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감각 - K-ARTIST

투명한 감각

2022
비디오로 변화된 16mm 필름, 흑백, 컬러, 사운드
11분 15초
About The Work

한우리는 영상, 사진, 책,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사라져 가는 사물들의 세계를 탐구하고, 사물을 바라보고 감각하는 다양한 방식에 주목해 왔다. 특히, 작가는 이미지와 언어, 허구와 사실의 관계를 살펴보며, 무엇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버려진 것과 통용되는 것을 구분 짓는지 추적하여 동시대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한우리의 작업은 구시대의 사물에 대한 향수 혹은 낯선 친밀함을 자극하고자 당대 문화의 한 양태와 접목시키는 것이 아닌, 매끄러운 외피로 다시 포장된 구시대성을 바깥으로 드러내어 여전히 남겨져 있는 그 사물의 존재성과 시간성을 가시화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한우리가 보여주는 디지털을 경유한 필름의 이미지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기술 가속시대 이면에 가려진 것들을 다시 호명하면서 이 세계를 더욱 잘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즉, 그의 작업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기보다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중적 감각으로 마주하기를 제안한다.

개인전 (요약)

한우리가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루프: 개를 흔드는 꼬리》(아마도예술공간, 서울, 2024), 《실과 리와인더》(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2), 《희미한 파타 모르가나》(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한우리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백남준아트센터, 용인, 2025), 《백남준, 김실비, 얄루, 한우리: 포지티브피드백》(갤러리박, 서울, 2024), 프리즈 필름 2023 《It was the way of walking through narrative》(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3), 《이미지들》(하이트컬렉션, 서울, 2023), 《The missing Duduri》(TINC, 서울, 2022), Switzerland International Film Festival, Foreign Films(오본느, 스위스)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한우리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3),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9-2020) 입주작가로 활동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한우리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이미지와 언어, 허구와 사실의 관계

주제와 개념

한우리의 관심은 ‘사라짐’의 현장에서 출발한다. 개인전 《희미한 파타 모르가나Vagued Fata Morgana》(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20)에서 그는 일련의 장면들을 통해 “존재하는 것과 지각되는 것의 경계”에 놓인 희미한 광경을 더디게 응시하게 한다. 정물처럼 배열된 과일, 녹아내리는 초, 끓는 포트는 물질이 변하는 시간을 은유하고, 아버지의 신체를 관찰하는 시선은 개인적 기억의 소거와 잔존을 함께 포착한다. 사라질 장면을 붙잡아 두려는 욕망이 곧 작품의 동력이 된다.

이 관심은 곧 사물·기술의 소멸로 확장된다. 《실과 리와인더》(아트스페이스 보안, 2022)는 16mm 필름이라는 매체의 시간성을 전면으로 호출한다. 작가의 대표작 〈베르팅커〉(2022)는 ‘Musca(파리자리)’에 얽힌 허구의 신화로 “이름을 잃은 것”의 생애를 덧씌우고, 〈투명한 감각〉(2022)는 남겨진 아이들의 감각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린 촉·청·시의 결핍을 환기한다. 〈얇고 깊은〉(2022)은 아카이브·커뮤니티의 손길 속에서 필름-부품-지식이 이어지는 사회적 생태계를 보여주며, 사물-인간의 연대라는 주제를 열어 둔다.

최근 개인전 《루프: 개를 흔드는 꼬리》(아마도예술공간, 2024)에서는 이미지의 영원한 시간을 가능케했던 물질의 부피를 다시 가동한다. 〈은입자〉(2023)의 세계관을 축으로 3점의 영상작품 〈루프〉(2024), 〈호탈〉(2024), 〈성냥〉(2024)이 서로를 관통하며, 기술의 신비화 뒤편에서 무엇이 지워지고 무엇이 남겨지는지 묻는다. 시시포스의 변주(〈루프〉), 무결한 포탈의 결여(〈포탈〉), ‘보지 않음’으로 시간을 되찾는 존재의 역설(〈성냥〉)은 허구/사실, 언어/이미지의 경계를 가볍게 심문한다.

결국 한우리가 추적하는 것은 “오래된/새로운, 버려진/쓰이는, 감춰진/드러난” 것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규칙들이다. 단체전 《이미지들》(하이트컬렉션, 2023)의 시작점이 되는 한우리의 작품 〈투명한 감각〉과 〈베르팅커〉는 이미지의 발생을 개인적 의지의 사건으로 보게 하고,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백남준 아트센터, 2025)에서의 작품 〈루프〉의 맥락은 매체-장치-공간의 관계를 동시대적으로 갱신한다. 그의 세계에서 사물은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현재를 재조정하는 스위치다.

형식과 내용

한우리는 작품 형식은 늘 내용의 곁에서 방향을 튼다. 초기 전시 《희미한 파타 모르가나Vagued Fata Morgana》에서 작가는 이중 채널과 흑백/컬러의 호흡은 ‘느림’을 통해 유한성의 감각을 촘촘히 쌓은 바 있다.

이후 《실과 리와인더》에서는 설화, 별자리 등 ‘발견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베르팅커〉는 천체도·옛 명명법을, 〈투명한 감각〉는 하멜린 설화를, 〈얇고 깊은〉은 온라인 필름 커뮤니티의 실천을 끌어와, 사실/허구·공적/사적 경계를 엮어 한 편의 아날로그-디지털 하이브리드를 빚는다.

장치의 차원에서도 특유의 번역이 일어난다. 〈루프〉는 실제 루프 메커니즘(스테인리스·아크릴·영사기)에 16mm 필름을 순환시켜 ‘무한 재생’이라는 인터페이스의 아이콘을 물질적 볼륨으로 되돌린다. 〈포탈〉은 모노리스/문/스마트폰을 닮은 스크린과 희석되는 인물·노동·부산물을 병치해 ‘매끄러움’이 배제하는 것들을 가시화하고, 〈성냥〉는 작은 광원(성냥)과 프랑켄슈타인의 재서사를 통해 ‘보지 않음’의 미학을 제안한다. 세 작품은 〈은입자〉의 세계관을 느슨하게 공유하며, 텍스트-이미지-오브제를 횡단하는 다층적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카메라-프로젝션-스크린의 삼각관계 역시 지속적으로 갱신된다.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로 전환(또는 역전환)하는 이중 변환은 영상 표면에 시간의 입자를 남기고, 프로젝터/영사기의 기계음·광선은 전시장을 하나의 ‘확장된 프레임’으로 전환한다. 나아가 출판물+DVD의 복합 설치는 읽기/보기/걷기를 한 전시 동선으로 봉합한다.

이렇게 한우리는 내러티브·장치·매체 변환을 통해 ‘감각의 복권’을 수행한다. 정물적 미장센에서 신화적 알레고리로, 장치의 물질성에서 시각성의 휴지부로 이동하는 궤적은, 이미지가 다시 감각의 총체로 작동하게 하는 세밀한 공학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동시대 한국 미술계에서 한우리 작가의 좌표는 ‘매체 고고학’과 ‘서사 공학’의 접면에 있다. 한우리는 낡은 것을 미화하지 않고, 매끈한 테크놀로지의 외피를 약간 비틀어 그 틈에서 남겨진 감각·노동·부산물을 호출한다. 그 결과, 필름은 ‘과거의 매체’가 아니라 ‘관계의 매체’로 재정의된다.

작품세계는 개인적 사라짐의 기록에서 사물·기술의 소멸을 둘러싼 사회적 생태로, 그리고 세계관을 공유하는 서사-장치의 구축으로 이어진다. 이 흐름은 이미지와 언어, 허구와 사실의 경계에서 무엇이 ‘유통되고/버려지는가’를 미시적으로 추적한다는 작가의 언술을 일관되게 실천한다.

결국 작가의 작품은 다음의 세 축에서 읽힐 수 있다. 첫째, 텍스트-필름-오브제를 잇는 ‘얇은 사물’의 공명(출판·DVD·루프 장치)로 전시/비전시 환경을 가로지르는 포맷 실험. 둘째, 영사 장치의 물질성·노동을 전시장 리듬으로 번역하는 사운드-광학 설계. 셋째, 커뮤니티 지식·과거 기록물 또는 구전 내러티브를 내장하는 리서치 기반 제작 방식.

한우리는 앞으로도 루프·포털·성냥처럼 작은 장치들을 정밀히 조율하며—사라져 가는 것들의 시간성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횡단하는 ‘서사-장치’ 프로젝트로 호흡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이미지와 언어, 허구와 사실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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