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와 조각 - K-ARTIST

잎사귀와 조각

2019
캔버스에 유채
130.3 x 162.2 cm
About The Work

홍세진의 작업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감각이 기술과 환경을 통해 어떻게 새롭게 구성되는지 주목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 청력을 잃고 인공와우라는 보철 기계 장치를 이용해온 작가는, 실제 세계와 그 사이에 끊어진 정보의 여백을 새로운 조각이나 형태로 메우는 회화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홍세진의 회화는 감각의 순간성, 불확실성, 오류 가능성 등 그 ‘빈 공간’을 상상하고, 그 속에 가려진 언어들을 드러낸다. 작가는 그러한 감각의 어긋남과 틈새에서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보이는 언어의 존재”를 찾아내고, 그만의 감각으로 색을 입히고 형태를 재구성하여 자유롭게 표현해 나간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 속에 놓인 모든 이들에게 감각-인식-존재로 이어지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개인전 (요약)

홍세진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교차점》(보안1942, 서울, 2024), 《일렁이는 직선》(SeMA 창고, 서울, 2023), 《잡힐 듯 말 듯》(갤러리밈, 서울, 2022), 《숨은 언어들》(OCI미술관,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홍세진은 《그녀가 결코 쓰지 않은 시처럼》(초이앤초이 갤러리 쾰른, 쾰른, 2025), 《프리즘》(상업화랑, 서울, 2025), 《몸-짓하다》(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4), 《튜링테스트》(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22), 《Gravity Shower》(N/A, 서울, 2021), 《무무 (MUMU)》(플랫폼엘, 서울,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홍세진은 2025년 ‘키아프 하이라이트’ 세미파이널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홍세진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금천예술공장 등 주요 레지던시를 거쳤다.

작품소장 (선정)

홍세진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감각을 지각하는 신체 언어

주제와 개념

홍세진의 작업은 감각과 세계의 간극을 탐구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그는 어린 시절 청력을 잃고 인공와우를 통해 세상의 소리를 인식하게 되면서, 감각이란 결코 자연적이지 않고 기술과 환경의 매개 속에서 재구성되는 과정임을 체험했다. 초기작 〈점, 점, 점〉(2019)이나 〈잎사귀와 조각〉(2019)에서 보이듯, 작가는 자신이 경험하는 ‘불완전한 지각’을 회화의 구조로 치환하며, 감각의 왜곡과 결핍을 새로운 형태로 전환하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그의 첫 개인전 《선명한 소란》(신한갤러리, 2019)은 이러한 감각의 틈과 언어의 불확실성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지점이다.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통해 듣는 세상의 모호한 소리, 그리고 시각적으로 지각되는 명료한 세계 사이의 균열은 회화 속 풍경으로 번역된다. 작가는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보이는 언어”를 회화적 언어로 포착하고자 했으며, 이때 ‘비언어의 발화’는 그가 세계와 관계 맺는 근원적 방식이 되었다.

이후 《숨은 언어들》(OCI미술관, 2021)에서는 ‘소리의 불확실성’이 ‘시각의 복잡성’으로 확장된다. 그는 을지로 철제공장의 차갑고 인공적인 풍경을 감각의 은유로 전환하며, 기술을 통해 들은 세상의 ‘인위적 음색’을 시각적 질감으로 옮겼다. 이 시기의 회화는 현실의 공간과 상상된 형태가 중첩되며, 감각이 다층적인 채널로 분화되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최근 개인전 《일렁이는 직선》(SeMA 창고, 2023)과 《교차점》(보안1942, 2024)에서는 이러한 주제가 ‘감각의 구조’를 넘어 세계의 인식 방식 자체로 확장된다. 홍세진의 회화는 이제 감각의 불완전함을 단순한 결함으로 두지 않고, 지각과 세계를 재조정하는 창조적 매개로 인식한다. 그는 감각의 빈틈 속에서 세계가 드러나는 방식을 탐구하며, 그것을 자신의 회화적 언어로 증명한다.

형식과 내용

홍세진의 회화는 기하학적 구성과 이질적 사물의 병치를 통해 감각의 분절을 시각화한다. 초기에는 선풍기, 물탱크, 경기장 바닥선과 같은 일상적 기계 장치들이 자주 등장했다. 이들은 작가에게 청각 보조장치의 메커니즘과 닮은 존재로, 전력이 끊긴 순간 ‘소리 없는 정지 상태’를 상기시켰다. 〈경기장〉(2019)이나 설치작품 〈바늘의 끝〉(2019)처럼, 이러한 사물은 감각의 단절과 재구성, 언어의 불투명성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숨은 언어들》에서는 이러한 감각적 장치들이 회화적 실험으로 더욱 발전한다. 화면에는 철제공장 주변의 사물, 추상적 형상, 상상된 기하학적 조각들이 혼재하며, 직선과 곡선, 평면과 입체, 색면과 도형이 통합되지 않은 채 병치된다. 작가는 사진과 인쇄물 이미지를 겹치거나 잘라내며, 현실의 조각들을 하나의 ‘감각적 몽타주’로 배열한다. 〈노이즈〉(2021), 〈크고 작은 선〉(2021), 〈나무에게 물 주는 법〉(2021) 등은 이러한 혼성적 조형 감각을 잘 보여준다.

이후 작가는 청각 장치의 기술적 발전이 가져온 감각의 변화를 회화의 구성 원리로 치환한다. ‘도형 풍경’(2021) 연작에서 그는 사물의 개성을 생략해 단순한 선과 형태로 변환하고, 여백을 ‘접힘’이나 ‘주름’으로 이해한다. 이는 감각의 결핍이 아니라 감각이 겹치며 생성하는 새로운 언어의 공간으로 전환된 것이다.

최근 이러한 회화적 언어는 평면성과 즉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이미지의 콜라주, 긁어내기, 질감의 중첩을 통해 즉흥적 조형성을 확보하고, 이를 시각적 ‘사운드 레이어’로 구성한다. 〈도는 선〉(2023)이나 〈Triangular Wave〉(2024)는 소리의 진동과 시각적 리듬을 회화적 형태로 번역한 대표적 예다.

지형도와 지속성

홍세진의 작업은 감각의 불완전함을 시각적 언어로 전환한 회화적 탐구로, 동시대 한국 회화의 확장된 감각성과 매체 의식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그는 청각의 결핍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기술·매체 환경 속에서 재해석하며, 감각의 틈을 회화의 생성 원리로 삼는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단순히 ‘장애’의 서사를 넘어, 기술 시대의 감각과 존재론을 시각적으로 사유하는 회화로 평가할 수 있다.

그의 초기 작업이 개인적 감각의 복원에 가까웠다면, 2020년대 이후의 작업은 감각이 구성하는 ‘다채널적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되었다. 《교차점》에서 보이듯, 그는 물질과 비물질, 사물과 공간이 상호작용하는 지점을 회화적 구조로 보여주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감각의 언어’를 재구성한다.

홍세진의 회화는 감각과 기술, 지각과 세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탐구하면서도, 시각 언어의 본질적인 질문—“회화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동시대적으로 갱신한다. 이러한 태도는 디지털 시대의 회화가 감각의 물질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과 맞닿는다. 앞으로 홍세진은 기하학적 평면성과 비언어적 감각의 조합, 그리고 기술 매체를 통한 새로운 지각 구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며 회화적 언어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Works of Art

감각을 지각하는 신체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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