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그는 제스모나이트, 목재, PVC와 같은 산업적 재료를 활용해 인공적 풍경을 구축했다. 〈12개의 산 9개의
돌 6리터의 물〉에서는 물과 풀, 파이프와 펌프 같은 가변적
매체가 결합되며, 조각이 단순히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흐름과
움직임을 동반하는 구조물이 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이어서
‘Peepject: 두 개의 눈구멍×3’ 시리즈는 목재와 레진을 활용한 구조물로, 구멍을 들여다보도록 유도하면서 관객의 신체적 개입을 전시 형식의 일부로 통합했다.
이후 작가는 물, 모래, 왁스 등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재료를 활용해 시각적 감각과 촉각적 경험을 결합한다. 예를 들어, 〈Wall Fountain〉(2022)이나
〈Buried Temple〉(2022)은 물의 흐름과 왁스의
질감을 활용하여, 정지된 오브제 안에 시간성과 운동성을 부여했다. 이러한
작업들은 재료의 성질 자체가 조각의 의미를 전환시키는 장치가 되며, 물질과 풍경의 상호작용을 드러낸다.
〈산수조각〉과 〈팔각괴석받침〉은
모래라는 유동적 매체를 3D 스캔과 프린트 기술로 옮겨온 것으로, 전통적
산수화의 정신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는 실험이었다. 이 과정에서 홍자영은 보이지 않는 면과 결을 상상해
새롭게 구축하고, 물과 연무를 도입해 조각의 몸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을 드러내도록 했다. 자연물–기술–인공
재료의 혼성은 이 시기의 중요한 형식적 특징이다.
이후 2023년부터는 ‘건축적 조각’ 개념을
참조해 내부 공간을 가진 구조물을 제작한다. 〈물에서 온 여신상〉(2023)은
조개껍질과 돌, 갑오징어 뼈를 결합해 안에 빈 공간을 품은 산 형태의 여신상을 구현한 작업이다. 이어서 ‘Layers Tunnel’ 시리즈(2024)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터널형 구조로, 외부 풍경과
내부 공간이 동시에 포착되는 복합적 경험을 제공한다.
최근 선보인 〈불구덩이
댄스 플로어〉는 아크릴, 시멘트, 기성품과 과거 작품을 혼합해
배치하여 전시 공간을 하나의 조각적 정원으로 전환하며, 조각의 물질성과 설치 형식이 확장된
실험적 장을 구축했다. 이처럼 홍자영은 평면과 입체, 자연물과
인공물,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넘나들며, 조각을 다층적인
매체 실험의 장으로 확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