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검은 산 구석에 모여 - K-ARTIST

우리는 검은 산 구석에 모여

2019
종이에 혼합재료
98 x 150 cm
About The Work

임선구는 종이와 흑연을 기반으로 크고 작은 이야기의 단위를 만들고, 이를 견고하게 엮어 입체적인 서사를 구축해 나간다.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 속에서 포착한 삶의 언저리에 편재하는 삶과 인물의 흔적들을 드로잉의 어법으로 서술하며, 화면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조율하고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작업을 반복해 왔다.
 
임선구의 드로잉은 작가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파편들을 흑연과 종이의 변주를 통해 연결하고 다면적인 형태로 구축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가는 내적경험을 이끌어 낸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보는 이의 내면에 따라 새롭게 읽히며, 무수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세상의 다면성과 쉽게 흩어지고 뭉쳐지는 개인의 삶과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개인전 (요약)

임선구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축성법》(금호미술관, 서울, 2024), 《보이지도않는꽃이: 발자국을 발굴하기》(SeMA 창고, 서울, 2022), 《종이위의 검은모래》(갤러리 조선,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임선구는 《협업의 기술》(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2025), 《다섯 발자국 숲》(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관, 과천, 2024), 《서 있을 수 있는 사람》(갤러리 SP, 서울, 2024), 《Maps with PACK》(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2), 《두산아트랩 2022》(두산갤러리, 서울, 2022), 《아이콘》(학고재,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임선구는 프리즈 서울 2025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서 드로잉룸과 함께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임선구는 인천아트플랫폼 14기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하였다.

Works of Art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파편

주제와 개념

임선구의 작업은 개인적 기억과 일상의 사소한 흔적을 기반으로 세계의 다면성을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상하고 평화로운 날들이었다〉(2017)나 〈우리는 검은 산 구석에 모여〉(2019) 같은 초기 드로잉에서 작가는 사라져가는 공간과 사람, 시간의 잔여를 포착하며 개인적 기억을 시각적 서사로 치환했다. 이러한 시선은 현실의 주변부에서 비롯된 감정과 풍경들을 되살리는 동시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

개인전 《종이위의 검은모래》(갤러리 조선, 2019)는 이러한 관심이 구체화된 첫 전시로, 기억이 흩어지는 순간을 ‘검은 모래’에 비유하며 불안정한 존재의 상태를 드러냈다. 이후 개인전 《이상하고 평화로운 날들이었다》(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2020)에서는 산과 사람, 짐승이 뒤섞인 세계를 통해 무의식의 층위를 시각화했고, 《보이지도않는꽃이: 발자국을 발굴하기》(SeMA 창고, 2022)에서는 이상의 시 「절벽」을 매개로, ‘보이지 않는 꽃’을 찾아 헤매는 인간의 내적 탐색을 공간적 체험으로 확장시켰다.

그의 주제의식은 한결같이 ‘기억의 조각들을 어떻게 다시 모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작가는 흩어진 파편을 수집하고 봉합하며, 그 과정을 통해 개인의 서사가 사회적 기억과 맞닿는 지점을 드러낸다. 나아가 최근 개인전 《축성법》(금호미술관, 2024)에서는 이 조각들이 하나의 ‘벽’ 혹은 ‘성벽’으로 구축되며, 무너짐과 세움, 잊힘과 보존이 공존하는 서사 구조로 발전한다.

형식과 내용

임선구의 작업은 흑연, 종이, 모래 등 일상적이면서도 불안정한 재료를 다루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초기의 드로잉은 흑연의 번짐과 부서짐을 실험하며, 손의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 감각적 온도를 시각화했다. 《종이위의 검은모래》에서 그는 이러한 재료적 탐구를 극대화해, 종이 위에 긁고 문지르고 지우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드로잉을 하나의 물질적 사건으로 제시했다.

이후로는 평면의 경계를 벗어나며 형식적 실험이 확장된다. 《이상하고 평화로운 날들이었다》에서는 드로잉을 영상으로 전환해 ‘숨은 산’ 연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시간성과 서사를 동시에 다루는 새로운 회화적 형식을 시도했다. 이어 《보이지도않는꽃이: 발자국을 발굴하기》에서는 종이 드로잉을 공간적으로 재배치하여 관객의 동선과 감각을 중심에 두는 설치적 접근으로 나아갔다.

2023년 작품 〈벽장안의 눈〉은 평면과 입체 사이의 중간 형태로, 종이를 돌처럼 굳히고 내부에 흑연 드로잉을 배치하여 ‘응시하는 대상’의 개념을 공간 속에 실현했다. 이 반입체적 구조는 《Touch Stone》(신한갤러리, 2022)에서 선보인 종이 콜라주 실험의 연장선에 있으며, 이전에 만든 세계를 다시 찢고 붙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한다. 마지막으로 《축성법》에서는 종이 그 자체가 구조물로 기능하며, 종이의 물성이 ‘벽’과 ‘서사’를 동시에 구성하는 매체로 자리 잡는다.

지형도와 지속성

임선구는 한국 동시대 드로잉의 영역에서 ‘기억의 물질화’라는 주제를 가장 섬세하게 구현하는 젊은 작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의 작업은 흑연의 물질성과 종이의 물리적 행위를 결합해, 개인의 기억이 하나의 조형적 구조로 변환되는 과정을 제시한다. 특히 〈깊은언덕 두번째 샛길〉(2022), 〈벽장안의 눈〉 등에서 보이듯, 그는 회화·조각·설치의 경계를 허물며 서사적 드로잉의 새로운 확장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드로잉이 단순한 기록 행위를 넘어 ‘공간적 조형 언어’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임선구의 작업은 기억과 물질, 내면과 공간이 서로를 반사하며 구성하는 복합적 감각을 제시함으로써, 개인적 서사와 집단적 시간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탐색한다.

그는 《서 있을 수 있는 사람》(갤러리 SP, 2024), 《다섯 발자국 숲》(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2024), 《협업의 기술》(인천아트플랫폼, 2024–2025) 등에서 다양한 매체 실험을 이어가며, 작품의 물성과 공간적 서사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최근 《포커스 아시아》(프리즈 서울 2025)에서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은 그가 구축해온 ‘종이의 세계’를 국제 무대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임선구는 종이와 흑연의 물질적 언어를 토대로, 기억과 장소, 그리고 서사적 구조를 결합한 작업을 다양한 전시 공간으로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세계는 여전히 ‘작고 연약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시간과 기억, 존재의 흔적을 이어 붙이는 예술적 행위는 점차 더 넓은 지형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Works of Art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파편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