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피부 - K-ARTIST

부유하는 피부

2024
아크릴, 레진, 플라스틱, 우레탄, 금속, 모터
약 15분
About The Work

하카손은 인체 위를 덮는 피부와 그 위를 덮는 옷의 물질성과 걸치는 행위를 중심으로, 인체, 사물, 공간으로 확장되는 다층적 관계를 극무대의 형식으로 선보여 왔다. 그가 천착해온 신체와 사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입고 걸치는 물리적 행위는 신체와 공간의 관계로 전이되며 점진적인 확장을 성취한다.
 
나아가 그는 단순히 걸치고, 덮는 행위 외에 물질과 표면의 성질이 변화하는 지점을 찾는다. 이러한 변이를 도와주는 매개체, 체결 방식, 그리고 행위의 유연한 양면성을 지향하고 공간, 기술, 그리고 인간 신체 간의 유동적인 관계를 드러낸다.
 
작가는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변형되어온 인간의 신체와 공간에 대해 탐구해 오면서, 그 안에서 포착한 어긋나는 지점과 결합되는 지점을 움직이는 조형의 형태로 풀어낸다. 이는 곧 점점 더 주변 환경과 결합되고 확장해 나가는 우리의 경계에 대해 고찰하고 다시금 감각하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하카손이 참여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거울과 망토》(플랫폼엘, 서울, 2024), 《Gametophyte : 배우체》(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23), 《이어진 반동의 고리》(수호갤러리, 성남, 2022)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하카손은 《Poetic Forensic》(세운상가 세운홀, 서울, 2025),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4》(문화역서울284, 서울, 2024), 《랩들이 LAB Coming Day》(아트코리아랩, 서울, 2023), 《처음 만나는 과학》(국립부산과학관, 부산, 2022), 《RTA 2022: 진화》(탈영역우정국, 서울, 2022), 《어느 정도 예술공동체: 부기우기 미술관》(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2)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레지던시 (선정)

하카손은 2024 ACC 크리에이터스 레지던시와 17기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입주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Works of Art

인체와 사물, 그리고 공간

주제와 개념

하카손의 핵심 문제의식은 “입고/덮는 행위”를 매개로 인체—사물—공간으로 확장되는 관계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 〈탈착과 분열의 전조 1〉(2021)에서 한옥 빗살창과 이질적 재료를 결합해 “경계 위의 제3의 형상”을 제시하듯, 작가는 노자의 무위와 베르그송의 지속/반복 개념을 바탕으로 신체의 한계·갱신·확장을 탐구한다. 이러한 관점은 ‘입기–걸치기–벗기–체결’ 같은 물질적 행위를 통해 몸의 경계가 공간의 사건으로 번역되는 과정에 주목하게 한다.

작가는 인체를 “움직임의 발생기”이자 “무대의 조건”으로 보며, 인체의 유려함이 조형의 기계적 움직임으로 이행될 때 생기는 드라마를 탐지한다. 〈사이몸짓〉(2022)은 자세 교정과 탈피의 이미지를 통해 신체가 자기 최적화를 수행하는 과정을 드러내고, 개인전 《Gametophyte : 배우체》(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23)에서는 배우체(생식세대)의 분리/재결합을 공간적 관계망으로 치환한다.

2024년 플랫폼엘에서 선보인 라이브 퍼포먼스 전시 《거울과 망토》는 “현존성을 위임받은 기계적 몸”이 인간의 미세·거대한 물리적 움직임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같은 해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레지던시에 선정된 작가는 ‘크립스페이스’ 개념을 도입하며 인체와 공간의 관계를 유희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크립 바디〉(2024)는 소속과 환대를 전제하는 장소성을 웨어러블 로봇의 몸짓으로 재구성하며, 인공 관절과 반사체가 접히고 펼쳐지는 과정을 통해 신체–공간의 새로운 접합부를 발생시킨다.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4》 출품 작품 〈부유하는 피부〉(2024)는 플로팅 캡슐을 통해 감각 차단/재동기화를 실험하며, ‘퇴화 기관’의 상상적 재가동을 문제화한다. 이처럼 하카손의 주제는 “몸의 가변성”과 “몸과 함께 변하는 공간”의 가능성으로 일관되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응답의 윤리를 동반한다.

형식과 내용

하카손은 페인팅·미디어·패션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배경을 통합해 탈매체적 어법을 구축한다. 〈사이몸짓〉이나 듀킴(Dew Kim)과 협업한 작업 〈진묘수〉(2020)에서 보듯 웨어러블 조형은 ‘입기/체결’의 물리적 작동을 통해 몸의 동력을 조형으로 전이한다. ‘탈착–재부착’의 반복, 체결 방식의 가변성, 재료의 반사/투명/탄성(네오프렌, 와이어, 필름, PVC, 우레탄 등)이 내용과 직조되어, 신체와 비신체, 유기와 기계 사이의 중립지대를 구성한다.

전시는 《Gametophyte : 배우체》는 설치가 곧 퍼포머이자 무대가 되는 전환점이 된다. 수조의 수면과 거울문, 물결·연기·빛의 비물질 요소는 ‘도입–고조–절정–소강’의 드라마투르기를 형성하고, 관객 이동 자체를 안무로 흡수한다.

《거울과 망토》에서는 내부 모터를 탑재한 구조체가 ‘턴–포즈–워크’의 패션 어법을 호출하며, 스포트라이트·그림자·사운드(협업)로 “뒤편의 무대”를 활성화한다. 반사체의 다중 투사로 형성되는 ‘공간 드로잉’은 초기 드로잉 연작의 평면적 선을 공간적 벡터로 확장한다.

〈크립 바디〉는 다층 인공관절과 반사 패널의 접힘/펼침으로 새로운 제스처 문법을 산출하고, 착용 반경을 확장하며, 신체의 재생·귀소·적응을 기계적 보철과 결합한다. 〈부유하는 피부〉는 37℃ 수조의 무중력 상태에서 촉각·시각·청각을 재설정해 신체 내부/외부의 경계를 흐리며, 감각의 결핍을 내용의 생성 조건으로 전환한다. 요컨대 하카손은 재료의 물성(반사·투명·유연), 기계적 동력(모터·관절), 무대 기술(조명·연무·수면), 관객 동선(안무화)을 통합해 ‘형식=내용’인 동시적 체계를 구축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하카손은 패션·미디어·설치·퍼포먼스를 가로지르는 “몸–사물–공간의 기술적 안무”를 선명히 제시한다. 스텔락이나 레베카 혼을 연상시키는 계보와 접속하되, ‘입기/체결/막’의 문법과 ‘거울/문/수면’의 장치, 그리고 배우체·크립스페이스·플로팅 캡슐 같은 개념적 에콜로지를 통해 고유한 위치를 점한다.

초기 웨어러블에 대한 실험(perfect match(2016) 등)에서, 《Gametophyte : 배우체》의 자율적 기계-무대, 《거울과 망토》의 기계적 몸–패션 어법–무대 드라마로의 확장은 “몸의 변용을 공간의 변용으로 번역”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진화했다.

지속성의 축은 (1) ‘입기–체결–탈피’라는 행위론, (2) 반사·투명·탄성 재료의 물성 연구, (3) 기계적 동력과 인간 제스처의 상호번역, (4) 관객 동선을 안무화하는 무대 구성이다. 변화의 축은 웨어러블/신체 의존에서 “설치=퍼포머”로의 자율화, 그리고 감각 재설정 장치(플로팅 캡슐)로의 이행이다.

요컨대, 하카손의 작업은 “몸의 가변성”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기술·환경·공동체를 잇는 매개 구조를 실천한다. 이는 동시대 미술의 장에서 퍼포먼스·뉴미디어·디자인적 사고를 횡단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기능할 전망이다.

Works of Art

인체와 사물, 그리고 공간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