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Mirror - K-ARTIST

White Mirror

2019
퍼포먼스, 실리콘 바디 수트, CCTV, 모니터, 가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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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유아연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학습해온 개인들이 어떻게 정치, 경제적 현상들을 마주하는지 탐구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 인종, 젠더, 계급에 따라 설정된 개인의 특수성이 자본의 욕망에 의해 상품화되어 소비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는 작업을 통해 체제 속에서 습관적으로 행해진 인식 과정을 조형해내며, 자본주의 아래에서 소외되어온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가시화하고, 자본 스펙타클의 순환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미래상을 그려내고자 한다.
 
그의 작업은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 소비주의 플랫폼 환경에서 확장된 권력 이미지가 개인에게 무엇을 강요해 왔는지 가시화하며, 궁극적으로 관객이 이미지와 독립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대안적 공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자본주의 매커니즘 하에 유통되는 이미지들의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을 조형해 오고 있다.

개인전 (요약)

유아연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Outlet》(뮤지엄헤드, 서울, 2023-2024), 《White Mirror: Prequel Version》(WWW Space, 서울, 2020)가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유아연은 《시대전술》(K&L 뮤지엄, 과천, 2025),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4), 《Asphodel Meadows》(Staffordshire St, 런던, 2023), 《Embodied》 (Morley Gallery, 런던, 2023), 《투 유: 당신의 방향》(아르코미술관, 서울, 2022), 《말괄량이 길들이기》(뮤지엄헤드, 서울, 2022), 《당신은 단절이 두렵나요》(사가, 서울, 2021)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유아연은 2025 천만아트포영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Works of Art

자본 스펙타클의 순환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미래상

주제와 개념

유아연의 문제의식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습득한 개인이 자본주의적 시청각 환경에서 어떻게 ‘보도록 길들여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품 〈White Mirror〉(2019)와 〈White Mirror: Prequel Version〉(2020, WWW Space)는 관객을 실시간 감시 화면과 폐쇄회로 시점에 위치시키며,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 관음적·남성적 응시 구조를 드러낸다. 화면 안 아바타가 사실상 얇은 벽 너머에서 관객을 응시한다는 반전은, 이미지 소비가 곧 권력의 작동임을 폭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같은 축에서 런던 유학 시절 발표한 〈How did you move the line〉(2019)은 거울·브래킷·라디오 등 비(非)인체 매개체로 시선의 경계를 이동시키며, ‘보는 법’ 자체가 조작 가능한 규범임을 암시한다.

이후 2021년 사가 그룹전에서 선보인 작품 〈Burlesque〉(2021)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플랫폼 경제 속 노동의 양상을 가시화했다. 음식 배달과 같은 유급 노동, 이상적 신체를 생산하는 무급 노동은 모두 이미지 생산 체계에 포섭되며, 전시장 안에서는 조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영상 데이터로 순환된다. 이는 이미지 노동이 단순한 생산 과정이 아니라, 관객이 소비에 참여하는 순간까지 확장되는 시스템임을 드러냈다.

〈The Triptych〉(2022)은 전작과 달리 여성적 관객성을 전면에 부각했다. 패션잡지의 레이아웃과 종교화의 삼단화 형식을 차용한 이 작업은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재현되는 대상화된 신체 이미지를 전시장 내부로 끌어들였다. 관객은 이미지 속 아바타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며, 자신 또한 특수성을 상실한 소비재로 전락했음을 자각하게 된다.

개인전 《Outlet》(2023–2024, 뮤지엄헤드)과 그룹전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2024–2025, 송은)에서는 신체가 소비사회 속 상품으로 전환되는 방식을 전시 공간 전체에 확장했다. 〈Garments 07〉(2023)과 같은 조각은 패션과 신체가 결합된 혼종성을 드러냈고, 〈Elevator〉(2024), 〈Escalator〉(2024)는 데이터의 무한 스크롤과 물리적 탈주의 은유를 기계적 운동에 담아냈다.

신작 〈Research-b〉(2025)은 ‘단단함’이라는 조각의 본질적 성질에 이르기까지 폐기되거나 탈락된 과정들을 다시 소환하며, 자본-이미지 비판을 ‘조각이라는 매체의 생성 논리’로 확장한다.

형식과 내용

유아연의 초기 작업 형식을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하지만, 근간에는 ‘오브제-인터페이스’ 사고가 놓여 있다. 〈White Mirror〉에서 실리콘 보디수트로 구축한 의인/물화의 경계, 〈White Mirror: Prequel Version〉에서의 CCTV·와이어메시·동물(닭)·폐쇄회로 시각은, 신체가 곧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인터페이스임을 드러낸다. 이때 신체는 조각과 같은 실재적 부피를 갖지만, 동시적으로 비물질적 정보 교환의 허브로 기능해 관객의 일상 감각을 침투/재배선 한다.

〈Burlesque〉에서 조각 인터페이스는 영상의 좌대이자 노동의 중계기로 작동한다. 작가는 노동의 형태를 퍼포머 신체와 영상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조각적 인터페이스 위에 안착시킴으로써 관객의 감각을 노동 현장으로 끌어들였다. 조각이 단순히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이미지 순환을 매개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작가는 비물질적 과정과 물질적 환경을 교차시키는 전략을 확립했다.

《Outlet》에서 작가는 공간 연출로 형식의 실험을 가속한다. 작가는 전시장을 쇼룸과 피팅룸으로 구획하며 조각과 복수의 퍼포머들을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신체를 등장시켰다. 여기서 신체는 더 이상 고정된 육체가 아니라, 매일 갱신되어야 하는 패션에 흡착된 상태로 제시된다. 퍼포머의 정지된 몸짓과 조각의 질감이 겹쳐지면서, 관객은 신체의 상품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된다.

〈Elevator〉와 〈Escalator〉는 기계적 반복 운동과 가속을 통해 조각을 자율적 동력을 생성하는 바퀴로 탈바꿈시켰다. 이 기계-조각은 가독성을 거부하며 자본의 매끄러운 유통망을 교란하는 전복적 이미지로 기능한다. 〈Research-b〉는 MDF, 블라인드, 플라스틱 점토 등의 재료를 벽에 기대어 쌓아 올리며 ‘과정으로서의 조각’을 제시했다. 이는 매체 간 상호성을 실험하고, 조각이 고정된 대상이 아닌 생성 과정임을 드러내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유아연은 일관되게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신체와 이미지가 어떻게 상품화되는지를 드러내 왔다. 퍼포먼스와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신체를 상품, 노동자, 아바타로 위치시키는 그의 작업은 개인의 특수성이 어떻게 스펙타클 속에 흡수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맥락에서 ‘신체-이미지-자본’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독창적 좌표로 기능한다.

‘White Mirror’ 시리즈에서 《Outlet》, 《송은미술대상전》, 〈Research-b〉에 이르기까지, 작업의 궤적은 디지털 이미지 소비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해, 플랫폼 노동, 여성 관객성, 소비사회 속 신체의 상품화, 그리고 기계적 운동과 조각의 생성 과정으로 확장되어왔다. 매체 측면에서도 실황 퍼포먼스에서 사진·라이트박스, 가동 조각, 복합 재료 설치, 과정 지향 조각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작품은 점차 ‘완성물’에서 ‘사건/회로/과정’으로 전환되며, 감상의 장은 ‘전시’에서 ‘실험’으로 변모한다.

동시대 한국미술의 지형 속에서 그는 디지털 리터러시, 노동, 소비주의, 기술자본주의를 가로지르는 독자적 문제의식을 구축했다. 특히 퍼포먼스를 조각적 환경으로 전환시키고, 신체와 오브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을 발전시켜, 관객의 경험을 정태적 감상에서 사건적 체험으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한다.

기술 자본주의와 이미지 정치라는 글로벌한 문제의식에 대한 유아연의 탐구는, 향후 퍼포먼스와 조각을 잇는 새로운 형식적 실험으로 이어지며 국제 무대에서 동시대 미술 담론의 주요한 지점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Works of Art

자본 스펙타클의 순환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미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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