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초기작 〈NULL player〉는 AR 필터라는 인터페이스로 “공간 점유=행동”의 정의를
재코딩하고, 〈Hyper-morphogenesis β〉는
소프트웨어 내부의 가상 물리 엔진을 실험실처럼 사용해 ‘관찰-채집-기록’의 자연사 방법론을 역수입한다.
〈고사리 걸음〉은 모션캡처, L-system, 사운드를 얽어 제스처/식물의 교호를 합성하고, 〈입체 프레파라트〉는 수직 동선·발광 표면·분할 스크린을 포기/줄기/잎의 위계처럼 구성해 “식물-디스플레이”를 통한 건축을 구축한다.
디지털 재료 선택 역시
전략적이다. 《옮겨심기(Potting)》는 표면 밀도·텍스처 시접·노이즈·글리치
등, 보통 후반 제작에서 제거되는 ‘오염값’을 전면화하여 “완벽한 렌더=건강한
식물”이라는 시각적 위생 관념을 비튼다. 〈Sequence〉는 렌더 파이프라인의 부산물(프레임 시퀀스)을 투명 용지에 표본화해 그래픽 생산의 비가시적 노동과 절차를 미시적으로 드러낸다.
〈기계 태양의 정원〉은
에너지-재료-정보의 폐루프를 조형 언어로 번역한다. 태양광 패널/식물/픽셀의
상호 변환을 4채널 비디오로 분산 배치해 “성장-축적-분화”의 리듬을 청각·시각적으로 동기화시키며, 픽셀의 집합학(클러스터링, 타일링)이
씨앗의 군락을 닮아 있음을 감각적으로 입증한다.
《젊은 모색 2025》 신작군은 LED 패널, 단채널
영상, 속도 조절(슬로우/롱테이크)로 매체 특성을 극대화해 곤충 시야(〈복안의 전령〉), 시간의 잔상(〈포복하는 맥박〉),
공생의 의존성(〈시밀리아…〉)을 각각의 기술적 축으로 배분한다.
요약하면, 김을지로의 미디어아트 형식은 절차적 생성(Procedural), 에러-물성의 수용(글리치, 저해상도), 생태적 아키텍처(테라리엄형 디스플레이) 등의 주요 축으로 수렴하며, 그 자체가 내용—비인간적 지각과 데이터-생명 등가성—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