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t–Windway #15 - K-ARTIST

Bust–Windway #15

2024
15가지 조형토(1240°C 소성), 유약, 속 빈 통나무, 가죽 끈, 에폭시 퍼티, 안료
126 x 35 × 40 cm
About The Work

문이삭은 전통적인 소조 조형법인 ‘모델링’을 재해석함으로써 동시대의 시각성과 사물, 그리고 이와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경험에 대해 질문한다. 그에게 있어서 모델링은 단순히 재현을 위한 수단이 아닌 조형의 본질을 탐구하는 행위이며, 문이삭은 이를 ‘덧붙이기’라 정의한다.
 
그는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오늘날 조각과 물질의 위상을 탐구하는 동시에 이미지와 사물 그리고 인간의 유동적인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문이삭은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쌓고 덧붙이며 결합하는 방식으로 동시대의 물질/사물의 위상과 그에 따른 인간의 경험에 대해 다루며, 조각의 존재성과 인식, 조형론과 그 관습에 관해 질문해 오고 있다.
 
모든 사물이 온라인으로 이행하는 현 시대에 이러한 문이삭의 작업이 가치 있는 이유는,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과 유동성을 획득했을지라도 인간의 신체는 여전히 유한한 사물로서 땅 위에 서 있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개인전 (요약)

문이삭이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Rock & Roll》(뮤지엄헤드, 서울, 2022), 《BEAM ME UP!》(금호미술관, 서울, 2021), 《분신술: 서불과차》 (팩토리2,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문이삭은 《미니버스, 오르트 구름, ㄷ떨:안녕인사》(아르코미술관, 서울, 2025), 《White space》(수림큐브, 서울, 2024), 《UNBOXING PROJECT 3.2: Maquette》(VSF, LA, 2024),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3), 《조각충동》(북서울미술관, 서울, 2022), 《Take me Home》(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문이삭은 금호영아티스트(2020) 및 SeMA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2017)에 선정된 바 있다.

레지던시 (선정)

문이삭은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2),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2021)에 입주 작가로 선정되었다.

Works of Art

조각의 존재성과 인식, 조형론과 관습

주제와 개념

문이삭은 3D 모델링 프로그램의 뷰포트 구조와 산업적 제작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그것을 수작업으로 재현하는 과정을 통해 조각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표준원형〉(2016)과 〈세례요한의 두상〉(2016)은 기계적 데이터와 인간의 신체를 병치시켜, 전통적 도상과 조형 실험 사이의 긴장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기계의 효율성을 모방하면서도 완전히 기계가 될 수 없는 인간의 몸, 즉 불완전성과 우연성을 수용하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후 그는 인체를 분절된 파편으로 제시하며, 기술적 복제와 인간 신체의 관계를 확장해 탐구했다. 개인전 《Passion. Connected.》(아카이브 봄, 2017) 전시에서 선보인 인체 조각들은 손, 발, 머리와 같은 부분들이 분리·중첩된 형태를 띠며, 기계적 반복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형되는 인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2019년 개인전 《분신술: 서불과차》(팩토리2)에서는 이미지·텍스트 인플루언서를 초대해 ‘분신술’의 형식을 실험했다. 여기서 선보인 〈Makutu와 불로초(3주차)〉(2020)는 불로초라는 상징을 조각적·가상적 장치로 재현하며, 오프라인의 물질성과 온라인 경험의 중첩을 관객에게 요구했다. 이처럼 문이삭은 조각을 단일한 오브제가 아닌, 매체와 시간, 공간을 오가며 끊임없이 복제·전환되는 사건으로 이해한다.

팬데믹 이후 그는 자연과 물질의 현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열개-북한 #1〉(2022)과 같은 작업은 직접 채집한 흙을 조형토 판 위에 덧입히며, 서울의 산과 바위라는 구체적 지형을 추상적 형태로 변환했다. 《Rock & Roll》(뮤지엄헤드, 2022)에서 선보인 이 시리즈는, 자연 경험이 흙의 물질성과 만나며 조각이 ‘사건’이자 ‘증거물’로서 재탄생하는 과정을 드러냈다.

형식과 내용

문이삭의 작업은 일관되게 ‘덧붙이기’라는 모델링의 원리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초기의 〈A-01〉(2017)이나 〈세례요한의 두상〉은 스티로폼, 레진 등 가소성이 높은 재료를 활용하여 기계적 가공과 수작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한 형태를 구현했다. 여기서 재료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조각의 의미를 전환시키는 매개체였다.

그의 형식적 실험은 곧 전시 공간 전체로 확장된다. 개인전 《BEAM ME UP!》(금호미술관, 2021) 전시에서 선보인 〈별구름〉(2021)과 〈달빛 곡예단〉(2021)은 합성수지 점토를 이용해 이미지와 사물이 교차하며 전환되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 조각들은 평면적 이미지가 입체로 변환되는 과정을 드러내면서, 디지털 시대의 ‘인공 사물’이 지닌 불안정한 정체성을 구현했다.

이후 《Rock & Roll》 전시에서 발표된 ‘열개’ 연작은 점토와 흙을 소성해 만든 판들을 교차·중첩시킨 구조로 제작되었다. 이 조각들은 바위를 모사하지 않으면서도 바위의 표면적 감각을 추상적으로 환기시킨다. 특히 흙을 무가공의 오브제로 사용하는 방식은, 기존 합성수지 조각에서 강조되던 인공성과 대비되며, 물질 그 자체가 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근 우손갤러리 단체전에서 선보인 〈Bust – Windway #15〉(2024)와 같은 작업은 여러 종류의 점토와 혼합 재료를 결합하여, 사물성의 이질성과 다층성을 더욱 강조한다. 서로 다른 물성의 충돌은 ‘덧붙이기’라는 방식이 단순한 제작법이 아니라, 사물과 인간,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탐구하는 구조적 원리임을 드러낸다.

지형도와 지속성

문이삭의 작업은 동시대 한국 조각의 곤경에 대한 날카로운 응답으로 읽힌다. 그는 합성수지, 3D 모델링 데이터, CNC 기계 등 산업적 도구들을 모방하면서도, 그것을 미숙하게 흉내 내는 과정을 통해 기계와 인간 사이의 긴장을 드러냈다. 2022년 이후에는 흙과 세라믹이라는 물질적 기반을 탐구하며, 조각이 여전히 땅과 몸의 차원에서 성립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궤적은 그가 단순히 매체를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조각의 존재론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합성수지 조각에서 세라믹 조각으로의 이동은, 인공적 이미지와 물질적 현실을 동시에 다루는 그의 작업에서 자연스러운 확장이며, 이는 최근 아르코미술관 단체전 《미니버스, 오르트 구름, ㄷ떨:안녕인사》(2025)에서 선보인, 10년 이상 이어온 〈Reconstruct〉(2014–2025)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서도 드러난다.

동시대 한국미술에서 문이삭은 “기계를 모방하지만 기계가 될 수 없는 몸”이라는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다루며, 조각을 새로운 순환의 장치로 제시하는 독창적 위치를 차지한다. 그의 작업은 산업적 사물과 자연적 물질, 이미지와 실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조각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다.

앞으로 문이삭의 작업은, 온라인적 이미지 세계와 오프라인적 물질 세계를 연결하는 조각적 실험을 이어가며, 인공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가로지르는 더 확장된 무대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 조각의 형식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적 조건 속에서 새로운 존재론을 탐색하는 실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Works of Art

조각의 존재성과 인식, 조형론과 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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