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석 x 송지윤: 하울링 벌트 II - K-ARTIST

한재석 x 송지윤: 하울링 벌트 II

2024
사운드 퍼포먼스
45분
About The Work

한재석은 스피커와 마이크 등 직접 수집하고 제작한 음향 장치를 사용해 조각과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그는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와 모노하(Mono-ha)에 관심을 가지고, 입력과 출력, 수신과 발신 등 의사소통의 한 형태로서 평소 지각하기 어려운 피드백 고리를 빛과 소리, 진동과 공명으로 공간에 구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음향 출력 장치와 소리의 성질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한재석은, 입력과 출력의 이분법적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오디오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감지하기 어려운 노이즈와 피드백의 자연스러운 발생과 성장을 그의 소리-공간 안에서 감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한재석의 소리-공간은 피드백의 증폭 속에서 발생하는 비선형적이고 변칙적인 순간들을 드러내며 자연의 시스템을 상기시키고, 비물질적인 소리의 파장 속에 얽혀 있는 모든 존재 간의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킨다.

개인전 (요약)

한재석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팰린드롬》(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3), 《Logistic Feedback》(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2023), 《사운드 되먹임: The true balance》(문화비축기지, 서울, 2022), 《Radio Shower: 3-3000MHZ 음감회》(윈드밀, 서울, 2022), 《피드백커: 모호한 경계자》(OCI 미술관,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한재석은 언폴드 엑스 2024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문화역서울284, 서울, 2024),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23), 《속삭이는 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선 안됩니다》(TINC, 서울, 2022), 《음악의 기술》(부평아트센터, 인천, 2021), 《Follow, Flow, Feed 내가 사는 피드》(아르코미술관,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한재석은 2021년 예술의 전당 《뉴미디어아트: 내일의 예술》전 최종 수상, 2020년 OCI YOUNG CREATIVES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한재석은 2023년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Works of Art

비선형적이고 변칙적인 순간

주제와 개념

한재석의 빛과 소리, 그리고 진동의 물리적 현상을 통해 ‘피드백’이라는 개념을 예술적 사유의 중심으로 확장한다. 그는 입력과 출력, 수신과 발신의 관계가 단순한 전달 구조를 넘어 상호작용과 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때 피드백은 단지 기술적 현상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이와 오류를 내포한 채 끊임없이 생성·소멸하는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제시된다. 한재석은 이를 통해 의사소통의 불완전성과 세계의 비선형적 질서를 동시에 탐구한다.

그의 초기작 ‘Live Feedback’(2020–2021) 연작은 SNS의 정보 순환 구조를 모사하며, 발신자와 수신자가 불특정한 채로 무한히 반복되는 피드백 루프를 드러낸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자기 증식하며 인간의 감각을 압도하는지를 보여주는 은유이기도 하다.

OCI 미술관 개인전 《피드백커: 모호한 경계자》(2021)에서 선보인 작품 〈모호한 경계자〉(2021)는 위 연작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AI 스피커 간의 상호 대화를 통해 기계적 시스템이 예측하지 못하는 오류의 순간을 드러내며, 인간과 기계, 주체와 객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영역을 제시한다. 또다른 출품작 〈기라성〉(2021)은 중고 스피커들의 접촉/단절이 만든 섬광과 소음으로 ‘사건이 스스로 발생하는’ 공간을 실험해, 피드백을 하나의 생장 메커니즘으로 제시한다.

자연·물리 시스템으로 주제가 확장되는 전환점은 《Logistic Feedback》(플랫폼엘, 2023)이다. 여기서 그는 로지스틱 맵과 쌍갈림(bifurcation)을 사운드로 치환해 비선형 성장·혼돈의 패턴을 청취 가능하게 만든다. 같은 해 《팰린드롬》(인천아트플랫폼, 2023)에서 ‘앞뒤가 같은’ 회문 개념을 위아래/정방향·역방향/플러스·마이너스 등 상보적 이항의 공진으로 확장하며, 일출·일몰처럼 시작과 끝이 흐려지는 순환적 시간 감각을 구축한다. 

비가시적 매질로 범위를 넓히는 작업도 뚜렷하다. 《Radio Shower: 3-3000MHz》(윈드밀, 2022)는 3–3000MHz 대역 전파를 빛·소리로 번역해 ‘도시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감각화한다. 《Random Access Project 3.0》(백남준아트센터, 2023)에서는 스피커 진동이 구리봉의 접속을 유발·차단하며 빛과 소리를 점멸시키는 구조를 구현하여, 입력/출력의 상호의존성을 ‘발화-반응-재발화’의 연쇄 사건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청취의 생태’로 관점을 확장한다. 옥상팩토리에서 동료 작가들과 협업한 작품 〈하울링 벌트 I/II/III〉(2024)은 앰비소닉 환경에서 오디오 피드백을 증폭해 관객의 몸 자체를 변수로 끌어들인다(관객의 이동·자세가 즉시 음장에 반영된다). 〈영소닉〉(2024, UNFOLD X)은 플로킹·유전 알고리즘으로 자율 진화하는 ‘오디오 객체’의 세대교체를 들려주며, 비인간적 존재들의 생·멸과 군집 행동을 소리 생태로 제시한다.

형식과 내용

한재석의 작업은 스피커, 마이크, 전선, 금속봉, 전자부품 등 음향 출력 장치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며, 이를 통해 빛과 소리의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조각·설치·퍼포먼스 형식을 취한다. 그는 물리적 진동과 전자적 신호, 공명 주파수를 시각·청각적으로 가시화하면서, 감각의 한계를 넘어선 지각의 확장을 유도한다. 〈기라성〉에서는 중고 스피커 사이의 전기적 작용으로 불규칙한 빛과 소음을 발생시켜, 전시 공간을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장으로 변모시킨다.

작가가 제작하는 사운드 시스템의 매개적 잠재력은 2022–2023년에 급격히 확장된다. 《Radio Shower: 3-3000MHz》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를 소리와 빛으로 전환하여 주파수-이미지 맵을 구축하고 공간의 ‘보이지 않는 음장’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인간의 감각으로 포착할 수 없는 파동의 존재를 사유하게 한다.
 
퍼포먼스·공간 음향으로의 이행도 주목할 만하다. 《Random Access Project 3.0》에서 발표한 〈센트럴 도그마〉 라이브는 동료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빛-소리-작동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증폭한다. 〈하울링 벌트〉는 지름 7m 벌트 구조와 12채널 구성으로 상·하·전·후 전방위 음장을 구현하고, 중앙 마이크로 피드백 루프를 증폭한다. 관객은 음장 내 이동만으로도 주파수 응답·지연·위상 관계를 바꾸는 ‘공동 연주자’가 된다.

최근작 〈영소닉〉은 16채널 제어와 LED·PVC 구조물로 알고리즘적 소리 개체의 출현-번식-소멸을 무대화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알고리즘이 자율적으로 진화하는 ‘오디오 객체’들을 통해 비인간적 존재들의 음향 생태계를 구현하며, 인간 중심적 청각 인식을 넘어선 감각적 지평을 제시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한재석의 작업은 사운드 아트, 제너레이티브 아트, 그리고 모노하의 사유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그는 재료의 물성과 현상적 작용을 중시한 모노하의 태도를 계승하면서도, 디지털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술적·물리적 피드백의 복합성을 탐구한다. 이러한 시도는 백남준 이후 전자매체 예술이 제시한 ‘소리-기계-인간’ 관계의 확장을 이어받되, 오늘날의 네트워크 환경에서 피드백이 지니는 사회적·생태적 의미를 새롭게 갱신한다.

그의 피드백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존재와 관계를 사유하는 메타포로 작동한다. 무수한 노이즈와 오차가 얽힌 비선형적 공간 속에서, 한재석은 ‘완전한 조율’이 아닌 ‘불균형의 진실’을 탐색하며, 통제 불가능한 세계의 질서를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비인간적 존재들과 공존하는 사운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예술적 윤리와 맞닿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재석은 동시대 사운드 아트와 뉴미디어 예술의 경계에서 독창적인 궤적을 형성한다. 그는 매체의 기술적 속성을 단순히 이용하는 것을 넘어, 피드백을 하나의 생명적 메커니즘으로 확장함으로써, 예술과 자연, 인간과 기계가 얽힌 복합적 세계의 공명을 탐구한다. 앞으로 그의 작업은 감각적 경험과 알고리즘적 사유가 결합된 ‘소리-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Works of Art

비선형적이고 변칙적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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