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ovsky vs. Rabinovich, 1924 - K-ARTIST

Romanovsky vs. Rabinovich, 1924

2023
오프셋 프린트 
15.24 × 10.16 cm
About The Work

손수민은 우리가 신뢰하는 네트워크와 시스템의 한계와 가능성을 사유하고, 이를 영상, 설치, 퍼포먼스, 출판물의 형식에 담아낸다. 그의 작업은 주로 개인의 기억과 몸으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되며, 작가는 이를 통해 동시대 사회 현상의 기원을 되짚고, 그 이면에 감춰진 구조와 감정을 탐색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손수민은 거시적인 사회 구조가 일상의 경험에 침투해 만들어내는 균열을 배회하며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개인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탐구해 왔다.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동시대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그의 작업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경험하는 우리의 욕망, 생동력, 중독, 공허, 고립 등을 담으며 가장 민감하고 본질적인 지점을 건드린다.

개인전 (요약)

손수민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현실은 메타포》(SeMA 창고, 서울, 2023)와 《A Good Knight》(합정지구, 서울, 2023)가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손수민은 《백프로》(스페이스 애프터, 서울, 2025),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광주, 2024),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4), 《포킹룸: 아드레날린 프롬프트》(탈영역 우정국, 서울, 2023), 《감각의 재구성》(인사미술공간, 서울, 2022), 《en route: 사사로운 궤적》(신한갤러리,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손수민은 아르코 예술창작실(서울, 2025) 및 Irish Museum of Modern Art (IMMA) Residency(더블린, 2025)에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다.

Works of Art

개인의 기억과 몸으로 직접 겪은 경험

주제와 개념

손수민의 작업은 개인적 체험과 사회적 구조 사이의 균열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개인의 기억, 언어, 신념 체계를 통해 동시대 사회의 감춰진 작동 원리를 탐색하며, 그것이 일상 속에서 어떤 정동으로 드러나는지를 관찰한다. 초기작 〈3개의 스마트폰, 24개의 충전기와 4개의 콘센트〉(2018)는 시리아 난민의 스마트폰 충전 장면에서 비롯된 작업으로, ‘타자’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작가는 이 사진을 재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일상적 풍경과 비극적 현실이 교차하는 감정의 간극을 체험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곧 타자와 나, 현실과 재현, 신념과 체험의 관계를 관통하는 작가의 일관된 문제의식의 출발점이 된다.

〈Unmellow Yellow〉(2017–2025)는 사회적 관계망의 구조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한다. 작가는 무심히 지나치던 노란 소화전을 통해 ‘보지 않음’과 ‘무관심’의 사회적 함의를 묻는다. 여러 사람에게 그 대상을 그려달라 요청하고, 이를 다시 책과 엽서로 재구성하며, 공동체가 어떻게 시각적·정서적 거리를 형성하는지 드러낸다. 이후 2024년의 동명 퍼포먼스에서는 언어를 통한 소통의 불가능성과 오역의 순간들을 탐색하며, “말이 세상의 경계를 만든다”는 선언적 문장을 통해 언어와 권력, 타자성을 연결시켰다.

손수민은 신념, 가치, 질서라는 추상적 구조를 탐구한다. 개인전 《현실은 메타포》(SeMA 창고, 2023)에서는 기술자본주의의 틈새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과 고독을 다루며, 〈In God We Trust〉(2023)에서 ‘신뢰’와 ‘가치’의 허구성을 해체한다. 달러 지폐의 문구에서 시작된 질문은 가상화폐와 금융위기, 그리고 사회적 믿음의 기원으로 확장된다. 이는 집단적 신념이 현실을 구성하는 방식, 그리고 그 믿음이 언제든 붕괴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흐름은 같은 해 또다른 개인전 《A Good Knight》(합정지구)에서 인간 사회를 체스의 규칙에 비유하는 〈A Good Knight〉(2023)로 이어진다. 사회 질서와 위계 속에서 개인의 위치를 성찰하며, 작가는 “우리는 체스의 말인가, 체스를 두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 규범이 만들어낸 ‘움직임의 한계’를 주목하는 시선은 이후 〈언더그라운드〉(2024)에서 기술 자본이 만든 고립과 대체의 시대 속 인간성의 의미로 확장되기도 한다.

형식과 내용

손수민의 형식적 탐구는 매체 간 이동과 확장을 특징으로 한다. 초기에는 영상 매체를 중심으로 사회적 사건과 개인의 감정을 연결했다면, 점차 퍼포먼스, 설치, 출판물로 범위를 넓히며 감각적 실험을 병행했다. 〈3개의 스마트폰, 24개의 충전기와 4개의 콘센트〉는 신문 속 이미지를 재현하는 단채널 영상으로, 기록적이면서도 사유적인 형식을 갖는다.

반면 〈Unmellow Yellow〉는 드로잉, 책, 엽서, 퍼포먼스 등으로 반복 변주되며 ‘집단적 참여’와 ‘언어적 퍼포먼스’를 결합한다. 작가는 시각적 오브제뿐 아니라 관계와 교류의 과정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확장시킨다.

〈캐치볼〉(2019/2022)은 이러한 상호작용의 구조를 음향적 퍼포먼스로 구체화한 예다. 두 퍼포머가 서로의 숨소리와 목소리로만 대화하는 장면은 소통의 긴장과 단절, 그리고 타자 인식의 감각적 층위를 드러낸다. 이처럼 손수민의 형식은 단일 매체의 완결보다 ‘소통의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구조로 작동한다.

《현실은 메타포》에 이르러, 작가는 시간 기반 매체와 참여형 설치를 병치하여 사회 구조의 모순을 시각화한다. 〈In God We Trust〉는 파운드 푸티지와 자막, 사운드를 결합한 몽타주 형식으로, 신념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보여준다. 반면 〈뮤직박스〉(2023/2018)는 비효율적 퍼포먼스를 통해 합리주의적 사회의 리듬을 전복한다. 특히 〈뮤직박스: 코뉴〉(2023)는 금속 조형물로서 그 사운드적 행위를 정지된 오브제로 변환함으로써, 노동과 기술, 신체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게 한다.

〈A Good Knight〉는 오토마타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과 기계, 자율과 통제의 경계를 묻는다. 실제로 작가는 아이들에게 체스의 규칙을 설명하는 ‘기계적 화자’를 설정함으로써, 사회가 개인의 행동을 규정하는 구조를 은유한다. 이어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자본주의 사회의 ‘지하’로 이동한다. 기술이 만든 효율과 고립의 역설을 영상적 리듬으로 구성하며, 인간 노동이 점차 추상화되는 시대의 정서를 포착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손수민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을 사회 구조의 문제로 번역하는 독창적 방법론을 통해 동시대 한국 미술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인 ‘정동적 사회비평’의 지점을 점유한다. 그는 사회적 관계망, 언어, 신념 체계 등 비가시적 구조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감정의 진폭과 신체의 감각을 병치시키며, 거대 서사 대신 개인의 감각적 서사를 통해 사회를 사유한다. 이는 동시대 미디어 아트가 자주 놓치는 ‘인간적 미세 감정’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타자성 탐구에서 출발해 언어, 신념, 자본, 기술로 주제가 확장되어 왔지만, 중심에는 늘 ‘사회 속의 개인’이라는 문제의식이 있다. 〈Unmellow Yellow〉의 소화전, 〈뮤직박스〉의 반복적 행위, 〈A Good Knight〉의 체스보드와 오토마타—은유적 장치로서 인간이 속한 사회의 규칙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다.

최근의 〈언더그라운드〉에서 보이듯, 작가는 기술 자본주의의 그림자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신체가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 탐구하며, 현실의 균열을 체감적 언어로 시각화한다. 이러한 작업은 사회 비판적 담론을 감정적 리얼리즘의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 손수민은 서울의 아르코 예술창작실과 더블린의 Irish Museum of Modern Art(IMMA) 레지던시를 통해, 지역적 맥락을 넘어 세계의 다양한 ‘시스템과 신념’에 대한 탐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이 일상적 경험 속에서 사회 구조의 모순을 포착하고 그것을 시적 이미지로 환원해온 만큼, 앞으로의 행보는 기술과 감정, 개인과 공동체가 교차하는 글로벌 담론의 현장으로 확장될 것이다.

Works of Art

개인의 기억과 몸으로 직접 겪은 경험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