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Composition - K-ARTIST
About The Work

전자음악 작곡가 조태복과 정진희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그레이코드, 지인은 컴퓨터를 이용한 사운드 작업을 기반으로 다른 장르의 예술과 상호 작용하는 사운드-미디어 작품을 제작해 왔다.
 
이들은 소리를 단순히 재현의 수단이 아닌 존재와 시간, 감각이 구성되는 현상으로 다룬다. 주요한 작업의 재료인 스피커와 하드웨어 시스템은 단순한 음향 장치가 아닌 공간의 여러 감각적 요소들과 공명한다. 그레이코드, 지인의 작업은 청취의 방식을 몸을 통한 다감각적이고 시공간적인 경험으로 이끈다.
 
그레이코드, 지인은 우리가 속한 세계에 존재하지만 물리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여러 현상과 순간을 소리와 빛의 진동을 매개로 하여 ‘감각 가능한 현실’로 발생시킨다. 이때 청취는 단순한 수용이 아닌 몸의 시간이며, 시간 속에서 존재를 생성하는 경험이 된다.

개인전 (요약)

그레이코드, 지인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W》(송은, 서울, 2023), 《Data Composition》(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2021), 《Time in Ignorance, ∆T≤720》(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20), 《10^-33cm》(독일 한국문화원 갤러리 담담, 베를린, 2019), 《#inlcude red》(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6)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그레이코드, 지인은 《협업의 기술》(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4-2025), 《사라졌다 나타나는》(경기도미술관, 안산, 2024),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23), 《오프사이트》(아트선재센터, 서울,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수상 (선정)

그레이코드, 지인이 2021년 개인전 《Data Composition》으로 출판한 서적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ZKM) 헤르츠랩과 남서독일방송국(SWR) 주최 ‘기기-헤르츠 어워드’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레지던시 (선정)

그레이코드, 지인은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감각 가능한 현실

주제와 개념

그레이코드, 지인의 작업은 소리를 단순한 재현 수단이 아니라, 존재와 시간, 감각이 구성되는 현상으로 다루는 데서 출발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선보인 첫 공동작업인 〈#include red〉(2016)은 “빨강색은 무슨 소리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색과 소리의 주파수를 대응시키며,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영역과 불가시적 영역 사이의 경계를 탐구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주파수와 진동, 파장과 같은 물리적 개념을 예술적 감각으로 전환하며, 감각 간의 구조적 혼합을 시도했다.

이후 선보인 작품 〈+3×10^8m/s, beyond the light velocity〉(2017–2018)는 우주적 차원의 시간과 공간, 빛의 속도를 상상력의 토대로 삼는다. 이들은 ‘우주의 팽창’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비가시적 파장과 다층적 진동을 통해 청각적·시각적으로 구현하며, 감각이 물질적 실체를 넘어선 인식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 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 갤러리 담담에서 열린 개인전 《10^-33cm》(2019)는 거시적 우주에서 미시적 세계로의 전환을 다루며, 플랑크 길이라는 극미의 공간 속 존재 가능성을 사운드로 탐색했다.

2020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에서 개최한 개인전 《Time In Ignorance, ∆T≤720》에서는 ‘감각할 수 없는 시간’을 주제로 삼아, 전시 기간 전체(720시간)를 사운드로 환산하고 시간의 불확실성을 청각적으로 계량화했다. 여기서 시간은 흐름이자 감각의 단위이며, 관객은 가청·비가청 영역의 사운드를 통해 비가시적 에너지의 이동을 경험하게 된다.

세종문화회관 개인전 《Data Composition》(2021)은 데이터를 시간으로 간주하며, 인간의 행위로부터 파생된 로그 데이터를 사운드로 전환해, 디지털 시대의 ‘데이터적 실재’를 감각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최근 작업 〈wave forecast〉(2022), 〈phyper〉(2024)나 송은미술관 전시 《∆w》(2023) 등에서는 자연의 진동과 우연적 변화를 사운드로 모델링하면서, 인간과 자연, 디지털과 물질, 데이터와 감각이 상호 진동하는 세계관을 구축한다. 이처럼 초기의 물리적 파장 실험에서 출발한 주제의식은 점차 우주적·자연적 차원으로 확장되며, 감각과 존재, 시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련의 사유로 진화했다.

형식과 내용

그레이코드, 지인은 전자음악 작곡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사운드-미디어 형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include red〉는 색의 주파수를 소리로 변환하여, 시각과 청각의 대응 관계를 오디오-비주얼 형식으로 실험했다. 이후 〈+3×10^8m/s, beyond the light velocity〉에서는 고정형 미디어를 활용하여 다채널 사운드와 영상의 결합을 통해 팽창하는 공간감을 구현했다. 이들의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고 신체를 매개로 진동하는 실체로 기능한다.

전시 《10^-33cm》에서는 총 11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사운드 설치를 통해, 가청 주파수와 비가청 주파수를 교차시켰다. 트랙별 사운드가 점차 분절되고 복잡해지며, 관객은 청각적 깊이를 따라 미시세계로 ‘잠입’하는 감각을 경험한다. 반면 전시 《Time In Ignorance, ∆T≤720》에서는 동적 시스템 수학 모델을 기반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운드가 변화하도록 설계하였다. 이 작품에서 사운드는 ‘비평형에서 평형으로’ 향하는 과정을 담으며, 청취 경험 자체가 시간의 변화를 인식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Data Composition》에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수집된 관객의 데이터를 사운드로 재구성하여, 디지털 정보가 감각의 재료로 전환되는 과정을 제시했다. 이는 감각적 실체로서의 ‘데이터’를 청각적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관객을 사운드의 공저자로 참여시킨다. 이후 〈wave forecast〉와 《∆w》에서는 자연환경에서 수집된 진동 데이터를 아날로그 라디오 주파수로 송출하거나 건축적 공간에 재구성하며, 사운드를 통해 자연의 불규칙성과 우연성을 드러낸다.

최근작 〈phyper〉에서는 가시광과 음파의 진동을 오디오·광케이블로 연결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 빛과 소리의 매체적 경계를 해체했다. 유리판 위에 반사된 다양한 파장의 붉은 빛과 저주파 사운드는 공간을 진동시키며, 감각의 교차점을 구현한다. 이처럼 그레이코드, 지인의 작업은 오디오-비주얼, 데이터 사운드, 아날로그 신호, 광학 시스템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소리의 존재론적 의미를 확장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그레이코드, 지인은 동시대 한국 미디어아트와 사운드아트 분야에서 물리적 진동과 감각적 체험을 정교하게 결합한 독창적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전자음악의 기술적 정밀성과 개념미술적 사유를 결합하여, 소리를 감각과 존재의 현상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비가시적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작업들은, 동시대 사운드아트의 한계를 확장하며 청취 경험을 철학적 사유의 영역으로 이끈다.

또한 이들의 프로젝트는 데이터, 알고리즘, 자연의 물리적 변화 등 다양한 요소를 사운드로 번역하며, 기술과 감각, 디지털과 물질의 경계를 재조정한다. 전시 《Data Composition》과 《∆w》에서처럼 현실의 데이터나 자연 진동을 예술적 매체로 전환하는 과정은, 동시대 예술에서 ‘정보’와 ‘경험’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이들의 작품세계는 초기의 인공적·실험적 구조에서 출발해 점차 우주적, 자연적, 생태적 감각으로 확장되어 왔다. 진동으로서의 소리와 빛, 데이터와 에너지의 흐름을 다루며, 감각의 총체적 재구성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작가는 사운드와 공간, 신체를 매개로 한 인식 실험의 지속적 진화를 보여준다. 소리와 빛을 통해 감각과 존재, 시간의 본질을 사유하는 그들의 실험은, 한국을 넘어 국제적 담론 속에서 ‘소리의 현상학’을 제시하는 중요한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감각 가능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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