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 K-ARTIST

2024
스펀지, 시멘트, 레진
75 × 65 × 10.5 cm
About The Work

장영해는 신체라는 장소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규칙들, 그리고 이것이 발생시키는 몸의 정동을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써 실험하고 탐구한다. 작가에게 몸은 기술을 통해 변형되고 재구성되는 대상으로 존재하며, 그는 AI, 카메라, X-ray와 같은 매체적 장치를 활용해 신체를 이미지로 변환하거나 그것을 분절하고 사물화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스스로를 “지금 시대의 신체라는 장소를 실험적으로 탐구하는 작가”라고 소개하는 장영해는 초기 작업에서 폴댄스와 페어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통해 섹슈얼리티의 규칙이 생산하는 몸의 특정 행동 양식에 주목하고 이를 재구성해 왔다. 특히 작가는 어떤 롤플레잉을 통해 몸이 수동적이거나 능동적이 되기도 하고, 몸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해 몸이 내 것이 되기도 하고 남의 것이 되기도 하는 양상에 주목한다.
 
작가는 사회적 규칙, 기술 환경, 미디어를 통과하며 변화하는 신체의 물리적 성질과 위치를 다양한 매체로 탐구해 왔다. 이러한 다층적인 구조와 맥락이 얽혀 다변화하는 장소로서의 신체를 지속적으로 실험해 온 그의 작업은, 그러한 신체를 둘러싼 폭력과 욕망이 오늘날 어떻게 변형되고 왜곡되어 왔는지 그 구조를 상상하고 탐구하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장영해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21feet》(LDK, 서울, 2024), 《Glove box》(얼터사이드, 서울, 2024), 《???? climb, fronthook, angel, invert, daphne, figure head, scorpion, fall, gemini, princess, chopstick》(샤워, 서울, 2023), 《Surge analysis》(갤러리175, 서울, 2021)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장영해는 《두산아트랩 전시 2025》(두산갤러리, 서울, 2025),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국제갤러리, 서울, 2025), 제25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홍대 KT&G 상상마당 시네마/스위트, 상상마당 갤러리, 서울, 2025),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아르코미술관, 서울, 2024) 등 다수의 단체전 및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변화하는 신체의 물리적 성질과 위치

주제와 개념

장영해의 작업은 ‘몸’을 중심으로 기술, 사회적 규칙, 감각의 경계를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대표적으로는 폴댄스와 페어 스케이팅을 매개로 한 퍼포먼스를 통해 섹슈얼리티의 규범이 몸의 행동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실험한 바 있다.

작품 〈I want to die because I want to touch aono / I want to hold aono so badly I could die〉(2021)와 개인전 《???? climb, fronthook, angel, invert, daphne, figure head, scorpion, fall, gemini, princess, chopstick》(샤워, 2023)은 이러한 관심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작가는 롤플레잉 구조 속에서 몸이 수동적·능동적으로 변모하는 순간, 그리고 언어와 이미지가 몸을 실시간으로 해석하면서 발생하는 어긋남의 감각을 탐구했다.

이후 장영해의 관심은 시선과 통제의 문제로 확장된다. 퍼포먼스 〈Black Maria〉(2023)는 포르노그래피의 사회적 규칙과 광학기구의 관계를 재현하며, 카메라가 인간의 몸을 어떻게 객체화하는지를 되묻는다. 이러한 ‘감시적 시선’은 개인전 《Glove box》(얼터사이드, 2024)에서 의학적 통제로 확장되어, 의료 장비 아래 놓인 신체와 그 이미지의 윤리적 문제로 이어졌다.

네마프 영화제 출품작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 1S34008AP, F010122011964, .04. 0*8. 5mm〉와 〈Ray〉(2024)에서 작가는 생명과 사망의 경계에 놓인 몸, 마취된 신체의 감각, 그리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장치의 냉정함을 관객에게 드러낸다.

이러한 탐구는 2024년 개인전 《21feet》(LDK)와 퍼포먼스 〈3〉(2024)로 이어지며, 신체의 물리적 거리감과 사회적 안전의 규칙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미국 경찰에게 통용되는 ‘21피트 규칙’을 매개로 한 이 작업들은 공간, 시간, 감각의 불확실한 경계를 상징하며, 인간의 지각이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뒤틀리는 상태를 묘사한다.

최근 단체전 《두산아트랩 전시 2025》(두산갤러리, 2025)에서 발표한 〈annie, cobalt〉와 〈blur, blur〉(2025)는 이러한 논의를 기술적·정치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여기서 작가는 AI와 미디어 환경 속에서 폭력과 욕망이 어떻게 익숙한 일상으로 스며드는지를 분석하며, 신체의 감각이 점차 마비되는 현대의 조건을 응시한다.

형식과 내용

장영해의 작업은 영상, 퍼포먼스, 설치, 영화 등 다매체적 형식을 통해 ‘몸의 물질적 실험’을 수행한다. 초기 퍼포먼스들은 몸의 움직임을 언어화하거나 낭독, 중계, 음악과 결합시켜 신체의 반복과 지침, 해석의 실패를 하나의 드라마로 만든다. 《???? climb, fronthook, angel, invert, daphne, figure head, scorpion, fall, gemini, princess, chopstick》에서는 퍼포머의 동작이 텍스트로 중계되면서 언어와 행동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관객은 이 어긋남을 실시간으로 체감한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몸이 이미지나 글을 통과하면서 가지게 되는 다른 물리성”을 시각적으로 실험한 장면이다.

이후 작가는 신체의 이미지를 매개하는 기계적 장치들—카메라, X-ray, 의료기기—에 주목했다. 《Glove box》에서는 이 장비들을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닌 ‘통제의 구조’로 전환시켰다. 전시장 안에 놓인 영상과 오브제들은 해부와 응급처치, 관찰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몸이 더 이상 ‘나’의 일부로만 남지 못하는 감각을 구축한다. 특히 〈Ray〉는 인간의 욕망을 X-ray 영상과 겹쳐 보여주며, 내부와 외부, 생명과 무생명 사이의 경계를 해체한다.

〈3〉와 《21feet》에서는 시공간의 조작을 통해 지각적 혼란을 일으킨다. 인공조명으로 낮을 재현한 밤의 공간, 시차를 두고 드러나는 냄새의 단서 등은 현실과 허구가 중첩된 “불확실한 시간대”를 구성한다. 이는 작가가 현실의 폭력적 구조를 비가시적 감각—빛, 냄새, 거리—로 전이시키는 시도이기도 하다.

2025년 두산아트센터 단체전에서 선보인 신작 〈annie, cobalt〉와 〈blur, blur〉는 영상 언어의 밀도를 극대화한 사례로, AI와 미디어의 시각문법을 이용해 ‘평균적 완벽성’이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드러낸다. 장영해는 이를 통해 기술이 신체를 재현하는 방식 자체가 또 하나의 폭력임을 지적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장영해는 동시대 한국 젊은 세대 작가 중에서도, 신체를 기술적 이미지와 감각의 장소로 다루는 작업을 가장 일관되게 확장해온 인물이다. 그의 작업은 섹슈얼리티, 의료, 감시, 전쟁, AI 등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을 통과하면서 ‘몸의 위치’를 재정의한다.

특히 《Glove box》에서의 의학적 시선, 《21feet》에서의 거리 규율, 《두산아트랩 전시 2025》에서의 기술적 왜곡은 모두 “신체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연속된 실험이다.

이러한 태도는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드물게 신체를 미디어적 사건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구축했다. 장영해의 신체는 더 이상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기술과 제도의 언어 속에서 번역되고 조립되는 현장으로 존재한다. 그의 영상이 종종 CPR, X-ray, AI 이미지처럼 비인간적 시선을 빌려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인간의 감각을 넘어선 관찰이야말로 오늘날의 ‘몸’을 드러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폭력, 욕망, 기술 매체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기반으로, 장영해의 작업은 “몸이라는 장소가 어떻게 다시 쓰이는가”라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변화하는 신체의 물리적 성질과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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