 사회가 질병과 노화를 ‘개인의 실패로 치환’하는 방식과, 이러한 프레임이 어떻게 다시 치유 산업을 팽창시키는지 목격한다. 이를 통해 그는 건강과 아름다움의 약속이 결국 소비 주체를 끝없이 갱신하는 자본의 장치임을 확인한다.

2022년 갤러리 신라 개인전 《The Oriental Sauce Factory》에서는 개인적 서사(아버지의 간장 공장)를 바탕으로 후각이라는 비물질적 매체를 전면에 두고 신자유주의적 생산·소비 구조를 비판한다. 간장이라는 강한 냄새는 산업 구조 속에서 ‘타자성’을 지니며, 시스템에 의해 통제·가공·상품화되는 과정에서 역사, 여성 노동, 동아시아의 신체적·정서적 기억을 동반한다. 유해나는 이 냄새를 산업과 인간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는 감각적 장치로 확장한다.

2024년 로스앤젤레스 Murmurs 갤러리 개인전 《Self Love Club》에 이르러 그의 주제의식은 식민주의–신자유주의–웰니스 산업이 얽혀 생산한 ‘극단적 개인주의’로까지 확장된다. 요가·필라테스의 역사적 변형, 초국적 자본이 전유한 ‘자기관리’의 규범, 그리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리·개량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은 유해나가 주목하는 현대의 총체적 감정 구조다. 작가는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구호가 사실상 다시 노동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된 순환적 장치임을 지적하며, 그 속에서 소비자이자 신체인 존재의 불안, 욕망, 피로를 조형화한다.

형식과 내용

유해나는 항상 물질과 비물질을 능동적으로 혼합해 서사와 시스템을 재현한다. 〈Maintain Disgust〉처럼 폐기물·일회용기·재배 재료를 병치하는 방식은 물질의 순환과 정체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정치·경제적 구조의 은유로 기능한다. 이때 그의 형식은 조각·설치·퍼포먼스적 메커니즘이 혼합된 상태로 존재하며, 재료 자체가 메시지를 끌고 간다.

〈The Birth of Venus〉에서는 화장품·오일·약초·약물·각질 제거 마스크·향수 샘플 등 신체를 관리하는 제품들이 주요 재료로 등장한다. 여기에 수잔 손탁과 샹탈 애커만의 텍스트가 결합되며, 신체·질병·죽음이 어떻게 은유화되고 상품화되는지 드러낸다. 이 시기 작업은 ‘신체 관리’의 미학과 폭력성을 재료 자체의 성질(향, 점도, 질감, 기능성)을 통해 구현한다.

《The Oriental Sauce Factory》에서 그의 형식은 보다 시스템적‧기계적 구조로 확장된다. ‘액체 순환 여과 장치’라는 설치 구조는 공장 시스템 자체를 예술적 장치로 가져온 것으로, 간장이 흐르고 발효하며, 조각·영상·냄새·소리·기계적 움직임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작품 〈주입기계: 너는 나를/나에게〉(2022)에서 메주·대추·약재·타이레놀·애드빌·오레가노 오일 등이 한 수조 안에서 뒤섞이며 혹은 장애물로 기능하는 조각물들과 충돌하는 장면은, 그의 작업이 단순한 오브제 설치를 넘어 ‘작동하는 조각 시스템’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2023–2024년의 ‘L’Oriental’ 시리즈와 ‘I Was Placebo’ 시리즈에서 유해나는 물성 실험의 방향을 다시 유리·알코올·약재·장신구·의료기구 등으로 좁히며, 보존과 부패·욕망과 치료·신체와 기계가 충돌하는 조형적 언어를 발전시킨다. 특히 ‘I Was Placebo’의 유리 구체는 의료용 가위·집게·리트랙터가 유기물과 접촉하는 구조를 통해, 신체를 다루는 의료 장면과 사적 욕망의 물질성을 하나의 용기 안에 묶어낸다. 《Self Love Club》에서는 요가 매트, 마사지 기구, 운동 도구, 허브·버섯·보충제 등 웰니스 산업의 물질들이 조형의 표면과 구조로 확장되며, 몸·산업·역사가 혼란스럽게 뒤얽히는 감각적 환경을 구성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유해나는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후각·발효·바이오 물질·약재·피부 제품·일상 소비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본주의의 감정 구조를 탐구하는 드문 작가다. 간장·발효·약재·돌봄 노동 같은 동아시아의 감각적·문화적 요소를 근대·식민·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다시 조명하는 방식은 그를 단순한 조각가가 아니라, 감각을 매개로 사회 구조를 분석하는 일종의 ‘감각적 비평가’로 자리매김시킨다. 그의 작업은 어머니의 질병, 아버지의 공장 같은 개인적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산업·역사·경제적 구조로 확장해 보다 넓은 사회적 정동을 포착한다.

형식적으로 그는 재료의 상태, 순환, 변질, 여과 같은 물질의 작동 방식을 조형적 언어로 삼아왔다. 초기의 폐기물 기반 설치에서 출발해, 발효와 액체 순환 시스템, 냄새·텍스트·사운드의 결합, 유리 조형과 의료 장비의 사용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그가 조각의 경계를 확장하며 각 재료를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하나의 행위자(actant)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료는 감정·기억뿐 아니라 사회 구조를 수행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최근 작업에서도 그는 신체·자본·치유·위생·기술을 연결해 인간이 시스템과 맺는 관계를 다층적으로 탐구한다. 발효나 냄새 같은 감각적 요소와 웰니스 산업, 소비 구조, 의료 기술이 한 작업 안에서 충돌하거나 섞이는 방식은 재료 실험과 시스템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접근은 새로운 주제를 찾아가는 확장이라기보다, 그가 지속적으로 다뤄온 감각·물질 연구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깝다.

서울과 LA를 오가는 작업 환경 역시 그의 관심사와 조형 방식에 영향을 준다. 서로 다른 소비 구조, 위생 관념, 기술 환경, 돌봄 체계는 작업에서 재료 선택과 서사 구성에 반영되며, 특정 문화권에 고정되지 않은 시각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해나는 개인적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되, 이를 다른 지역의 시스템과 비교·재배치하는 감각적·조형적 사고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Works of Art

불안과 욕망의 근원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