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태양의 정원 - K-ARTIST

기계 태양의 정원

2024
4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About The Work

김을지로는 모델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3D 애니메이션,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미디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현실과 가상의 물질-비물질이 각기 다른 환경-인터페이스에서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며, 현실의 대상을 디지털 환경에서 재현하는 방식을 탐구하거나 물리 법칙을 벗어난 허구의 물질을 만들어 새로운 유기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작가는 3D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식물의 세계, 식물의 능력, 그리고 그들간의 네트워크를 표현하는 방법을 탐색하며, 균류의 증식이나 식물의 성장처럼 생물이 생성되는 구조와 3D 그래픽 작동 방식 사이의 유사성을 탐구해 오고 있다.
 
가상 환경 속에 배양된 김을지로의 디지털 식물 또는 유기체들은 여러 층위가 겹쳐지며 발아된 혼종적인 존재들로, 자연과 기술 또는 현실과 가상 사이를 오가는 중간자의 위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곧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가 보고, 믿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관객의 지각에 균열을 일으킨다.

개인전 (요약)

김을지로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옮겨심기(Potting)》(리:플랫, 서울, 2023), 《Sneak Peek》(온라인, 2021)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작가는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5),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4), 《Hacker Space》(TINC, 서울, 2023), 《반디산책: 지구와 화해하는 발걸음》(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22), 《새일꾼 1948-2020: 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일민미술관,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물리 법칙을 벗어난 허구의 물질

주제와 개념

김을지로는 현실과 가상의 접면에서 “물질/비물질”이 작동하는 방식을 새 생명-메타포로 재배열한댜. 팬데믹 시기에 제작한 작품 〈NULL player〉(2020)는 현실 정치의 거리유세를 AR로 대체하며, 비가시적·무소음의 캠페인 제스처가 어떻게 공적 공간을 점유하는지를 시험했다.

이어 발표한 〈N. rafflesiana sema〉(2021)와 〈N. rafflesiana sema-micro〉(2021)는 육식식물의 미시적 구조와 디지털 렌더의 논리를 포개어 “가상 인큐베이터”를 제안했고, 〈Hyper-morphogenesis β〉(2022)는 데이터-물리 시뮬레이션에서 발현되는 미생물 유사 체계를 관찰하며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유기체의 역설을 시각화했다.

이러한 관점은 식물의 자기증식·네트워크를 디지털 이미지의 생성 규칙과 병치하는 방향으로 심화한다. 〈고사리 걸음〉(2022)은 무용수의 모션 궤적에 L-system 식물 알고리즘을 접속해 인간 몸을 “포자 배지”로 변환했고, 〈입체 프레파라트〉(2022)는 ACC 미디어월을 지상/지하로 가르는 “디지털 테라리엄”으로 설계해 관객을 영양 전달자—즉 생장 메커니즘의 일부—로 위치시켰다.

개인전 《옮겨심기(Potting)》(리:플랫, 2023)에서는 ‘실내 식물’의 미적 교배를 닮은 매끈한 그래픽 관습을 의심하며, 글리치와 낮은 표면 밀도를 노출해 “보정된 자연”의 통념을 뒤집는다(‘Soil mixing’, 〈Sequence〉, 2023).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2024)에서 선보인 〈기계 태양의 정원〉(2024)은 픽셀/씨앗의 등가성을 밀어붙인다. 태양광-식물 회로에 3D 시스템을 접속해 픽셀을 유닛·군집으로 성장시키는 서사를 구축함으로써, 생명과 데이터가 구분되지 않는 스케일의 상상력을 호출한다.

가장 최근 참여한 전시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에 출품한 〈시밀리아 시밀리부스 쿠란투르〉(2025), 〈복안의 전령〉(2025), 〈포복하는 맥박〉(2025) 등 신작들은 난초의 공생·수분·포복이라는 생물학을 디지털 매체의 지각·재현 조건에 교차 투사해, 인류중심적 분류 체계를 흔드는 비인간적 시점과 시간감각을 정식화한다. 요컨대 김을지로는 “가상-현실 전이”를 생장, 포복, 분화의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디지털이 ‘다른 방식의 생태계’가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형식과 내용

작가의 초기작 〈NULL player〉는 AR 필터라는 인터페이스로 “공간 점유=행동”의 정의를 재코딩하고, 〈Hyper-morphogenesis β〉는 소프트웨어 내부의 가상 물리 엔진을 실험실처럼 사용해 ‘관찰-채집-기록’의 자연사 방법론을 역수입한다. 〈고사리 걸음〉은 모션캡처, L-system, 사운드를 얽어 제스처/식물의 교호를 합성하고, 〈입체 프레파라트〉는 수직 동선·발광 표면·분할 스크린을 포기/줄기/잎의 위계처럼 구성해 “식물-디스플레이”를 통한 건축을 구축한다.

디지털 재료 선택 역시 전략적이다. 《옮겨심기(Potting)》는 표면 밀도·텍스처 시접·노이즈·글리치 등, 보통 후반 제작에서 제거되는 ‘오염값’을 전면화하여 “완벽한 렌더=건강한 식물”이라는 시각적 위생 관념을 비튼다. 〈Sequence〉는 렌더 파이프라인의 부산물(프레임 시퀀스)을 투명 용지에 표본화해 그래픽 생산의 비가시적 노동과 절차를 미시적으로 드러낸다.

〈기계 태양의 정원〉은 에너지-재료-정보의 폐루프를 조형 언어로 번역한다. 태양광 패널/식물/픽셀의 상호 변환을 4채널 비디오로 분산 배치해 “성장-축적-분화”의 리듬을 청각·시각적으로 동기화시키며, 픽셀의 집합학(클러스터링, 타일링)이 씨앗의 군락을 닮아 있음을 감각적으로 입증한다.

《젊은 모색 2025》 신작군은 LED 패널, 단채널 영상, 속도 조절(슬로우/롱테이크)로 매체 특성을 극대화해 곤충 시야(〈복안의 전령〉), 시간의 잔상(〈포복하는 맥박〉), 공생의 의존성(〈시밀리아…〉)을 각각의 기술적 축으로 배분한다.

요약하면, 김을지로의 미디어아트 형식은 절차적 생성(Procedural), 에러-물성의 수용(글리치, 저해상도), 생태적 아키텍처(테라리엄형 디스플레이) 등의 주요 축으로 수렴하며, 그 자체가 내용—비인간적 지각과 데이터-생명 등가성—을 수행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작가의 작품세계를 정리하자면 “디지털을 생태로 사유하기”이다. 초기의 AR-사회 실험(〈NULL player〉)에서 출발해 미시적 유기체(〈Hyper-morphogenesis β〉)와 식물-알고리즘 결합(〈고사리 걸음〉, 〈입체 프레파라트〉)으로 진화했다.

이후 노이즈를 더욱 전면화하며 ‘랜더의 위생’을 비판(《옮겨심기》)하거나, 에너지-픽셀-씨앗의 비유(〈기계 태양의 정원〉)로 작품 지형이 이동하였다. 최근에는 난초 생물학과 디지털 지각의 상호번역(〈시밀리아…〉, 〈복안의 전령〉, 〈포복하는 맥박〉)으로 관심이 정교화되어, 비인간적 시간·시점을 호출하는 독특한 방법론을 발전시키고 있다.

김을지로는 미디어아트·테크놀로지가 ‘효율·사실성’으로만 수렴하는 경향을 비껴, 생물학적 상상력과 절차적 이미지 생성의 교차를 꾸준히 실험하는 포지션을 점한다. 이는 포스트-휴먼 담론, 식물학적 전회, HCI/게임엔진 기반 전시 제작과 긴밀히 접속하는 독창적 궤도다. 설치 형식을 통해 관객을 생장 시스템의 ‘매개자’로 설계하는 전시 문법을 확장해오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타 생태’라는 명제를 미학·기술·전시 형식으로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작가의 작품은 현실/가상, 자연/인공의 이분법을 해체하는 동시대적 모델로 미술계에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물리 법칙을 벗어난 허구의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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