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Scene) - K-ARTIST

신(Scene)

2022
About The Work

송민정은 물리적인 것과 비물리적인 것의 관계가 혼합된 세계에서 ‘이동’의 의미를 추적하며 현재를 인식하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작가는 고정되고 영원한 가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닌 현재의 상태나 기분, 분위기와 같이 일시적인 것들을 재료로 삼아 온라인과 현실 공간 위로 새로운 세계를 직조한다.
 
송민정의 작업은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이동하는 SNS의 타임라인처럼 얕고 빠른 몰입과 전환을 요구한다. 작가는 빠른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들을 작업에 차용하고, 이를 스마트폰이나 TV 드라마, 상점을 채우는 광고판 등 우리 눈에 익숙한 스크린에 나타나는 팝업 광고 혹은 팝업 스토어처럼 등장시켜 왔다.
 
송민정은 현재와 밀착되어 있는 요소들을 작업의 매체로 끌어오거나, 허구적 신체와 시간을 뒤섞어 혼성적인 타임라인을 생성한다. 이는 곧 현실 세계와 그 설정 사이에 형성되는 낙차 속에서 혼성된 세계를 바라보며 이동의 의미를 추적하게 만든다. 이러한 송민정의 작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다루며, 우리의 ‘현재’를 다시금 인식하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송민정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이탤릭체 시간》(남산 도서관, 서울, 2024), 《분위기》(합정동 359-11, 서울, 2023), 《이빨 버터》(쿤스트할 오르후스, 2021), 《COLD MOOD(1000% soft point)》(취미가, 서울, 2018), 《Double Deep Hot Sugar-The Romance of Story》(반지하, 서울, 2016)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송민정은 2022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부산항 제1부두, 초량, 부산, 2022), 《땅 그물 이야기》(아르코미술관, 서울, 2022), 《경계에서의 신호》(서서울미술관, 서울, 2021), 2020 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0), 《밤이 낮으로 변할 때》(아트선재센터, 서울, 2019), 《젊은 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온라인 타임라인을 따라 부유하는 이미지와 언어

주제와 개념

송민정은 ‘지금-여기’의 기분·분위기 같은 비가시적 상태를 작업의 주재료로 삼아, 온라인 타임라인을 따라 부유하는 이미지·언어를 포획하고 재배치한다. 영화·드라마 티저와 광고의 어법을 전유한 〈DOUBLE DEEP HOT SUGAR - the Romance of Story〉(-2017)와 〈CREAM, CREAM ORANGE〉(2017), 〈“Est-ce vraiment nécessaire?”〉(2017) 등은 실재 상품이 아닌 ‘무드’를 서비스하듯 제시하면서, 소비 욕망을 호출하는 기믹(gimmick)을 개념·전략으로 끌어올린다. 이때 ‘시간’은 완결된 과거가 아니라 ‘곧 과거가 될 현재’에 밀착한 감각으로 다뤄지고, 작업은 팝업 광고/스토어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건으로 존재한다.

2018년 송민정의 개인전 《COLD MOOD (1000% soft point)》(취미가, 2018)는 온라인에서 조립된 무드와 내러티브를 물리 공간으로 ‘번역’하며, 심리적 장소(타임라인)와 신체적 장소(전시장)의 간극을 체험 과제로 전환했다. 관객은 향수·음료·디저트로 구성된 쇼룸형 세팅과 태블릿 ‘키오스크’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작품 맥락이 상품 논리로 접합되는 지점을 통과한다. 여기서 기획된 ‘느낌’은 정확히 붙잡히지 않는 채 잔존하며, 감각의 미끄러짐 자체가 작품의 핵심 내용이 된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젊은 모색2019: 액체, 유리, 바다》에서 선보인 작품 〈토커〉(2019)와 〈악사라 마야〉(2019)는 1인칭 브이로그·RPG 구조를 도입해, 화면·음성·텍스트로 구성되는 ‘비신체적 자아’의 분열과 생성을 탐구한다. 변화·전환이 빠른 온라인 환경에서 정체성은 단일 실체가 아니라 다중 계정·음성·역할의 장치로 작동하며, 사용자는 ‘셰도우 라이터’로서 서사를 미세 조정한다.

2020년 이후 〈야생종〉(2020)과 2022 부산비엔날레 출품작 〈커스텀〉(2022)은 데이터화된 사회에서 ‘존재의 소거/복제’ 문제로 개념을 확장한다. 삭제되는 SNS 잔존물(〈야생종〉)과 스마트폰 타임라인을 경유하는 관계·욕망의 미스터리(〈커스텀〉)는 가상/현실, 도시/바다, 내부/외부 사이 경계를 왕복하는 ‘이동’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2024년 남산도서관에서 열린 1일 전시 《이탤릭체 시간》은 〈JOE〉(2021), 〈분위기〉(2023) 등의 작업들을 도서관 곳곳에 배치해 ‘문단의 기울기’ 같은 여백의 시간을 호출하며, 이후/이전 사이의 잠정적 시간대를 전시장으로 확장한다.

형식과 내용

작가는 광고·패션 캠페인의 미장센(글로시 스킨, 전면 조명, 세로 화면 1080×1920)을 차용해 감정(기쁨/우울)을 ‘제품 언어’로 포장한다(CREAM, CREAM ORANGEDOUBLE DEEP HOT SUGAR - the Romance of Story -). 메시지는 상품 홍보처럼 보이지만, 실내용은 무드의 전송과 정서의 즉시적 전환이다. 이 ‘형식-내용의 비틀기’가 기믹의 작동 원리다.

공간 구성에서는 쇼룸·테이블 세팅·키오스크 인터페이스를 통합해 관람을 ‘사용 시나리오’로 전개하기도 한다. 특히 취미가 전시에서 관람 도중 향을 시향하고 음료를 마시며 예약을 남기는 루트는 작품 맥락과 상품 행위를 교차시키고, 관객을 ‘사용자-수행자’로 전환한다.

이후 작품 〈토커〉에서는 내러티브 구조는 1인칭 카메라, AR 캐릭터(허프), 다중 음성으로 분절·전개된다. 〈악사라 마야〉는 RPG 퀘스트처럼 언어를 채집·조합해 허구 공간을 구축하고, ‘유저’가 보이지 않는 몸으로 심리적 진술만 남기는 상태를 탐색한다. 이는 신체가 화면-데이터로 치환되는 동시대 감각을 내용(정체성)과 형식(플레이/퀘스트)에서 동시 구현하는 방식이다.

송민적은 다중 소형 스크린(모바일)과 현장 맥락을 결합하는 설치의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야생종〉은 스릴러 문법으로 데이터 소거를 시각화하고, 〈커스텀〉은 다수의 휴대폰으로 ‘개인 타임라인’들의 병치를 구현한다.

개인전 《이빨 버터(tandsmør)》(쿤스트할 오르후스(Kunsthal Aarhus), 2021)에서는 작품 Window(2019/2020)를 통해 여러 시대·도시의 여성 서사를 중첩했고, 남산도서관 《이탤릭체 시간》에서는 서가·책 사이 ‘이탤릭체의 기울기’를 장소 특정적 리듬으로 번역했다.

지형도와 지속성

송민정은 ‘기믹의 미학’을 핵심 엔진으로 삼아, 온라인 이미지 소비(‘눈으로 맛보는’)와 오프라인 체험을 설계하고 이를 다양한 매체로 상호 변환하는 고유한 포지션을 점한다. 동시대 포스트-인터넷 담론이 플랫폼 비판으로 수렴하는 지점에서, 작가는 광고·서비스 디자인의 어법을 과감히 운용해 무드/정서를 제작·유통하는 ‘형식적 도구’로 전환한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작가의 작품세계 발전 경로는 온라인 타임라인의 이미지-무드 포획(2016–2017), 쇼룸형 공간·동선 설계로의 번역, 1인칭/AR/RPG를 통한 비신체적 자아 탐구(2019), 데이터 소거·하이브리드 서사로 확장(2020–2022), 전시/비전시 공간의 여백화(2024)로 요약될 수 있다. 각 단계는 ‘시간을 주매체로 하여 현실과 작업의 간극을 조절’한다는 작가 언술을 일관되게 수행하고 있다.

요컨대 송민정의 지속성은 ‘무드의 제작과 배포’를 매개로 온라인/오프라인과 가상/현실 사이의 간극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시간 기반 전시 설계에 있다. 그의 작업은 고정된 대상이라기보다 ‘기분을 전송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이 장치의 이동·배치·속도를 조절하는 감각이 작업 세계를 꾸준히 갱신한다. 따라서 작품은 장소와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호흡을 갖고, 관객은 그 변화하는 호흡을 따라가며 자신의 현재 감각을 다시 정렬하게 된다.

Works of Art

온라인 타임라인을 따라 부유하는 이미지와 언어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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