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위한 리허설 - K-ARTIST

얼굴을 위한 리허설

2021
아크릴 레이저 각인, 실크, 목재, 로프, XPS, 마이크,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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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루킴은 퍼포먼스와 영상, 사운드, 설치, 텍스트를 주 매체로 활용해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폭력의 구조에 대해 작업한다. 특히, 작가는 식민주의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일반화되어버린 성차별적, 인종차별적인 폭력들을 어떻게 예술을 통해 저항할 수 있을지 질문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오늘날 만연한 폭력의 구조를 형성해온 다층적인 역사를 추적해 가며 만들어지는 루킴의 작업은, 식민주의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소외되고 희생되어 온 존재들을 상기시키고, 여전히 그 영향 아래 놓여 있는 이들이 탈주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예술을 탐구해 오고 있다.
 
이러한 루킴의 작업은 과거부터 이어진 폭력의 역사를 재인식하게 만들고,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한 세계 내 다양한 존재들이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공의존(co-dependence)’하는, 위계 없는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루킴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개인전으로는 《I KNOW WHAT I’VE DONE》(TINC, 서울, 2024), 《a fist is a fist is a fist》(보안1942, 초이앤초이갤러리, 공간사일삼, 서울, 2023), 《에코톤: 탈출 역량》(탈영역우정국, 서울, 2022), 《Face Value 얼굴을 위한 리허설》(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루킴은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국제갤러리, 서울, 2025), 《Coalition of Waters》(발틱현대미술관, 우스트카, 폴란드, 2025), 《Enact/In Act》(Millennium Film Archive, 브루클린, 미국, 2024), 《glitch: new flesh》(Visaural, 뉴욕, 미국, 2023), 《킬타임트래시_임시 killtimetrash_temp》(WESS, 서울, 2023), 코임브라현대미술비엔날레(2022), 《Fascination》(레낭 현대미술센터 (CRAC 알자스), 알트키르쉬, 프랑스,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루킴은 이탈리아 2023-2024 제7회 Cross Award – COLLATERALE를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루킴은 그로노블 고등예술대학교 레지던시(프랑스, 2025), 발틱현대미술관 레지던시(폴란드, 2025), 제7회 Cross Award 레지던시(이탈리아, 2024) 등의 입주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루킴의 작품은 공간황금향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폭력의 구조

주제와 개념

루킴의 작업은 초기부터 폭력의 사상적 토대를 파헤치는 역사·철학적 리서치에서 출발한다. 〈유럽인들이여, 가장 성스러운 것들을 지켜내라〉(2019)는 러-일 전쟁기 석판화와 ‘황색 위험’ 담론을 현재 독일의 이주사·인종주의와 겹쳐 읽으며 “누가 어디에 머무를 권리를 갖는가”를 묻는다. 이어 〈Tax Returns/분청사기상감인화문붕명둔접〉(2020)은 『조선왕조실록』 속 15세기 궁중의 ‘벗(朋)’ 표식을 동시기 공납자기와 접목해 권력·세금·몸의 관계를 재배치한다. 이때부터 작가는 “증언되는 과거—현재의 폭력—탈주의 가능성”이라는 3항 구조를 자기 언어로 굳힌다.

2021년에는 ‘에코톤’과 ‘물’로 개념이 확장된다. 작품 〈tilde: 세 개의 에코톤〉(2021)과 개인전 《얼굴을 위한 리허설》(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2021)은 상이한 생물 군계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모서리 효과’를 한국 사회의 ‘우리’로 번역하고, 아스트리다 니마니스의 하이드로페미니즘을 매개로 물을 비인간 주체이자 연대의 플랫폼으로 상정한다. 이는 인간/비인간, 자연/정치의 이분법을 해체하는 감응적 사유로 이어진다.

2022년 《에코톤: 탈출 역량》(탈영역우정국, 2022)에서 ‘뱀’은 인종·젠더·섹슈얼리티 경계를 가로지르는 존재로 재호명된다. 퍼포먼스 〈Interpermeations〉(2022)은 ‘침투/배어듦’의 양가성을 통해 고정된 정체성의 경계를 미끄러지게 하며, ‘접촉=탈출’이라는 작가의 명제를 수행적으로 제시한다. 2023년 ‘주먹’ 모티프의 ‘a fist is a fist is a fist’ 시리즈는 집단적 신체가 발화(ignition)하며 응결·분산하는 정치적 순간을 탐구한다.

2024년 개인전 《I KNOW WHAT I’VE DONE》(TINC, 2024)은 과거에 교회였던 전시 공간에서 성 줄리오와 ‘뱀의 섬’ 설화를 재서사화하고, 미국 SF 소설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초공감능력’을 호출해 “숨겨지고 지워진 존재”를 다시 감각하게 한다. 전시의 주축이 되었던 영상 작품 〈I KNOW WHAT I’VE DONE〉(2024)은 “섬이 혀를 가진다면 무엇을 말할까?” 같은 물음을 던지며, 신화·종교·공감이 중첩된 장에서 폭력의 기원을 재기록한다.

형식과 내용

형식은 리서치 기반 설치에서 출발해 신체·텍스트·사운드·영상이 결박된 ‘무대적 전시’로 진화한다. 〈유럽인들이여, 가장 성스러운 것들을 지켜내라〉는 19세기 인쇄 이미지를 공간 장치로 분해해 관객의 동선을 해체의 도구로 전환한다. 〈Tax Returns/분청사기상감인화문붕명둔접〉은 엉덩이 형상의 접시에 ‘朋’을 새겨 관객에게 실물로 환류시키는 배포(performance as distribution)를 통해 제도·세금·시민성의 회로를 뒤튼다.

2021년도 작업들은 물의 ‘목소리’를 시나리오로 번역한다. 개인전 《얼굴을 위한 리허설》(2021)에서 한강·지중해·플로테이션 탱크의 ‘물’은 텍스트·사운드·조각 파편들과 상호작용하며, 마닐라삼 로프(젖을수록 질겨지는 선박용 섬유)가 물의 시각적 대체물로 무대에 걸린다. 같은 해 ‘눈, 코, 입, 귀…’ 연작은 아크릴 레이저 각인과 마이크/스피커 인터페이스로 ‘듣기/말하기’의 권력 장치를 드러낸다.

2022년에는 뱀을 모티프로 시간성과 촉각을 제도 바깥-안의 경계에서 가동한다. 특히 전시 《에코톤: 탈출 역량》의 시공간 설치와 퍼포먼스 〈Interpermeations〉는 이미지·소리·코스튬이 접촉하면서 몸/비몸의 경계를 가역화한다.

2023년의 퍼포먼스 작업 ‘a fist is a fist is a fist’는 박동·흡기·팽창을 타이밍으로 삼아 주먹의 개별 신호를 집합적 리듬으로 전환한다. 〈I KNOW WHAT I’VE DONE〉은 교회라는 장소 특정성(site-specificity)을 활용해 설화·종교적 상징·4K 싱글 채널 영상의 교차 편집으로 ‘증언의 장’을 구축한다. 최근 조형 작업 〈Of the Land〉(2024), 〈Of the Water〉(2024)는 주조 알루미늄/클레이와 도자 매체로 ‘토포스—하이드로스’의 물질적 문법을 병치한다.

요컨대 루킴은 텍스트-스크립트, 사운드 트리거, 배포 행위, 장소특정적 무대, 재연영상(re-enactment) 등 복합 매체를 상호 번역해 ‘개념→감각→윤리’의 경로를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감상자에서 공모자/증언자로, 전시는 전시장에서 ‘사건-현장’으로 변환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루킴의 작업을 꿰는 중심 축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 역사·신화·종교의 층위를 다시 쓰며 식민주의가 표준화한 차별의 언어를 교란한다. 둘째, 상징적 신체(물/뱀/주먹)를 윤리적 매개로 삼아 경계와 정체성의 고정을 느슨하게 만든다. 셋째, 배포 행위나 TINC에서의 장소특정적 구성처럼 관객 참여와 현장성을 통해 전시를 ‘사건’으로 전환한다.
한국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루킴은 하이드로페미니즘과 탈식민 담론을 지역적 이슈와 접속시키며, 교회·섬 같은 장소의 기억까지 끌어들이는 감응적 서사를 구축해 왔다. 이는 텍스트, 사운드, 조각, 영상, 퍼포먼스가 서로를 번역하는 무대 언어로 수렴하며, 관객을 감상자에서 증언자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작업의 전개도 단계적으로 명확하다. 인쇄 이미지 기반의 리서치 설치(2019)에서 공여/환류를 실험하는 참여형 장면(2020)으로, 이어 물·경계·청취의 장치들을 통한 인터페이스 구축(2021), 몸-이미지-소리를 교차시키는 퍼포먼스/영상의 결합(2022–2024)로 나아간다.

앞으로의 전개는 세 방향에서 기대된다. 첫째, ‘물/섬/성지’를 매개로 한 지리-신화적 리서치를 심화해 각 지역의 아카이브·공동체와 협업하는 국제 프로젝트로 확장할 것. 둘째, 도자·주조와 텍스트·4K 영상·사운드를 병행해 증언의 형식을 다층화할 것. 셋째, ‘발화(ignition)’의 리듬과 호흡을 정교화해 퍼포먼스를 집단적 윤리의 실험장으로 고도화할 것. 요컨대 루킴은 “접촉을 통해 탈출하고, 탈출을 통해 접촉한다”는 명제를 갱신하며, 지역의 구체적 현실을 세계의 신화·이주·물의 역사와 교차시키는 개방형 모델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Works of Art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폭력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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