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얼굴, 주름 - K-ARTIST

껍질, 얼굴, 주름

2025
순지에 백토, 동양화물감
각 114 x 75 cm
About The Work

정주원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지점과 그를 둘러싼 상황을 들여다보며 개인적 서사를 캔버스에 담아 왔다. 특히, 그는 4대가 함께 살고 있는 가족 형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삶과 죽음, 성장과 노화, 돌봄과 의존에 관한 복합적인 감정과 단상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정주원은 회화를 몸과 가장 내밀하게 연결된 매체라고 여기며, 자신과 맞닿아 있다고 느끼는 상황들과 문제들을 그린다. 내밀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왔지만, 그의 그림에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관심과 사랑이 녹아져 있다.
 
연약하고 위태롭지만 서로 의지하며 곧게 서려는 그의 그림 속 존재들의 모습은 언젠가 모두 서로를 돌보고, 돌봄 당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전 (요약)

정주원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메타베타》(포켓테일즈, 서울, 2024), 《팽팽한 위로와 안 웃긴 농담들》(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4), 《불멸의 크랙》(GOP 팩토리, 서울, 2022), 《목젖까지 던지세요, 사랑에》(온수공간, 서울, 2021), 《엄마, 미술해서 미안해》(Gallery3, 이목화랑, 서울, 2017-2018)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정주원은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5), 《아마추어》(누크갤러리, 서울, 2025), 《마음이 삼킨 이미지》(뮤지엄 호두, 천안, 2024), 《착륙지점》(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서울, 2024), 《페리지윈터쇼 2023》(페리지갤러리, 서울, 2023), PERIGEE UNFOLD 2023 《세 개의 전날 저녁》(페리지갤러리, 서울,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정주원은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2022-2024), 금천예술공장(2016-2017)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Works of Art

캔버스에 담는 개인적 서사

주제와 개념

정주원의 작업은 작가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개인전 《엄마, 미술해서 미안해》(Gallery3, 이목화랑, 2017–2018)에서 작가는 막 미술가의 길에 들어선 청년으로서의 불안과 죄책감을 솔직히 드러냈다. 그는 미술을 계속하면서도 “엄마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한 점씩 24점을 완성하고, 가계를 돕기 위해 드로잉을 판매하는 등 자신의 성실함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근면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하는 삶의 태도에 대한 고백이었다.

이후 개인전 《목젖까지 던지세요, 사랑에》(온수공간, 2021)에서 작가의 시선은 개인적 생존의 문제에서 타자를 돌보는 관계의 문제로 이동한다. 육아와 간병을 동시에 경험하며 그는 사랑을 ‘에너지의 차원’에서 사유했고, 불확실하고 답 없는 감정의 풍경을 그려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불타오르고, 추락하며, 갉아 먹히면서도 미소 짓는 존재로 나타난다. 이는 사랑이란 결국 완전함에 도달할 수 없지만, 그 불완전성 안에서 스스로를 던지는 행위임을 은유한다.

2022년 《불멸의 크랙》(GOP 팩토리)에서는 내면의 감정이 물질적 표면으로 이동한다. 작가는 회화 표면에 자연스럽게 생긴 ‘크랙’을 처음엔 결함으로 여겼으나, 점차 그것을 시간의 흔적이자 불완전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기 이후 그의 작업은 존재의 불안에서 ‘균열을 수용하는 태도’로 전환된다.

최근 개인전 《팽팽한 위로와 안 웃긴 농담들》(아트스페이스 보안, 2024)과 단체전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2025)에 이르러, 정주원은 인간의 피부와 나무의 껍질, 그리고 회화의 표면을 동일한 시간의 층위로 바라본다. 생명과 죽음, 성장과 쇠퇴, 돌봄과 의존이라는 순환의 서사는 이제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적 시간성을 성찰하는 서사로 확장되고 있다.

형식과 내용

정주원은 동양화의 재료와 회화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해왔다. 초기작 〈작업중〉(2017)과 〈사과는 잘해요〉(2017)에서는 광목 위에 동양화물감을 사용하여 감정의 농도를 시각화했다. 백토와 채색의 병용, 여백의 활용 등은 전통적 회화 어법 속에서도 현대적 심리의 긴장을 담아낸 시도였다.

《불멸의 크랙》에서 그는 백토와 아교를 섞은 물감을 직접 제작하며 물질의 우연성과 표면의 균열을 수용했다. 이 재료적 실험은 결과적으로 표면을 ‘시간이 머무는 장소’로 변모시켰다. 크랙은 더 이상 지워야 할 결함이 아니라, 그림의 호흡이자 감정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목젖까지 던지세요, 사랑에》에서의 회화는 표면 실험을 넘어 공간적 확장으로 이어졌다. 그림과 입체 구조물이 공존하며, 돌탑 형태의 오브제가 등장한다. 이는 작가가 말한 ‘말랑말랑한 돌멩이처럼 굴러가는 사랑’의 감각을 물질화한 시도였다.

최근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에서 발표된 〈담담한 무덤〉(2025), ‘서려는 것들’(2025) 시리즈, ‘껍질, 얼굴, 주름’(2025)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형식적 탐구가 더욱 체계화된다. 작가는 직선의 지지대 대신 곡선의 지팡이를 사용하거나, 나무의 결과 피부의 주름을 평면적 패턴으로 전환함으로써, 회화를 단순한 시각적 재현이 아닌 ‘살아 있는 구조체’로 확장시켰다.

지형도와 지속성

정주원의 회화는 내밀한 자기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그 끝은 보편적 인간성에 닿아 있다. 그는 불안, 사랑, 돌봄, 노화 등 삶의 필연적 감정을 회화로 번역하며, 감정의 층위를 물질의 시간성과 결합시킨다. 이러한 접근은 그가 속한 세대의 작가들이 추상적 미학이나 개념적 구조보다 ‘살아 있는 감정’과 ‘몸의 기억’을 회화적 언어로 다시 탐구하고 있다는 흐름과도 맞닿는다.

그의 작업이 지닌 독창성은 ‘표면’에 대한 태도에서 드러난다. 정주원에게 표면은 단순히 이미지를 담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이 물리적으로 쌓이고 마모되는 장소다. 《불멸의 크랙》 이후로 이어진 표면의 균열, 얼룩, 백토의 결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품은 흔적이다.

또한 그는 동양화의 재료적 유산(지필묵, 백토, 아교)을 현대적 맥락 속에 재배치하며, 물질의 질감과 서정성을 연결시킨다. 이는 전통의 복원이 아니라, 감정적 리얼리즘으로서의 회화적 언어를 재구성하는 시도다. 돌봄과 시간, 불완전함을 시각 언어로 환원하는 그의 회화는 개인의 서사와 인간 보편의 정서를 잇는 동시대적 회화의 새로운 방향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캔버스에 담는 개인적 서사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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