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 K-ARTIST

새천년

2022
면천에 과슈
74.9 x 99.4 cm
About The Work

전다화는 쉽게 휘발되고 의미를 상실한 이미지로 과포화된 오늘날의 디지털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다른 시간의 축으로 끌어내어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는 온라인 상을 부유하는 밈-이미지를 일종의 문화사적 유물이라 여기고 수집하여 회화라는 물질적 몸을 가진 형태로 제시한다.
 
작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형식에 구애 없이 각종 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천천히 소실 중인 본 디지털(Born-digital) 이미지를 웹 네트워크의 잔해로부터 건져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때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고상하고 품위 있는 것이 아니라 조잡하고 대중적이며 수차례의 유통을 거쳐 너덜너덜해진 데이터 조각들이다.
 
전다화는 점차 소멸해 가는 유동적인 데이터 파편들에서 새로운 감각과 유머, 현실의 장면들을 발견하고, 회화라는 물질적 형식으로 재매개하여 동시대의 이미지로 생산한다. 나아가 이러한 작업은 회화의 표면을 넘어 활성화되는 하이퍼텍스트적 통로로써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는 역동적인 이미지의 연결망을 구축해오고 있다. 

개인전 (요약)

전다화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나, 웃긴 짤들, 엄청난 슬픔》(더 소소, 서울, 2025), 《기계 속 유령》(스페이스 카다로그, 서울, 2022), 《크리스마스 인스턴트 믹스》(영앤복,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전다화는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일민미술관, 서울, 2024), 《모멘터리 모멘텀》(프람프트 프로젝트, 서울, 2024), 《자아 아래 기억, 자아 위 꿈》(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23), 《히얼즈더띵》(의외의 조합, 서울, 2022), 《The Art Plaza: LINK by IBK》(IBK 기업은행 본점, 서울, 2022), 《시리얼즈》(레인보우큐브, 서울, 2021) 등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전다화는 2025년 뉴욕 와사익 프로젝트에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다.

Works of Art

과포화된 오늘날의 디지털 생태계

주제와 개념

전다화의 작업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이미지의 운명을 탐구한다. 작가는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밈(meme)이나 저화질의 ‘저주받은 이미지(cursed image)’를 하나의 문화적 유물로 간주하고, 그것이 지닌 불안정한 정서와 시간성을 회화의 언어로 옮긴다.

첫번째 개인전 《크리스마스 인스턴트 믹스》(2020, 영앤복)에서 시작된 작가의 관심은 가짜 향수와 복제된 이미지의 혼종적 감각에 닿아 있다. 경험한 적 없는 서구의 이상적 크리스마스에 대한 동경은 ‘가짜 노스텔지어’로 변주되어, 대량생산된 빈티지 포장지 이미지와 함께 회화적 서사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초기의 시도는 이후 ‘저주받은 이미지’를 수집하고 재해석한 두번째 개인전 《기계 속 유령》(2022, 스페이스 카달로그)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저화질 이미지들을 단순한 시각 자료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문화사적 잔존물”로 인식한다. 〈새천년〉(2022)이나 〈나와 내 친구들〉(2022) 같은 작품들은 이러한 이미지의 불완전함과 이질적 감정을 시각화하며, 디지털 세계 속에서 감각이 어떻게 퇴색하고 변형되는지를 탐구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전다화는 ‘사라지는 이미지’의 정체를 되묻고, 회화를 통해 그것에 ‘몸’을 부여함으로써 시간의 휘발을 저지하려 한다.

〈나 같은 여자〉(2024)와 같은 작품에서 작가의 시선은 이미지가 현실을 반영하는 방식보다, 그것이 어떻게 현실과 분리되어 다시 환생하는지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허리케인 매튜 당시 찍힌 황새 사진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현실의 정보적 층위를 걷어내고,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곳에 무언가가 존재할 때” 발생하는 불가해한 감각을 포착한다. 이처럼 전다화의 회화는 불완전한 이미지가 가진 마법적 잔향, 즉 디지털 시대의 ‘이상하고도 진짜 같은 실재’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최근 개인전 《나, 웃긴 짤들, 엄청난 슬픔》(2025, 더 소소)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자의적이고 내밀한 태도로 확장된 개념을 보여준다. 작가는 ‘짤’이라 불리는 가벼운 인터넷 이미지와 개인적 우울, 유머가 얽힌 세계를 통해 오늘날의 시각 경험이 감정, 기억, 언어와 맞닿는 방식을 탐구한다. 이는 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감정이 어떻게 이미지화되고 다시 회화로 전이되는지를 사유하는 동시대적 시선으로 이어진다.

형식과 내용

전다화의 작업은 열화된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의 물질성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한다. 그는 수채화용 특수 코팅이 입혀진 면천 위에 얇은 과슈 물감을 여러 층으로 쌓으며, 각 층이 섞이지 않은 채 시각적으로 겹쳐 보이게 한다. 이는 포토샵에서 ‘레이어 병합(merge layers)’을 수행하는 디지털 과정과 유사하다. 이렇게 생성된 화면은 비물질적 데이터가 해체되고 재조합되어 물리적 표면으로 환생한 결과물로, 작가는 이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의 몸’을 만들어낸다.

그의 초기작인 〈잔인하도록 정직한〉(2019)이나 〈얼죽아〉(2021)는 인터넷 밈이나 개인적 농담, 유통되지 못한 문구 등, 디지털 언어의 잔해들을 포착해 회화로 치환한다. 이미지뿐 아니라 ‘혼잣말’ 같은 텍스트 조각을 수집해 화면에 병치함으로써, 그는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 감각하고 기억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기계 속 유령》의 연작에서는 저주받은 이미지들의 낡은 질감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그 열화의 과정을 회화의 층위로 번역한다. 〈새천년〉, 〈나와 내 친구들〉(2022) 등에서 보이듯, 흐릿한 플래시 효과와 비정형적 구도, 과도한 윤곽선은 디지털 노이즈의 미학을 화면 위에 재현한다. 이러한 회화적 전환은 단순한 복제나 묘사가 아닌, 사라져가는 데이터의 감각을 새로운 질감으로 변환하는 일종의 ‘디지털 회화적 고고학’으로 기능한다.

이후 단체전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2024, 일민미술관)에서 발표한 〈나 같은 여자〉, 《나, 웃긴 짤들, 엄청난 슬픔》의 〈순례자들〉(2025)과 〈견뎌 자기야〉(2025) 등은 형식적으로 확장된 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형 캔버스나 나무 패널 등 다양한 지지체 위에서 작가는 회화를 단일한 이미지의 재현이 아닌, 감정과 사고의 통로로 다룬다. 특히 화면 위의 공허한 여백과 색의 층위는 디지털 이미지의 ‘유령성’을 물질적으로 시각화하며, 유머와 불안이 공존하는 모호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지형도와 지속성

전다화는 동시대 한국 젊은 작가들 가운데 디지털 이미지의 잔존성과 퇴적된 감각을 회화적으로 탐구하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인터넷 밈과 저화질 이미지, 무심히 던져진 텍스트를 문화적 퇴적물로 인식하고 이를 회화의 물질로 환원함으로써,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시각 감수성을 가장 명료하게 시각화한다. 이러한 작업은 기술적 진보 이후의 미학적 피로감, 즉 ‘너덜너덜해진 데이터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의 회화는 디지털 이미지의 유통 구조를 단순히 비판하거나 복제하지 않는다. 대신 사라져가는 이미지 조각들에서 발견한 감정적 리듬과 시각적 유머를 통해, 동시대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제시한다. 《기계 속 유령》 이후의 작업들이 보여주는 ‘확대된 시선’은 이미지의 내용보다 그 존재 방식, 즉 비물질적 데이터가 회화의 표면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더 나아가 작가는 회화를 하나의 하이퍼텍스트적 통로로 확장시킨다. 그는 각기 다른 이미지들이 전시 공간 안에서 충돌하고 병렬되며 생성하는 감정의 네트워크를 통해, 회화를 일시적으로 ‘활성화되는 사건’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물질과 비물질, 이미지와 감정이 교차하는 새로운 회화적 지형을 제시한다. 온라인에서 휘발된 데이터 조각들을 회화적 언어로 되살려내는 그의 시도는 디지털 이후의 회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Works of Art

과포화된 오늘날의 디지털 생태계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