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 부록 – 묵색(墨色) - K-ARTIST

화보 – 부록 – 묵색(墨色)

2022
한지에 목판, 유성 잉크, 미색과 백색 한지 배접, 검정액자, 금속
155.5 × 105.5 cm (각 31.1 × 21.1 cm)
About The Work

황규민은 전통적인 동양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무엇이 동양화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동양화의 여러 뿌리들 중에서 자신에게 유효한 지점과 원리를 참조해 자기만의 새로운 동양화 시스템을 실험한다.
 
황규민은 전통적인 동양화의 기술이나 사상을 그저 답습하는 것에서 나아가 과거의 형식을 빌려온 시스템에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입력함으로써, 오랜 동양화의 전통이 현 시점에서도 유효한 가치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형식적 모방이 아니라 ‘사유의 전승’이고 전통은 그에게 과거의 도상 집합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과 언어를 생성하는 구조적 원리로 작동한다.

개인전 (요약)

황규민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황씨화보》(OCI 미술관, 서울, 2022), 《Penetrating Stone》(KSD갤러리, 서울, 2020), 《Muh Emdap Inam Mo》(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2019)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황규민은 《아아! 동양화: 영원한 파라디소》(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 2025), 《각자의 기호》(갤러리진선, 서울, 2024), 《협업의 기술》(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 《송지인화보-살꽂이》(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 《信仰なしの祈り(신앙 없는 기도)》(갤러리 요시나가, 도쿄, 2023),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일민미술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황규민은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4), 인천아트플랫폼(2023) 등에 입주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황규민의 작품은 OCI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전통 동양화의 개념과 시스템의 재구성

주제와 개념

황규민의 작업은 전통 동양화의 개념과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무엇이 ‘동양화’로 규정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중심에 두고, 자신이 체득한 감각과 경험을 기반으로 전통의 유효성을 검증한다. 초기작 〈Beyond the Stone〉(2019)이나 개인전 《Muh Emdap Inam Mo》(서교예술실험센터, 2019)에서 선보인 작업들은 히말라야 산맥을 여행하며 마주한 ‘읽을 수 없는 문자’와 그 신앙적 행위를 회화적으로 재구성한 작업이었다. 이 시기의 그는 돌, 안개, 주문과 같은 상징을 통해 인간이 시간과 신앙, 불확실한 미래를 감각하는 방식을 탐구했다.

두번째 개인전 《Penetrating Stone》(KSD갤러리, 2020)에서는 일상의 장면과 역사적 회화 양식을 병치하며 ‘복제’의 문제를 제기했다. 작가는 전통 화보의 구조를 빌려 동양화의 학제적 틀을 스스로 해체하고, 동시대적 사유를 삽입했다. 이러한 시도는 과거의 규율과 형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 속에 내재된 ‘학습의 체계’를 동시대적으로 재활용하려는 개념적 전환으로 이어졌다.

세번째 개인전 《황씨화보》(OCI미술관, 2022)와 인천아트플랫폼 단체전의 일환으로 선보인 《송지인화보-살꽂이》(2024)에 이르러 황규민은 ‘가상의 인물 황 씨(b.1874)’를 등장시켜 동양화의 전통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은유한다. 황 씨는 전통 회화의 애호가이자 학습자로 설정되며, 작가는 이 인물을 매개로 전통화보의 학습 구조를 현대의 회화적 사고로 변환한다. 이러한 설정은 작가 자신을 역사적 계보 속의 또 다른 참여자로 위치시키며, ‘서화→동양화→동시대 서화’로 이어지는 연속성을 비유적으로 가시화한다.

결국 황규민의 주제는 ‘전통의 재해석’이라기보다 ‘시스템으로서의 동양화’ 자체에 대한 탐구에 가깝다. 그는 동양화를 매체나 양식의 문제가 아닌, 지식·습관·기억·학습이 얽힌 하나의 사고 구조로 본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개인과 집단, 실재와 허구가 교차하는 새로운 회화적 서사를 구축한다.

형식과 내용

황규민의 형식적 실험은 전통적 수묵화의 언어를 기계적이고 구조적인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데 초점이 있다. 《Muh Emdap Inam Mo》에서는 회화, 판화, 부조를 결합해 ‘촉각적 감상’을 구현했다. 관객이 직접 비석을 만지고 그 감각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체험하도록 설계한 전시는,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선 확장된 감각의 장이었다.

《Penetrating Stone》에서 그는 수묵의 물질성과 ‘사진적 이미지’ 사이의 균형을 실험했다. 제1작업에서는 일상의 사진을 수묵으로 번역했고, 제2작업에서는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의 형식을 전유해 동시대 장면을 고전적 구성으로 재해석했다. 나아가 제3작업에서는 직접 고안한 기계로 만든 먹 가루를 사용해 제2작업을 다시 복제함으로써, 전통적 수행과 기계적 반복이 교차하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2022년 《황씨화보》에서는 이러한 반복과 전유의 형식을 더욱 구조화했다. 그는 전통 화보의 서체적 구성을 모방하되, ‘하늘(天), 물(水), 불(火), 비(雨), 돌(石), 흙(土), 풀(艸), 나무(木), 사람(人), 서화(書畵)’ 등 열 가지 주제로 체계를 재편했다. 각 항목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예술의 관계를 하나의 서사로 묶으며, 전통적 매체의 언어가 동시대의 기억과 감각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송지인화보-살꽂이》에서는 이러한 형식이 타 작가의 회화로 확장되었다. 그는 동시대 서화가 송지인의 〈목자의 꽃꽂이〉(2023)나 〈하이브리드 비둘기〉(2023) 등을 화보 시스템 안에 재배치하여, 〈화보그림-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비둘기〉(2023)와 같은 2차적 회화 구조를 생성했다. 이를 통해 ‘화보’는 단순한 기록 매체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개인과 타인의 회화를 중첩시키는 동시대적 생성 장치로 전환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황규민은 동시대 한국화단에서 ‘시스템으로서의 동양화’를 독특한 조형언어로 탐구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작업은 전통적 매체를 복원하거나 재현하기보다, 전통을 하나의 알고리즘 혹은 지적 구조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Penetrating Stone》의 세 단계 구성이나 《황씨화보》의 가상적 서사 구조는 모두 동양화의 학습, 복제, 계승이라는 행위를 재프로그램화한 결과물이다.

그의 회화는 ‘배움의 과정’을 그 자체로 작품의 형식으로 확장한다. 전통의 법도를 답습하는 대신, 그것을 스스로의 사고 체계로 해석하고 변환함으로써, 동양화의 지속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형식적 모방이 아니라 ‘사유의 전승’이다. 전통은 그에게 과거의 도상 집합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과 언어를 생성하는 구조적 원리로 작동한다.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황규민은 전통 회화의 언어를 가장 논리적으로 확장한 작가로, 서화와 시스템, 회화와 관념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그의 작업은 ‘재현’보다는 ‘재구성’을, ‘기법’보다는 ‘사유’를 중심으로 하는 동양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황규민의 실험은 한국 전통 회화가 과거의 양식에 머무르지 않고, 사고의 구조로서 세계 예술의 보편적 담론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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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동양화의 개념과 시스템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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