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연구 - K-ARTIST

중심 연구

2024
캔버스에 유채, 스테인리스,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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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조은시는 가족, 먹이사슬, 자연재해처럼 인간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구조’와 ‘닮음’의 원리에 주목한다. 그는 개인과 공동체, 부분과 전체의 상호 관계를 바탕으로 한 존재의 의미를 기호와 상징, 도표 같은 형식으로 풀어낸 독특한 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조은시의 작업은 단일한 내러티브와 의미를 생성하기보다는 복수의 방향으로 의미를 분산시키고 확장한다. 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오인을 바탕으로 그려지고 유도하며, 긴장과 유희를 섞어 정체성과 재현을 유머러스하게 흔든다. 해석의 단일화를 유예하는 시각적 장치로 작용하며 전체 속에서 튀는 개인과 다름이 드러나는 순간을 포착하여 우리 앞에 내보인다.
 
그리고 치밀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그의 회화는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관람자에게 생산자이자 향유자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작품 해석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한다. 이를 통해 조은시는 현대인의 정체성과 그들이 속한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개인전 (요약)

조은시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아틀라스의 어깨 끝》(갤러리밈, 서울, 2025), 《트윈플레임》(YK Presents, 서울, 2025)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조은시는 《막힌 곳에서 열리는 길》(에브리데이몬데이, 서울, 2025), 《페리지 윈터쇼》(페리지갤러리, 서울, 2024), 《TOUCH AND GO》(킵인터치, 서울, 2024), 《액체세대》(아트랩반, 서울, 2023), 《삼선평 건샾》(챔버, 서울, 2023), 《핀서 어택》(챔버, 서울,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조은시는 서울문화재단의 청년예술지원 사업(2025)에 선정됐고 아티팩츠가 꼽은 ‘알마낙: 50인의 한국 동시대 작가’(2023)에 이름을 올렸으며, 2025 ‘키아프 하이라이트’ 세미파이널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조은시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닮음’과 ‘불가항력’

주제와 개념

조은시의 작업은 ‘불가항력적인 구조’와 ‘닮음’의 원리를 중심으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의 질서를 탐구한다. 그는 가족, 먹이사슬, 자연재해처럼 인간의 의지로 개입할 수 없는 구조를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으며, 그 안에서 개인과 공동체, 부분과 전체가 맺는 관계를 회화적으로 사유한다.

〈개와 운석〉(2023)이나 〈속상한 날〉(2023)에서는 자연적·우연적 사건 속에서 폭력과 순환의 원리를 병치하며, 인간 존재가 속한 시스템의 불가피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관심은 곧 ‘닮음’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되며, 서로 다른 사물이나 사건이 유사한 형태나 상황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연결되는 과정을 탐색하게 된다.

〈자연의 섭리〉(2023)에서 보이듯, 작가는 새와 알, 사냥꾼과 먹잇감이라는 반복적 구조를 통해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알레고리로 제시한다. 이는 단선적 시간관이 아닌, 순환적 세계관을 반영하며, 존재의 의미를 끝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해석하게 한다. 또한 〈같은 마음〉(2023)에서는 화산과 스프링클러, 공룡의 뼈와 풀숲처럼 대립하는 상징들이 ‘닮음’의 관계를 통해 하나의 연속된 세계로 통합된다. 이때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상반된 개념의 경계가 아니라, 서로 닮아 있는 세계의 구조, 즉 ‘연결된 차이’이다.

이러한 관점은 ‘부분과 전체의 관계’라는 주제로 확장되기도 한다. 〈가짜나무와 벌집〉(2023)과 〈먼 친척〉(2023)은 캔버스 내부의 가상적 질서를 넘어, 현실 세계와 물리적 접점을 맺는다. 이는 회화적 세계와 실재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작가의 세계 인식이 점차 내면적 사유에서 외부적 관계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조은시의 회화는 인간 중심적 질서 바깥에서 작동하는 세계의 힘과, 그 안에서의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각적 철학이라 할 수 있다.

형식과 내용

조은시의 형식적 실험은 기호, 도식, 상징을 활용한 구성적 회화로부터 출발한다. 그의 화면은 수수께끼나 암호처럼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각 도상은 일정한 논리를 품은 기호로 작동한다. 〈자연의 섭리〉에서 붉은 곡선은 사건의 순서를 암시하고, 〈속상한 날〉의 도구들은 폭력의 내러티브를 상징적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도상적 장치는 조은시 회화의 본질적 언어로, 감정적 표현 대신 논리적 구조와 상상적 연결을 통해 의미를 생성한다.

작가는 점차 매체적 경계를 확장하며, 평면에서 입체로, 회화에서 설치로 나아간다. 〈가짜나무와 벌집〉에서 나무판이 캔버스의 지지체이자 그림의 원형으로 등장하고, 〈먼 친척〉에서는 판넬과 실, 물컵이 실제 물질적 관계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회화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현실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사건의 장’이 된다.

이러한 실험은 2024년 ‘중심 연구’ 시리즈에서 더욱 체계화된다. 천과 스테인리스, 추의 물리적 긴장을 이용해 ‘균형과 불균형’, ‘중심과 주변’의 개념을 가시화하며, 언어적 질서와 물리적 시스템 모두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2025년 개인전 《트윈플레임》(YK Presents)에서는 기호와 상징의 조합이 공간 전체로 확장된다. 파도, 양동이, 방파제, 소용돌이, 삼각형 같은 요소들은 서로 얽혀 하나의 관계망을 이루며, 관객의 시선을 통해 선형적 내러티브가 완성된다.

같은 해 또다른 개인전 《아틀라스의 어깨 끝》(갤러리밈)에서는 ‘이미지의 친연성’과 ‘오인의 관계’에 주목하며, 〈땅속 형제〉, 〈땅위 형제〉(2025)에서 반복된 형상 속 차이를 통해 다층적 시간성과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아가 〈착각〉(2025)은 이미지와 실재, 자기 인식의 혼란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며, 재현의 불안정성을 시각화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조은시의 작업은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관계적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의 회화는 닮음, 반복, 순환 같은 자연의 원리를 기반으로, 인간과 비인간,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 구조를 구축한다. 언어적 상징과 물리적 장치를 결합해, 논리와 감각이 공존하는 유동적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기존 회화의 문법을 확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는 회화의 본질을 ‘표면 위의 이미지’에서 ‘관계의 장’으로 이동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그의 작품은 복잡한 이론적 담론보다는 구체적인 감각적 장면을 통해 개념을 구현하며, 관객이 작품 속 의미 구성의 일부로 참여하게 한다. 개인전 《트윈플레임》과 《아틀라스의 어깨 끝》에서 보이듯, 관객의 시선과 추론이 작품의 서사를 완성시키는 구조는, 회화를 하나의 ‘관계적 사유의 장치’로 전환시킨다. 이로써 조은시는 현대인의 정체성, 언어의 모순, 자연의 순환 등 다양한 주제를 직관적이면서도 논리적인 시각언어로 풀어낸다.

앞으로 조은시의 세계는 회화와 설치, 기호와 사물의 경계를 오가며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물리적 구조와 개념적 구조를 동시에 사유하는 젊은 세대의 감각을 대표하며, 세계 속 관계망을 새로운 시각언어로 번역하는 작가로 자리 잡고 있다.

Works of Art

‘닮음’과 ‘불가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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