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랩은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 표현을 연구한다. 주제의식은 ‘배리어프리’의 보조적 담론을 넘어, 경계들을 인식하고 다루는 ‘배리어컨셔스’로 확장된다. 출발점인 ‘차별없는가게’(2018–)은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체감한 차별과 외부
동선의 불평등을 지역의 지도로 번역하며, “누가, 어디서
환대받는가”를 실재 공간의 문제로 환원했다. 이어 ‘환대의 조각들’(2020–)은
51팀의 협업과 웹 플랫폼 ‘환대의 조각들 1444’로
환대를 다언어·다감각으로 가시화하며, 거대 제도 밖에서도
작동 가능한 환대의 단위(조각)를 축적했다.
온라인 접근의 한계를
인지한 뒤, 《초대의 감각》 (탈영역우정국, 2021)에서 ‘초대’의
윤리를 감각 번역의 문제로 재구성해 “보는/듣는/만지는” 경로를 동등하게 놓는다. 같은
해 문화공간 비수기에서 열린 전시 《항구로부터, 신호》는 서로 다른 배들이 모이는 ‘항구’의 은유로, 지역
주민·장애 예술가·소수자 관객의 신호가 교차하는 공동 장을
실험한다.
제도 내부로 시선을
들이민 최근 개인전 《어떻게 나에게 빨강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서울시립미술관, 2024)은 접근성을 ‘덧붙임’이 아니라 규범과 ‘우리’의 경계를 재묻는 과정으로 전환한다. 해당 전시에서 선보인 〈미술관은
누구에게 열려있는가 2024〉(2024), 〈빨강에 대하여〉(2024), 〈길을 잃은 지도〉(2024)은 당사자 발화와 조사를
전시의 내적 동력으로 삼아 비장애인 중심주의를 해체한다.
이 흐름은 단체전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 (국립현대미술관, 2025)에서 ‘감각
간 번역의 불가능성’이라는 자각으로 수렴한다. ‘티끌’ (2025) 연작—〈티끌0403〉(2025), 〈티끌0627〉(2025)—은
보이지 않던 선·벽·울타리가 드러나는 순간을 서사화하며, 상이한 시간·장소의 인물들이 서로의 존재를 통해 경계를 횡단하는
장면을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