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서울 중세 - K-ARTIST

너와 나의 서울 중세

2019
단채널 영상, 4K, 컬러, 사운드, 포멕스에 프린트, 시트지에 프린트(캐릭터 디자인: 박신혜), 아크릴 판, 벽돌, 장검, 괭이, 점토
14분 35초
About The Work

최윤은 한국의 모더니티가 만들어낸 사회적 풍토와 부산물을 엮어 영상, 설치, 조각, 도자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다. 특히 한국 사회에 잔존하는 기이한 대중문화와 지정학적 시간성에 주목하며, 이에 깃든 집단의 감정과 잔상을 탐구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작가는 한국 사회에 떠도는 파편적인 이미지를 수집하고 가공 편집하여 끊임없이 변신하는 변종적인 미디어와 오브제를 통해 풀어냄으로써, 이에 내포되어 있는 다층적 맥락과 현상을 확장하고 증폭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풍경 속에서 그리워하거나, 선망하던 것들은 어느새 시답지 않은 농담처럼 하찮고 철 지난 것들이 되어 버린다. 이는 찌꺼기가 되어 사회에 축적되고, 어느 순간 웃음과 공포를 주는 존재가 된다. 최윤은 이렇게 남겨진 아련하고 초라한 찌꺼기들을 모으고 엮으며, 이를 통해 오늘날 사람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본다.

개인전 (요약)

최윤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더 라운지(The Lounge)》(캄-라뮤트 아트센터, 로잔, 스위스, 2023), 《빛의 속도로 뛰는데 몸은 거북이가 된다》(럭스(LUX), 런던, 2022), 《막다른 길 걷기》(두산갤러리 뉴욕, 뉴욕, 2020), 《마음이 가는 길》(두산갤러리 서울, 서울, 2020), 《하나코, 윤윤최, 최윤 개인전》(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스페이스, 서울, 2017)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최윤은 《아득한 오늘》(국제갤러리, 서울, 2025), 《2024 아트스펙트럼: 드림 스크린》(리움미술관, 서울, 2024), 부산비엔날레 2024 《어둠에서 보기》(부산근현대역사관, 부산, 2024),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이것 역시 지도》(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3), 《펑키-펑션》(대구미술관, 대구, 2022), 《젊은 모색 2021》(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최윤은 유럽도자연구센터(오이스터베이크, 네덜란드, 2023), 라익스 아카데미(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21-2023), 금천예술공장(서울, 2021), 두산레지던시 뉴욕(뉴욕, 미국, 2020)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최윤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서울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집단의 감정과 잔상

주제와 개념

최윤의 작업은 한국적 근대/탈근대가 배출한 집단 심리의 잔여를 포착해 변종적 세계관으로 재조립한다. 초기 영상작업 〈국민 매니페스토〉(2012–2014)는 2011년의 월별 인기 케이팝 가사를 웅변으로 치환하고 달력 풍경과 중첩해, 대중가요가 ‘국민’ 정동을 동원하는 장치임을 드러낸다. 〈벽 스티커-스스로 접착 할 수 있는 벽 장식〉(2014)은 장미, 구름, 별 같은 ‘가짜 자연’의 키치 장식을 관객의 조립 행위와 결합해, 통속적 욕망이 도시와 가정에 부착·증식되는 과정을 전시장으로 이식한다.

《하나코, 윤윤최, 최윤 개인전》(아트선재센터, 2017)에서 작가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하나코/윤윤최/최윤’으로 분화하는데, 이를 통해 이미지의 생산·유통·잔여가 상호 전이되는 회로를 주체 수준에서 실험한다. 공적 표면과 사적 욕망의 비틀림은 〈하나코와 김치오빠 외 연속재생〉(2016–)에서 극대화된다. 직립을 거부하고 기거나, 회전하며 사진을 찍는 ‘하나코’의 제스처는 도시 공간의 규범적 움직임에 미세한 불일치를 만들어, ‘보이는 것’과 ‘보이게 하는 것’의 권력을 교란한다. 〈인사봇〉(2017), 〈창문그림액자〉(2017), 〈해바라기 배경화면〉(2017) 같은 완제품 이미지는 일상적 환영의 매커니즘을 전시장에 노출시키는 역설적 ‘증거물’로 작동한다.

《마음이 가는 길》(두산갤러리, 2020)는 ‘게시’와 ‘갱신’이라는 두 축으로 집단 정념을 해부한다. 〈게시계시개시〉(2020)와 〈호러 에로 천박 주문〉(2020)은 광고·경고·구호가 낳는 감각의 피로와 각성의 상충을 다성적 사운드와 영상으로 체현하고, 전시장에 흩어진 파편은 ‘척추동물’로 갱신되어 자라남으로써 잔여가 생물학적 은유로 전환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마음이 가는 길〉(2021)의 ‘할머니’들은 빠른 갱신의 사이클에서 탈락·유예된 감정 찌꺼기의 의인화로, ‘끝없이 다시 고쳐 새로이 내보이는’ 사회에서 마음의 방향을 묻는다.

〈3성TV은하46” (배경 음악: 비트코인과 블랙홀)〉(2023–2024)는 스크린 타임의 시대를 광물·도자의 시간으로 역전시킨다. 서로 다른 ‘소킹 시간’이 부여된 패널들은 은하·암광(暗光)의 시간성을 품고, 온라인 스트리밍 사운드는 지연과 잡음을 통해 ‘어느 세계에 접속할 것인가’라는 감각적 결정을 관객에게 위임한다. 여기서 잔여는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물질-시간-데이터를 매개로 변주되는 세계 접속의 방식이 된다.

형식과 내용

사진·비디오·설치·사운드·도자로 가로지르는 형식은 내용의 논리를 그대로 재현한다. 〈국민 매니페스토〉의 ‘음악 없는 낭독’과 달력 이미지는 청각/시각의 분해-재조합을 통해 ‘국가적 청취’의 이데올로기를 투명하게 만든다. 〈벽 스티커-스스로 접착할 수 있는 벽 장식〉은 관객이 요소를 떼어 붙이는 조립 방식을 도입해, 분절된 기호가 생활 공간에서 어떻게 상상적 자연을 구성하는지 행위로 체득하게 한다.

《하나코, 윤윤최, 최윤 개인전》에서는 영상 속 제스처(〈하나코와 김치오빠 외 연속재생〉)가 〈퍼포먼스 도구와 찌꺼기〉(2017), 〈하나코 100〉(2017) 같은 물질적 배열로 번역되며, ‘작품 간 재사용’은 이미지 경제의 루프를 전시장 구조 그 자체로 시각화한다. 〈인사봇〉과 같은 홍보 장치의 차용은 커뮤니케이션·속도·긍정성의 표어가 어떻게 ‘전시의 인입부’로 침투하는지를, 관람 동선의 첫 장면으로 돌려준다.

《마음이 가는 길》에서는 파티션, 스크린도어 시, 공공 게시판과 같은 물리적 매체가 장치이자 주제인 이중 역할을 수행한다. 〈게시계시개시〉·〈호러 에로 천박 주문〉의 다층 사운드-이미지는 수면 음악/각성 음악의 상충을 통해 ‘지속적 갱신’의 모순을 청각적 피로로 환원한다. 이어 〈마음이 가는 길〉은 빈 전시장을 무대로 삼아 퍼포머를 배치, 시간의 진위와 정체성의 경계를 흩트리는 유령적 리얼리즘을 구현한다.

〈3성TV은하46” (배경 음악: 비트코인과 블랙홀)〉은 가열·산화·결정화라는 도자 공정을 스크린-오브제화하여, 콘텐츠가 아닌 ‘표면을 만드는 시간’을 전면화한다. 금속 산화물·동전·전선의 잔여 물질성은 데이터-광물-자본의 교차를 표피에 새기고, 배경 음악의 실시간 변주 스트리밍은 전시장을 넘어 네트워크 상에서 ‘감각의 게시/갱신’이 계속된다는 것을 형식적으로 보증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최윤은 ‘찌꺼기-이미지’의 수집·재배치·재사용을 통해, 한국 사회의 통속적 장치(케이팝, 벽 스티커, 인사 로봇, 공공 게시판)와 개인의 정동을 연결하는 독자적 어휘를 확립했다. 이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장에서 이미지-정치와 생활-표면을 가로지르는 ‘잔여의 미학’으로 식별되며, 전시장(화이트 큐브)과 도시(공공 표면)를 왕복하는 설치적 문법으로 가시화된다.

흐름상, 이미지의 청취/낭독과 공적 표면의 비판(〈국민 매니페스토〉, 2012–2014; 〈벽 스티커…〉, 2014)에서, 페르소나와 잔여의 자가증식(《하나코, 윤윤최, 최윤 개인전》, 2017), 그리고 게시/갱신의 장치화(《마음이 가는 길》, 2020)를 거쳐, 물질-시간-데이터를 통합하는 물질적 스크린 작업(〈3성TV은하46”…〉, 2023–2024)으로 확장해 왔다.

최윤 작품세계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중심축은 (1) 일상 이미지의 정치경제에 대한 집요한 관찰, (2) 잔여의 재배치와 재사용, (3) 관객 동선과 표면의 안무화다.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지역적 통속성에 대한 도식적 풍자가 아니라, 생활 표면의 감각·정동·시간을 위트있게 교차 번역하는 매개 능력으로 국내 미술계에서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Works of Art

집단의 감정과 잔상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